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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에 '행운의 여신' 미소짓는 3가지 이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살펴보니

- 영풍∙MBK가 공개매수한 주식은 우호 지분↑...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은 소각해 우호지분 늘지 않아

- 고려아연 보유 현금 1조1100억원 수준... 공개매수 투입 예정 금액 1조5000억원 미달

  • 기사등록 2024-10-06 12: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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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민주 기자]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마감일이 14일(월)로 연장되면서 어떤 결말을 맺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마감일은 23일(수)이지만 IB업계에서는 영풍∙MBK의 공개매수 마감일(14일)에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공개매수는 겉보기에는 조(兆) 단위 현금을 투입하고 가격과 조건이 동일해보이지만 IB전문가들은 승패의 큰 축은 기울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행운의 여신'이 영풍∙MBK에 미소짓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주식(자사주) 소각해야... 우호지분 추가 안돼 


가장 큰 이유는 공개매수 이후에 주식을 어떻게 처분하느냐가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측이 공개매수로 확보한 고려아연 주식(자사주)은 단 1주도 최윤범 회장 우호 지분으로 추가되지 않는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데다 고려아연측은 공개매수한 고려아연 주식을 전량 소각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측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영풍∙MBK가 공개매수로 확보한 주식은 고스란히 영풍∙MBK 우호지분으로 늘어난다. 근본적으로 '전투 지형'이 다른 것이다. 


둘째, 최윤범 회장측의 공개매수는 무산될 리스크가 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이 차입금에 의존해 자사주를 대거 공개매수하는 것은 위법이자 배임이라며 2차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이다. 


최윤범 회장측이 고려아연 보유 현금 1조5000억원을 자사주 소각으로 '태우는'(허공에 날리는)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이 위법 혹은 배임인가는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주주 이익 극대화'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고려아연은 회사 이름(Korea Zink)에서 알 수 있듯이 아연(zink)을 생산한다. 부산물로 고부가가치의 은(silver)과 금(gold)도 생산한다.


영풍∙MBK에 \ 행운의 여신\  미소짓는 3가지 이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살펴보니고려아연의 아연 생산 프로세스. [자료=더밸류뉴스]

고려아연은 1조5000억원으로 연정광(zink concentrate.아연 원재료)을 매입해 아연, 은, 금을 생산해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내서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 배당은 현금(cash)이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이 개선되면 고려아연 주가가 상승해 주주는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반면 이번 자사주 소각은 주주 입장에서 '손에 쥐어지는 게' 없다. 이론상의 주당(株當) 가치 증가만 존재할 뿐이다. 자사주 소각으로 1조5000억원을 태우는 것과 1조5000억원 어치 원재료(연 정광)를 매입해 이익을 내서 배당(현금)을 지급하고 주가도 상승하는 것 가운데 무엇이 주주 가치 극대화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선명하다. 


고려아연의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액)은 85.84%이다(2024 상반기(1~6월) K-IFRS 별도). 고려아연이 1조5000억원을 재료비, 노무비, 경비에 투입해 아연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면  약 1조8000억원의 매출액을 거둘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려아연의 평균 순이익률(당기순이익/매출액) 6%, 배당성향 50%를 가정하면 고려아연은 주주에게 주당 배당금 2600원을 추가 지급할 수 있다. 지난해 고려아연 주당 배당금 1만5000원의 약 17%에 해당한다. 여기에 주가 상승과 시세 차익은 별도이다. 


◆경영권 분쟁, 승자에게도 '상처 뿐인 영광'


세째, 최윤범 회장측은 이번 공개매수에서 우위를 점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고려아연측이 1조5000억원 전액을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에 사용한다면 고려아연은 재무 불안정에 빠질 수 있다.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고려아연이 보유한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 자산+단기투자자산+기타유동자산)은 1조1887억원이다. 구체적으로 현금성자산 1629억원, 단기투자자산(채무증권, 자사주신탁MMDA(수시입출금예금) 등) 9002억원, 기타유동자산(선급금, 선급비용, 탄소배출권 등) 1256억원이다. 단기금융기관 예치금 1530억원은 사용제한(동반성장 정기예금)이기 때문에 제외된다. 이 금액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1조5000억원에 미달한다. 만약 고려아연이 1조 5000억원 전액을 공개 매수에 사용한다면 보유 현금이 사실상 제로 수준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고려아연의 월평균 고정비(fixed cost)는 약 140억원이다. 아연 생산과 무관하게 임직원 급여, 복리후생비,  임차료 등으로 월평균 140억원이 빠져나간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원재료 매입비를 비롯한 변동비(variable cost)는 제외돼 있다. 그러면 고려아연은 외부에서 차입금을 조달해야 하는 데 이 경우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실탄'으로 투입한다고 공시한 자기 자금 1조5000억원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1조5000억원에 사모사채 발행액 1조원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공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최윤범 회장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다면 그는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반면 영풍∙MBK는 디폴트값(원래 지점)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영풍∙MBK에 \ 행운의 여신\  미소짓는 3가지 이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살펴보니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7월 31일 온산제련소가 있는 올산에서 진행된 창립 기념행사에서 경영 현황과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변수는 영풍정밀·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 ... '패자도 승자도 불행' 교훈 남길 듯


MBK가 이번에 공개매수 가격(83만원)을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높일 수도 있었는데도 동일하게 맞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IB업계의 한 인사는 "MBK 파트너스는 기업을 사고 파는 것이 '밥벌이'이며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겠다고 보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최윤범 회장은 본인 표현대로 국가 기간산업을 맡은 제조업 경영자이다. 싸움의 장소부터가 MBK '텃밭'이다.  이제 남은 변수는 최윤범 회장측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인상할 것인가와 영풍정밀의 공개매수의 향방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달려있다.


영풍∙MBK에 \ 행운의 여신\  미소짓는 3가지 이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살펴보니영풍그룹 현황과 지배구조.  2024. 6.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한국 재계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영권 분쟁은 결과와 무관하게 승자에게나 패자에게나 대체로 불행했다. 한국 재계 역사에서 사실상 최초의 경영권 분쟁은 1985년 진로소주를 둘러싼 분쟁이었다. 


'두꺼비 소주'로 알려진 진로그룹을 일군 장학엽(1903~1985) 창업주가 타계하자 당시 진로그룹을 이끌고 있던 장익용(장학엽 창업주 동생 장학섭 장남) 사장과 장진호(장학엽 창업주 장남·1952~2015) 상무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고 1985년 주주총회 표대결 끝에 장진호 상무가 승리했다. 장진호 상무는 장익용 사장측 경영진을 몰아냈다. 36세 젊은 나이에 총수에 오른 장진호 회장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맞았고 그룹은 공중분해됐다. 한때 재계 24위까지 올랐던 진로그룹의 존재를 아는 이는 이제 많지 않다. 


그룹 해체 이후 장진호 회장은 분식회계, 비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고 캄보디아, 중국 등을 떠돌다 2015년 63세에 중국 베이징에서 심장마비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장진호 회장이 화합과 협상의 미덕을 보였다면 그의 개인사와 진로그룹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자비는 자비를 낳는다는 평범한 교훈을 이번 경영권 분쟁이 가르쳐준다는 것은 한국 재계에 소득이 되겠다. 양측이 감정의 골을 덮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극적 타결을 하는 마지막 한 가지가 남아 있기는 하다.   


tv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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