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해상보험(대표이사 이문화)이 국내 보험시장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 무대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이문화 대표는 2026년 신년사에서 ‘글로벌 룰 메이커(Rule Maker)’로의 도약을 선포하며, 시장을 따라가는 추종자가 아닌 새로운 보험의 질서를 만드는 주도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숫자로 증명된다. 삼성화재는 최근 1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만 약 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톱티어’를 향해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글로벌 룰 메이커’를 선언하며 세계 무대로 도약하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 ‘북미 베이스캠프’ 캐노피우스와 8000억 혈맹
삼성화재 글로벌 전략의 핵심인 영국 로이즈(Lloyd's) 보험사 ‘캐노피우스(Canopius)’는 이제 실질적인 ‘북미 베이스캠프’가 됐다. 지난해 10월 약 5억8000만달러(약 8000억원)를 추가 투입해 지분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2대 주주로서 이사회 경영권 영향력을 강화하며 공동 경영 체제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투자는 단순 지분 확보를 넘어선 전략적 선택이다. 캐노피우스는 지난 2019년 미국 암트러스트사의 로이즈 사업을 인수하며 로이즈 시장 내 5위권사로 도약한 글로벌 특종 보험사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9년부터 지속적인 지분 인수로 이사회 의석을 확대해 왔으며, 이를 통해 선진 보험시장의 경영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캐노피우스의 언더라이팅 역량과 미국, 버뮤다, 싱가포르 등 전 세계에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국내 보험사가 넘보지 못했던 북미 초과보충보험(E&S) 시장에 깃발을 꽂을 계획이다. 에너지, 해상, 배상책임 등 고도의 위험 인수 노하우를 본사로 이식해 ‘지식의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화재의 해외사업부문 보험료수익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아시아 리스크 허브 '삼성리'…수익성 224% 증가
싱가포르 소재 재보험 법인인 ‘삼성리(Samsung Re)’는 이제 삼성 그룹의 전속 보험사를 넘어 아시아 전체의 위험을 관리하는 거점으로 진화했다. 삼성화재는 본사의 재보험 수재 사업을 삼성리로 일원화하며 이를 독립적인 전문 재보험사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삼성리의 당기순이익은 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4.4% 증가했다.
싱가포르 시장은 지난 2023년 기준 약 131억달러(전년대비 +15.1%) 규모의 시장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2024년 삼성리에 17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 체력을 보강했다. 이곳에서 재물·기술보험 등 전통형 상품을 중심으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사이버 보안 및 신재생 에너지 시설 보험 등 ‘미래형 위험’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넘어 인도네시아의 행정수도 이전 및 경제개발 수요까지 아우르는 아시아권 리스크 허브 기능을 강화해 포트폴리오를 지리적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중국 ‘텐센트’와 동행…매출 500% 달성 비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도 눈에 띈다. 삼성화재는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와 손잡고 중국 법인을 합작법인 형태로 전환하며, 지난 2022년 11월 공식 출범시켰다. 텐센트의 12억명 고객 기반과 IT 기술에 삼성화재의 보험 역량을 결합한 ‘온라인 보험’ 중심의 매출 확대가 주효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수익은 3196억원(전년동기대비 +503%)으로 폭증했으며, 152억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화재는 중국 시장 전문가를 경영진으로 영입하고 신규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챗’ 플랫폼에 삼성화재의 보험 역량을 이식하자 적자 늪에서 벗어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본사에서 진행된 ‘2026 컴플러스 데이’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사진=삼성화재]
◆ ‘2030년 기업가치 30조’…핵심 과제는 글로벌 성과
삼성화재는 미국, 영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8개국에 6개 법인, 2개 지점, 3개 사무소 등 총 11개의 글로벌 거점을 운영 중이다. 이는 국내 시장 포화에 대응해 해외에서 새로운 매출 성장과 이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특히 중앙집중화된 IT 시스템 기반의 ‘글로벌 통합시스템’으로 해외 거점을 원격으로 관리하며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지속적인 전문 인력 양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해외투자 프로세스를 확립해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는 “2030년까지 세전이익 5조원, 기업가치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약 23조원 규모인 시가총액을 30조원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글로벌 성과가 필수적이다.
다만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 법인 영업수익 비중은 전체의 약 2.7% 수준으로, 2030년 목표치인 ‘이익의 절반’과는 여전히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화재가 고부가가치 위험을 직접 핸들링하는 ‘룰 메이커’로서 글로벌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