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가 첫 임기에서 적자 바이오기업을 현금창출 기업으로 바꿔놓고 두 번째 임기의 시험대에 섰다. 취임 직전인 2022년 1311억원이던 영업손실은 2025년 203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뒤집혔고, 2026년 1분기에는 898억원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3월 주주 99.6%의 찬성으로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그는 7월 말 대통령 경제사절단의 제약·바이오업계 유일한 일원으로 브라질까지 직접 날아갔다. 이제 시장이 묻는 것은 흑자전환 자체가 아니다. 엑스코프리 한 제품에 매출의 약 90%를 기대는 구조에서 방사성의약품(RPT)·표적단백질분해(TPD)·두 번째 상업화 제품을 얼마나 빨리 다음 현금원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더밸류뉴스∙AI생성]
◇ 이동훈 대표는…
△1968년생(58) △서울대 경영학과(1992)·미 오하이오주립대 MBA(1995) △삼정KPMG 투자자문 본부장 전무(2001) △동아제약 사업개발실장 전무(2012. 8)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2013. 3) △동아ST 글로벌사업총괄 부사장(2016. 7) △SK 투자3센터장(2019. 2) △SK바이오투자센터장(2021. 1) △SK바이오팜·SK라이프사이언스 사장(2023. 1) △SK바이오팜 대표이사(2023. 3) △SK바이오팜·SK라이프사이언스·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대표이사 사장(현재)
◆ 취임 전 1311억 적자→영업이익 2039억…첫 임기 '흑자 구조화'
이 대표가 경영을 맡기 직전인 2022년 SK바이오팜의 연결 매출액은 2462억원, 영업손실은 1311억원이었다. 그는 2023년 1월 사장으로 업무를 시작해 같은 해 3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취임 첫해 매출은 3549억원으로 44.2% 늘고 영업손실은 371억원으로 940억원 줄었다. 4분기에는 15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흑자전환 목표를 지켰다. 미국 판매가 늘어나는 동안 판관비 증가를 5%대에 묶은 결과였다.
2024년에는 매출액 5476억원, 영업이익 963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마일스톤 같은 일회성 매출 없이 세노바메이트 판매만으로 낸 흑자라는 점이 컸다. 당기순이익은 2270억원이었지만 안정적 흑자 진입을 전제로 과거에 인식하지 않았던 이연법인세자산을 한꺼번에 반영한 효과가 포함됐다. 본업 평가는 영업이익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지난해는 연간 매출액 7067억원으로 29.1%, 영업이익 2039억원으로 111.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7.6%에서 28.9%로 뛰었고 당기순이익은 253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949억원에서 1763억원, 잉여현금흐름은 815억원에서 1468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은 80.6%에서 45.0%로 낮아졌다. 연구개발 기업이 외부 조달이 아니라 제품 판매 현금으로 차기 파이프라인을 살 수 있는 체질로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sk바이오팜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27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7.8%, 영업이익은 898억원으로 249.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39.4%는 분기 최고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1027억원에는 중국 합작법인 이그니스 테라퓨틱스의 상장 전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지분 가치 재평가와 지분법이익이 반영됐다. 지난 5일 발표된 2분기 실적도 매출액 2474억원, 영업이익 97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40.3%, 56.9% 증가해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 미국 직판의 영업 레버리지…한 달 절반 현지서 의사·영업조직 만나
실적을 끌어올린 엔진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제품 '엑스코프리(XCOPRI)'다. 신약 발굴과 임상,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2020년 직판 체계 가동은 전임 조정우 대표 시절 완성됐다. 이 대표의 공은 이미 깔린 판매망의 생산성을 높인 데 있다.
그는 한 달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 머물며 영업사원과 주요 뇌전증센터 의사를 직접 만났고, 내셔널 세일즈 미팅과 처방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환자 이중 마케팅을 밀어붙였다. 전임자의 연구 성과와 후임자의 상업화 실행력이 이어진 사례다.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은 2023년 2708억원에서 2024년 4387억원, 2025년 6303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2025년 연간 매출액(7,067억원) 중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 비중은 89.2%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1977억원, 2분기 22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4%, 45.6% 증가했다. 같은 시기 처방 증가율도 8.4%(약 14만3000건)였다. 판매량이 늘어도 이미 구축한 영업조직의 고정비는 크게 늘지 않아 이익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영업 레버리지'가 작동했다.
이 대표는 제품 수명도 늘리고 있다. 회사는 현탁액 제형의 미국 허가를 신청했고, 일차성 전신 강직간대발작과 소아 환자로 적응증 확대를 추진한다. 중국에서는 2026년 3월 첫 처방을 시작했고 일본도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7월에는 브라질 유로파마와 협약을 맺어 8월 현지 출시와 6억명 중남미 시장 확대를 예고했다.
