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주총회가 파행 끝에 최윤범 회장측이 제안한 대부분 안건이 통과됐다. 최윤범 회장측은 세번째로 순환출자를 감행하며 영풍 의결권을 제한한 끝에 이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날 주총은 영풍·MBK 자문단과 고려아연 관계자들이 고성을 지르며 소란이 벌어졌다.
◆최윤범 회장측 안건 대부분 통과, "영풍 의결권 제한" 선언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제2-1호 의안인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 가결됐다.
검표결과 출석주주의 의결권 기준 71.11%,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기준 62.83%가 각각 찬성했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충족한 것이다. 이사회 인원 수가 최대 19명으로 정해지면서 신임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 표결 방식도 결정됐다. 신규 선임 인원은 8명으로 집중투표제를 통해 선출된다. 이사 후보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7명을, MBK·영풍 연합이 17명을 각각 추천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일지. 2025. 3. 27. 단위 억원, %.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을 살펴보면 총원 12명 가운데 11명이 최 회장 측 인물로 분류된다. MBK·영풍 측의 이사회 과반 차지가 이번 주총에서는 불가능한 셈이다.
◆주총 행사장, 고성 오가며 소란과 파행 벌어져
이날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측은 의장권을 행사하며 "상호주 적용으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며 선언하고 총회를 진행했다.
영풍 대리인 이성훈 변호사는 주총장에서 썬메탈홀딩스(SMH)의 영풍 주식 취득 경위, 시점 등을 소상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또한 소유자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받지 못했다며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27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이에 고려아연 대리인 고창현 변호사는 "잔고증명서 발급 시간은 오전 8시 54분으로, 본래 통지됐던 오전 9시 전에 입고됐기 때문에 상호주 형성이 됐다고 본다"며 "이견이 있다면 이후 법적 분쟁으로 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주총 운영은 의장이 담당하는 것이고 저희는 의결권 인정할 수 없는 것으로 의사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발언권을 얻으려는 영풍·MBK 자문단과 고려아연 관계자들이 서로를 향해 고성을 지르며 주총장은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박기덕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언을 이어가며 주총을 진행했다.
◆최윤범 회장측 SMH, 영풍 추가 매수하며 순환출자 감행
앞서 최윤범 회장측은 세번째 순환출자를 했다. 고려아연 해외계열사 SMH는 28일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당일 날 장외에서 영풍지분 1350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1월 22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일을 하루 앞두고 SMH의 자회사인 SMC(썬메탈코퍼레이션)가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로부터 영풍 지분 10.33%를 양수해,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순환출자를 생성한 후, 세 번째 반복되는 탈법행위이다. 지난 3월 12일에는 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3%를 SMH로 현물배당시켜 두 번째 순환출자를 감행했다.
영풍그룹 지배구조. 2025. 3. 10. 단위 %.
최 회장의 순환출자 탈법행위에 대해 이미 검찰 고발이 이뤄졌고,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아연과 SMC의 순환출자 탈법행위를 정식 조사하는 중에 추가로 같은 행위를 반복한 것이다.
영풍·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최 회장의 불법, 탈법행위로 고려아연 주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됐을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질서 자체가 붕괴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영풍·MBK 파트너스가 임시 주주총회를 반복 개최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