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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문의 독서 설명문] ⑤ 꿈을 계산하는 방법

  • 기사등록 2025-12-03 10: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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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문 건축 및 공간디자이너∙문화평론가]


“젊었을 땐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늙고 나니, 그것이 사실임을 알았다.”


대학생 때 이 문장을 읽었다면 나는 오스카 와일드를 불쌍한 사람 취급했을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 내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고, 미래 설계에 ‘돈’이라는 변수가 낀 지금은 저 말에 씁쓸한 뒷맛을 느낀다. 사랑하는 것들이 점점 명확해져가는 요즘이다. 무엇을 포기할 수 있고, 포기할 수 없는지 알게 되며, 차츰 경제적 안정을 필요로 하는 미래가 그려진다. 그리고 비록 젊은 나이지만,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돈의 무게가 참 무겁다. 


요즘 교보문고에 가면 가장 눈에 밟히는 곳, 발에 치일 듯 널려 있는 게 ‘AI’, 그리고 ‘돈’과 관련한 책이다. 수많은 저자들의 확신과 멘토링으로 가득 차 있는 서점에서 나는 왠지 모를 조급함의 기류를 느낄 수 있었다. 아닌 말이 아니라, 지금의 거의 모든 매체는 조급함을 조장한다. 그 기류 속에서 매체의 소비자인 우리는 ‘100억 부자’나 ‘파이어족’으로의 막연한 레이스에 뛰어든다. 꿈을 가장한 모호한 숫자와 단어는 노동과 저축의 가치를 초라하게 만든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달리기는 고통스럽다. 그 불안함이 우리를 투자가 아닌 ‘한 방’을 노리는 투기판으로 내모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튜브 영상의 썸네일에 적힌 액수가 나에게 정말 유효한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루고 싶은 목표들은 무엇인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크기는 얼마인지,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반복해 도달한 마지막 지점은 ‘나는 어떤 삶을 살 때 행복한 사람인가?’였다. 거기서부터 다시 거슬러 올라가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처음에 막연히 그렸던 목표와 사뭇 다른, 그러나 더 명확한 도착지점을 그려볼 수 있었다. 꿈은 막연히 꾸는 것이 아니다. 꿈은 계산되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치밀하게. 그 계산의 상수(常數)가 시장의 수익률이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설명문의 독서 설명문] ⑤ 꿈을 계산하는 방법

Money. 토니 로빈스 지음. 조성숙 옮김. 정철진 감수. 알에이치코리아.



토니 로빈스의 《머니(Money)》가 가장 위대한 투자 입문서로 불리는 이유도 이와 닿아 있다. 스스로 정의한 그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해 본 적이 있는가? 저자는 우리에게 계산기를 건넨다. 저자가 안내하는 ‘재무적 자유의 7단계’는 무의식의 불안을 숫자로 실체화하는 과정이다.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삶의 배경,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한 비용을 산출해 보면, 구체적인 ‘숫자’가 남는다. ‘나 자신’이라는 상수를 수치화하는 순간, 막연했던 꿈이 도전해 봄직한 방정식이 된다.


목표(What)가 선명해지면, 수단(How)이 교정된다. 그동안 우리가 투자를 숏츠 영상 넘기듯 소비해왔던 이유는, 도착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인생을 바꿔줄 ‘한 방’은 조급함이 빚어낸 착시다. 토니 로빈스는 0.001 퍼센트처럼 투자하라고 권한다. 책이 소개하는 레이 달라오, 존 보글 같은 투자의 거인들은 시장을 예측하지 않는다. 저비용 ‘인덱스 펀드’, 달라오의 ‘올 웨더(All-Weather) 포트폴리오’ 등. 저자가 소개하는 0.001 퍼센트 거인들의 투자 방식은 무너지지 않을 자산 배분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전략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매일 상한가를 치는 짜릿함도, 차트를 보는 기술도 없다. 하지만 저자는 명확한 ‘숫자’를 목표로 가진 이에게 ‘기술’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인생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무너지지 않는 시스템이다. 토니 로빈스의 《머니(Money)》는 역사와 데이터로 증명한다. 예측할 수 없는 시장에서 ‘나’라는 상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복리의 마법과 흔들리지 않는 우직함뿐이다.


“실행하고, 즐기고, 나누라.”


책의 마지막 파트인 7부의 소제목이다. 돈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정복해야 하는 이유는 그 너머에 있는 뜨거운 삶을 살기 위해서다. 부를 쌓는 여정의 끝은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눈 맞추고,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며, 삶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자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자조 섞인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어본다. 그것이 사실인 것을 알기에, 우리는 앞으로도 기꺼이 돈을 공부해야 한다. 그것이 차가운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뜨거운 방식일 것이다.


[설명문의 독서 설명문] ⑤ 꿈을 계산하는 방법

 설명문 건축 및 공간디자이너·문화평론가·비평연대


arcseol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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