이 대표는 2029년 전후 엑스코프리 매출 10억달러를 목표로 한다. 다만 2025년 4분기에는 미국 도매상 재고와 약가 할인·리베이트의 계절성으로 이익이 시장 기대를 밑돌았던 만큼 미국 직판의 높은 마진과 분기 변동성은 함께 관리해야 한다.
◆ 620억 TPD 인수·RPT 최대 1.6조 계약…'두 번째 제품' 확보 속도전
이 대표는 공인회계사와 인수합병 전문가의 강점을 신사업에 투입했다. 취임 석 달 뒤인 2023년 6월 미국 프로테오반트 지분 60%를 4750만달러(당시 약 620억원)에 인수해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로 편입했다. SK가 보유하던 나머지 40%도 넘겨받아 2026년 완전자회사로 만들고, TPD 등 차세대 R&D 역량 강화와 사업 운영을 위한 선제적 투자 차원에서 512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방사성의약품(RPT) 파이프라인 도입 계약 구조를 보면 확정 선급금과 조건부 마일스톤이 명확히 구별된다. NTSR1 표적 파이프라인(SKL35501)의 경우 선급금(Upfront) 850만 달러에 최대 5억 6,300만 달러 규모의 마일스톤 조건으로 계약 체결되었으며, CA9 표적 파이프라인(SKT-37321 / WT-7695)은 선급금 1,500만 달러에 최대 5억 6,100만 달러 규모의 마일스톤 조건을 갖추고 있다. 두 건 모두 로열티는 별도로 산정되며 세부 지급 조건은 비공개 사항이다.
두 계약을 합산하면 확정 선급금은 총 2350만달러 규모이며, 최대 마일스톤 총액은 약 11억2400만달러(약 1조 6000억원) 수준이다. 2026년 6월에는 인실리코 메디슨과 최대 4조원 규모의 AI 기반 신경면역 치료제 공동연구 계약도 맺었다. 후보물질 소유권과 세계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나, 개발 성과에 따른 마일스톤 지급 부담은 향후 관리 과제다.
핵심은 개발 이정표와 상업화 속도다. SKL35501은 올해 초 IND 승인 후 한국 및 미국에서 임상 1상 진행을 앞두고 있으며, CA9 표적 자산(SKT-37321)과 TPD 후보물질(SKT-18416)은 모두 2027년 상반기 IND 제출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아울러 미국 판매망에 곧바로 탑재할 두 번째 중추신경계(CNS) 상업화 제품 도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연내 신규 CNS 파이프라인 도입을 목표로 적극 추진 중이며, 타겟 범위를 기존 상업화 단계 제품에서 후기 임상 단계 자산까지 확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인수 계약의 최대 스케일보다 첫 임상 데이터 도출과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 계약 완수가 이 대표의 두 번째 임기를 평가할 실질 지표가 될 전망이다.
◆ 사람 이름 외우는 투자자…소통은 강점, 지속 가능한 주주가치가 과제
이동훈(왼쪽 세번째) SK바이오팜 사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이 대표는 1968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MBA를 마쳤다. 삼정KPMG에서 10년 넘게 인수합병 자문을 했고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 동아ST 글로벌사업총괄,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을 거쳤다. 연구자 출신 전임 CEO와 달리 기업과 기술의 가치를 계산하고 자본을 배분해온 투자형 경영자다. SK 재직 때 프로테오반트 설립, 프랑스 이포스케시 인수, 미국 CBM 투자와 SK바이오팜 상장에 관여한 경험이 현재 RPT·TPD 확장 전략으로 이어졌다.
숫자에 밝지만 조직에서는 사람을 앞세우는 편으로 알려졌다. 전 직원과 일대일 면담, 조직별 간담회, 매월 타운홀을 진행하고 직원 이름을 직접 외우려 한다. SK바이오팜은 2026년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을 4년 연속 받았고, 이 대표는 열린 소통과 신뢰 리더십을 이유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에 2년 연속 선정됐다. 미국에서도 보고서만 받기보다 영업사원과 의사를 찾아가는 현장형 스타일을 유지한다.
개인적으로는 2021년 '어떻게 경제적 자유를 얻을 것인가'를 썼다. 30년간의 투자 성공과 실패를 바탕으로 단기 수익보다 장기 투자와 삶의 독립을 강조한 책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엑스코프리의 현금을 차기 기술에 장기 투자한다는 철학은 일관된다.
다만 2026년 1분기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2489억원 남아 있어, 주주환원 정책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수요와 재무 건전성, 현금 흐름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엑스코프리로 창출되는 견조한 현금흐름을 R&D 확충과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재투자에 최우선 활용하고 있다.
첫 임기 동안 단일 제품을 확실한 흑자 엔진으로 다져놓은 이 대표가, 두 번째 임기에서 이 현금을 또 하나의 승인 신약과 지속 가능한 주주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