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28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를 상대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이들은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 이는 지난 2019년 이후 최윤범 회장의 독단적 경영 행태와 불합리한 투자 결정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우호지분을 확대해 70년 넘게 유지된 동업 관계를 파기했을 뿐 아니라, 과도한 투자로 경영권을 사유화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자사주 매입을 통한 경영권 방어 행보는 회사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영풍그룹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사회 전면 개편...'전문성·투명성' 방점, 사외이사 12명 영입 추진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현재의 이사회가 독립적인 업무집행 감독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 전면적인 이사진 개편을 추진한다. 이는 특정 주주가 아닌 모든 주요 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될 신규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재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장씨와 최씨 가문의 지분이 다수의 개인들에게 분산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어느 한 주주가 회사를 책임경영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 1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의 선임을 제안했다. 신임 사외이사진은 금융, 법조, 산업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금융 분야에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포함됐다. 이들의 풍부한 금융 경험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 강화와 투명한 자금 운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법조계에서는 김수진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변현철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이득홍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참여한다. 이들은 회사의 법적 리스크 관리와 준법경영 체계 구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수진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김재섭 DN솔루션즈 부회장 등을 추천했다. 이들의 참여는 고려아연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타비상무이사로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추천됐으며, 이들은 주요 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도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최근 10년 고려아연 실적과 주요 연혁. K-IFRS 연결. 단위 억원,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집행임원제 도입 추진…'소유·경영 분리' 본격화
이번 개혁의 핵심은 집행임원제 도입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는 경영 의사결정, 집행, 감독 권한이 모두 이사회에 집중되어 있어 견제와 균형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경영진이 이사를 겸하거나 특정 이사의 대리인 역할에 그치면서 실질적인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고,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사유화를 견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장형진(왼쪽)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오른쪽) 고려아연 회장. [사진= 영풍·고려아연]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이사회가 주주들을 대표해 중요사항을 결정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실제 경영 집행은 대표집행임원(CEO), 재무집행임원(CFO), 기술집행임원(CTO) 등 전문 경영인이 담당하게 된다. 이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실현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최 회장을 포함한 주요 주주들이 경영진에서 물러나 이사회까지만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 개인에 의한 독단적 경영을 방지하고, 전문 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집행임원제를 도입함으로써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를 정상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최 회장 체제에서의 거버넌스 훼손과 이사회 무력화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은 지난 3월 남양유업이 대주주인 한앤컴퍼니 주도로 훼손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표이사제를 폐지하고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단행한 것과 유사한 형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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