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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주인 바뀌니 '40년 CEO' 김석준 바뀌네…향후 전망은?

- "김석준 대표·임원진 대거 물갈이... 시행착오 불가피"

- "글로벌세아 캡티브마켓 키우면 쌍용건설 급성장할 것"

  • 기사등록 2023-01-10 16: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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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인식 기자]

"건설경기 최악의 시기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 김석준 회장의 40여년 건설 노하우와 존재감이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글로벌세아가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그룹내부시장)을 쌍용건설에게 새 먹거리로 제공하겠다는 시그널이다. 쌍용건설이 퀀텀점프의 계기를 맞았다." 


지난 2일, 김석준 쌍용건설 대표이사가 40여년 장수 CEO를 끝맺음하고 회장으로 이동했다는 발표를 접하자 건설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석준'이라는 세글자가 쌍용건설에 갖는 존재감이 크다 보니 그의 신상변동이 새해벽두 건설업계에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김석준 회장, '40년 쌍용건설 CEO' 막 내려


2일 발표된 쌍용건설 임원 인사의 요지는 김석준 대표이사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회장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신임 쌍용건설 대표이사는 김기명 현 글로벌세아 대표이사가 겸직한다. 여기에 덧붙여 김인수 전 현대건설 GBC단장이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월급쟁이 건설사 대표'가 바뀌는 것이 무슨 뉴스 거리냐고 할 수 있지만 '김석준 쌍용건설 대표이사'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오너 2세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신분이 극적으로 바뀐 개인사와 더불어 그가 한국 건설업계와 쌍용건설에 쌓아온 성과와 존재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010년 7월 김석준 당시 쌍용건설 대표이사(오른쪽 두번째)가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상량식 행사에 관계자들과 참석하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쌍용그룹 오너 2세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신분이 바뀌었으면서도 쌍용건설 CEO로 40년 재임했다. 


김석준 회장은 1982년 29세에 쌍용건설 이사로 이 건설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쌍용그룹은 재계 10대 그룹의 하나였고 부친은 고(故) 김성곤(1913~1975) 쌍용그룹 창업 회장이었다. 이듬해 쌍용건설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런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계기로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쌍용건설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주인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두바이투자청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김석준 대표이사는 오너2세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신분이 바뀌었음에도 단기간의 외도를 제외하곤 쌍용건설 CEO를 40년 동안 지키는 진기록을 세웠다. 


비결은 무엇보다도 그가 일군 성과 덕분이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33위를 기록했다. 쌍용그룹 해체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반복하면서 이 정도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김석준 회장 경영능력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김 회장의 대표적 성과로는 싱가포르의 래플즈 호텔 시공이 있다. 그가 CEO로 재임하던 1991년 쌍용건설은 도면조차 없는 상태에서 싱가포르의 래플즈 호텔을 완벽하게 건설해냈다. 1887년 12월에 문을 처음 연 싱가포르의 래플즈 호텔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많은 시설들이 파괴됐다. 이후 1987년 호텔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 싱가포르 정부는 래플즈 호텔을 국가 기념물로 지정하고 복원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의 설계도면도 남아있지 않고, 한 나라의 국보급 건물을 공사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설사들이 모두 회피했다.모두가 외면할 때 대한민국의 쌍용건설만이 시공을 하겠다 나섰다. 과거의 모습을 유지한 채 현재의 모습으로 성공적으로 재탄생시키자 모든 건설업계들과 싱가포르 정부는 놀라워하며 쌍용건설 입지는 굳건해졌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마리나베이샌즈호텔도 쌍용건설 작품이다. 건물 3개 동의 최상층을 연결해 만들어진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 수영장이 압권이다. 이런 기념비적 건물을 시공하며 쌍용건설은 '해외 건설 명가'라는 호칭을 얻었다. 


쌍용건설이 시공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사진=쌍용건설]

 ◆"예고없는 교체로 시행착오 가능성 높아"


이같은 존재감을 가진 김석준 회장이 대표이사를 그만두자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의 미래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팽배해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에 '공장'이 있다면 건설사에는 '사람'이 있다. 그만큼 건설사에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런데 '김석준'이라는 인재(人材)가 예고없이 물러났다. 업무 인수인계가 충분히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건설경기가 최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타이밍도 적절치 않았다. '점령군'이라는 용어가 벌써 회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에는 현재 진행 중인 공사 담당 실무진을 제외한 나머지 기획, 법무, 홍보 등 임원 절반도 교체됐다.


신임 대표이사가 건설과 인연이 사실상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김기명 신임 대표는 패션브랜드 인디에프 대표이사, 월마트 한국 지사장, 세아상역 미국 총괄 법인장 등을 역임했고, 글로벌세아 대표이사로 제잭하며 STX중공업, 태림포장 등 여러 인수합병을 성사시켜왔다. 패션과 M&A(인수합병) 전문가임을 알 수 있다. 

 

김기명 글로벌세아 대표이사 겸 쌍용건설 신임 대표이사. [사진=쌍용건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쌍용건설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김석준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지만 경영 안정화와 사업 확장 부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명 신임 대표가 건설과 거리가 있지만 김인수 신임 사장이 이를 보완한다는 점도 밝혔다. 김인수 신임 사장은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40여년 건설 현장을 누볐다.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장과 GBC 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글로벌세아 캡티브마켓 시너지 효과낼 것"


쌍용건설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는 분석도 있다. 우선적으로 기대되는 것은 글로벌세아그룹의 캡티브마켓이다. 


글로벌세아는 글로벌1위 의류 ODM 그룹이다. 지주사에 해당하는 글로벌세아㈜ 산하에 인디에프, 태림포장, 태림판지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글로벌세아는 지난해 매출액 3조5797억원, 영업이익 2411억원, 당기순이익 918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세아는 국내 의류 OEM 업계 최초로 의류생산의 모든 공정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실현했다. 원사생산기업 세아스피닝의 코스타리카 방적공장 증설로 실적 개선을 위한 동력을 마련했다. 코스타리카에 위치한 생산공장 덕분에 세아스피닝은 중미자유무역협정(중미 6개국과 미국간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을 최대 판매 지역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 할 수 있다 글로벌세아의 경우 계열사들이 중남미에 많이 배치돼 있고, 쌍용건설 해외 포트폴리오도 중남미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글로벌세아의 글로벌 생산 거점 현황. [이미지=글로벌세아]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쌍용건설과 세아STX엔테크 및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들과의 기술 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김웅기(72) 회장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세아가 진출한 중남미 시장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쌍용건설의 재무 환경도 개선돼 수주 경쟁력 강화 등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 [사진=글로벌세아]

글로벌세아그룹을 창업한 김웅기 회장은 충북 보은 태생으로 전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고 충남방적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986년 세아상역(현 글로벌세아)을 창업했다. OEM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의류제조업계에서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도입해 경영 혁신을 이루며 사세를 키웠다. 미술품 수집이 취미이다. 글로벌 200대 컬렉터에 한국인으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함께 김 회장이 올라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김석준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만 내려놓았을 뿐 업무변동은 전혀 없고 김석준 회장만의 우수한 해외 네트워크 능력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is704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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