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회장 최윤범)이 영풍측에 황산취급대행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영풍은 "20여년 간 문제없이 이어 온 황산 물류 위탁 업무를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악용하려는 술수”라며 거래 재개를 촉구했다.
영풍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2024. 12. 23.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환경청 행정처분, 고려아연 필요 허가 취득하면 해결"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화학물질관리법 제27조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이유로 들어 영풍에 황산 취급 대행 중단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 행정처분은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황산취급대행 계약’에 따른 황산 물류 위탁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관련 영업 허가를 받지 않아 발생한 사안이라는 것이 영풍측 입장이다.
화학물질관리법 제27조는 ‘유해화학물질 영업의 구분‘에 관한 것으로 제조, 판매, 보관․저장, 운반, 사용 등 유해물질 영업의 종류와 범위에 대해 내용을 구분해 놓은 것이다. 각 영업의 종류와 범위에 해당하는 허가를 취득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영풍은 "환경청의 행정명령은 고려아연에게 “더 이상 영풍의 ‘황산’을 받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영풍을 포함한 제3자의 ‘황산’을 보관․저장하는 등의 영업을 하려면 그에 맞는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라며 "관련 허가는 규정에 맞게 신청만 하면 수 주 내에 큰 어려움 없이 취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관련 허가 신청만 하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인데, 행정처분을 핑계로 양사가 수십년 간 원만하게 유지해 온 황산 물류 위탁 업무를 일방적으로 끊으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 "황산취급대행 계약 갱신 거절에 이은 ‘전략적 거래 단절’ 연장"
영풍 그룹의 계열사인 영풍과 고려아연은 모두 아연 제련 업체로, 2000년대 이후 각각의 아연 제련공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황산 제품의 대부분을 온산항을 통해 수출해 왔다. 온산항은 태생부터 정부의 대규모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에 따라 온산국가산단에 설립된, 케미컬류 수출에 최적화된 항구다. 영풍 그룹이 양사의 황산 수출 창구를 온산항으로 단일화한 이유다. 영풍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석포제련소가 생산한 황산을 철도로 온산역까지 운송 및 하역한 뒤, 온산역부터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일부 구간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파이프라인 및 황산탱크(2기)를 유상으로 사용해 왔다.
이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맺은 ‘황산취급대행 계약’에 따른 것이다. 영풍은 "이 계약은 고려아연의 기존 설비를 정당한 비용을 내고 사용하는 것으로 고려아연에 별도의 부담을 가중하는 계약이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고려아연은 지난해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계기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되자 양사가 20여 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유지해 온 ‘황산취급대행 계약’의 단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자체적으로 황산 물류 처리에 필요한 시설 및 인프라 확충 시까지 한시적으로만 고려아연과 황산취급대행 계약 관계를 지속하려 요청하였으나, 고려아연이 이를 거절했다"며 "이는 영풍의 황산 물류 위탁 업무를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석포제련소를 문닫게 하려는 ‘전략적 거래 단절’"이라고 밝혔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이 같은 일방적 계약 갱신 거절이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라고 보고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그 보전 처분인 ‘거래거절금지 가처분’을 제기하여 현재까지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영풍은 "이같은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정부의 ‘행정처분’을 이유로 또 다시 황산 취급 중단을 통보한 것은 기존 ‘황산취급대행 계약’ 갱신 거절에 이은 ‘전략적 거래 단절’의 연장이며, MBK-영풍과의 분쟁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풍 황산 물류 차질로 아연 생산량 줄이면 고려아연은 중국업체와 가격경쟁 벌어져"
황산은 제련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산물로, 이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아연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제 아연시장에서 고려아연이 1위, 영풍이 4위이며, 5위 권에는 중국 및 인도 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 만약 고려아연의 황산 물류 위탁 거부로 인해 영풍 석포제련소가 아연 생산을 줄이게 되면 이들 중국, 인도 업체들이 영풍의 빈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고, 덩달아 중국 등 해외업체와의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고려아연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황산 물류 위탁 거부는 영풍뿐만 아니라 고려아연에도 득보다 실이 더 큰 결정이며, 국내 비철금속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역행하는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결정"이라며 "고려아연이 양사 모두에게 해가 되는 황산 물류 위탁 거부를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 영풍이 자체적으로 황산 물류를 위한 시설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영풍은 고려아연의 황산 물류 시설을 항구적으로 사용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동해항에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기존 황산 저장탱크 2기에 더해 추가로 1기 설치를 추진하는 한편, 기존 계약 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풍은 "이번 고려아연의 황산 물류 취급 중단 통보에 따라 우선 동해항의 자체 수출 설비 및 석포제련소 내 황산 탱크 등을 활용하여 황산 물류 처리를 최대한 소화할 계획"이라며 "고려아연과의 황산취급대행 계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