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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한점(荷露閑店)]③평보 서희환 '풍년비 들에차'... 다시 만난 글씨, 다시 피어난 마음

  • 기사등록 2025-07-11 17: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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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홍사웅 기자가 홍순화 기자와 함께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언뜻 그냥 지나칠법한, 그렇지만 알고 보면 인생의 의미와 예술의 미학이 포착된 그림을 소개합니다.
[더밸류뉴스=홍사웅 홍순화 기자]

[하루한점(荷露閑店)]③평보 서희환 \ 풍년비 들에차\ ... 다시 만난 글씨, 다시 피어난 마음평보 서희환의 '풍년비 들에차'. [자료=예술의 전당]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서예 전시실'. 이곳에는 평보(平步) 서희환(1935~1995) 서거 30주년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평보는 판본체를 바탕으로 옛스러운 품격을 보여주는 감필법(減筆法)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질박하면서도 굳센 필치와 흘림을 가미한 필사체로 이름을 날렸다. 


이 공간의 마지막 섹션에는 마치 오랜 편지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 하나가 걸려 있다. 작품 이름은 '풍년비 들에차' . 


이 작품에는 사연이 있다. 애초에는 두 장으로 나뉘었다가 나중에 다시 한 장으로 합쳐진 것이다. 


어쩌다가 이 작품이 두 장으로 나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찌 됐건 위쪽은 어느 시골 학교의 교장선생님 손에 들어갔고, 아래쪽은 제주에 거주하는 수집가 고창진씨 품에 안겼다. 


고창진씨는 애초는 이 조각이 완성본이라고 여겼는데 자꾸 들여다보던 어느 날 문득 이것이 아직 다 오지 않은 편지처럼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때부터 고씨는 나머지 조각을 좇기 시작했다. 문장을 완성 시키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으로 나머지 조각을 찾아 다녔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시골학교에서 나머지 조각을 찾아냈다. 소유자는 교장 선생님이었다. 고씨가 조심스럽게 문장의 합체 의사를 전하자 교장 선생님은 흔쾌히 동의했고, 문장은 다시 하나가 됐다. 


이제 '풍년비 들에차'는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의 문장으로 합쳐져 전시장 끝자락에 조용히 내걸려 있다. 이 작품은 이 세상에는 여전히 조건 없는 미술의 완성을 희망하는 애호가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이 작품은 마음의 예술이기도 하다. 전시 마감 10월 12일.


hs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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