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저희 고려아연의 결연하고 분명한 의지를 주주, 투자자, 임직원, 협력업체 그리고 국민여러분께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진행된 고려아연 기자회견.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이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의 M&A 시도에 대한 회사의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국내 최대 아연 제련업체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의 방향을 지켜보려는 취재진들로 회견장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MBK·영풍, 기습적으로 고려아연 공개매수... 경영권 공격 실체 드러나"
박 사장은 MBK와 영풍이 치밀하게 계획된 '기습 공격'으로 회사 방어권을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추석연휴 시작 직전인 9월 13일 금요일 공개매수를 시작하여 연휴와 공휴일, 주말을 제외하면 영업일 기준 11일만 남도록 함으로써 회사의 대응과 방어를 무력화하고자 했습니다. 공개매수와 동시에 회사의 자사주 취득 금지를 구하는 1차 가처분을 제기하여 회사의 유일한 대응 수단을 봉쇄하고자 했습니다."
박기덕 사장은 "1차 가처분이 기각되자 마치 예상한 듯 2시간 만에 2차 가처분을 제기했다"며 "회사 몰래 오랜 기간 공격을 준비한 그들은 택일을 잘 하여 11 영업일 동안만 회사의 손발을 묶으면 주당 66만원이라는 헐값에 쉽게 회사를 빼앗을 수 있다고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MBK·영풍 측의 의도를 분석했다.
◆"투자자 기만하고 시장 교란해"... 주가조작 의혹 제기
박 사장은 MBK·영풍 측이 가처분 소송을 악용해 투자자들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치 회사의 공개매수가 위법해 2차 가처분으로 인해 무효화될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유포하며 투자자와 시장을 불안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박 사장은 공개매수 가격 변경 과정도 문제 삼았다.
"MBK는 66만원이면 충분한 프리미엄 가격이라고 호언장담하다가 75만원으로, 다시 83만원으로 번복했습니다. 온갖 루머와 마타도어가 난무한 가운데 그 중심에는 MBK와 영풍이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박사장은 "이로 인해 5.43%에 달하는 수많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주당 89만원의 매각 기회를 뒤에 두고도 주당 83만원에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확정 이익을 포기하는 투자자 손실 상황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법적 대응 준비...트로이카 전략 차질없이 진행"
MBK와 영풍의 행태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 사장은 "비정상적인 유인 거래 결과로 주주들이 직접적인 손해를 봤다"며 "수사와 조사를 통해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이 규명되면 공개매수의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자사주 소각 계획도 재확인했다. 박 사장은 "추후 이사회와 내부 논의를 통해 소각 일정을 정할 것"이라며 "소각 의지는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재무구조 우려에 대해서도 "개별 재무제표 기준 20%대의 부채비율을 유지해온 초우량 기업"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울러 2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 자원재생 등 '트로이카 전략'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자금 수요나 재무 구조 계획을 이미 수립했다"며 "이번 공개매수로 인한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약 1시간에 걸친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은 98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한 현 경영진의 성과를 강조하고 MBK와 영풍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