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5호기 발사를 4개월 앞둔 한국 우주산업의 진짜 시험대는 발사 성공이 아니라 시장 자립이다.
지난 14일 우주항공청이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 연 'SOS 간담회'는 단순한 발사 점검이 아니었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이 자리에서 누리호 5호기 단 조립이 70~90% 진행된 상태로, 오는 3분기 발사를 목표로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5호기에는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부탑재위성 10기 등 총 15기가 태양동기궤도에 투입된다. 누리호 4차 발사가 지난해 11월 위성 13기를 안착시킨 데 이어, 5호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이하 항우연) 주도 체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의 민간 발사 서비스 체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 우주산업의 무게중심이 정부 연구기관에서 민간 기업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리호 5호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 체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의 민간 발사 서비스 체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 지분 5% 이상을 확보하고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한국 우주산업은 발사체와 위성, 항공 플랫폼, 데이터 서비스를 묶는 '한국판 스페이스X' 밸류체인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한국 우주산업 생산은 지난 2023년 31.6억달러로 1년 만에 9.2% 늘었고, 정부는 올해를 우주산업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글로벌 위성 발사 시장은 이미 스페이스X 팰컨9이 사실상 과점한다. 누리호 5호기가 우주에 도달하는 것은 시작일 뿐, 진짜 시험대는 그 너머의 시장에 있다.
◆ 발사 성공보다 중요한 것...누리호 5호기의 진짜 의미
지난 14일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1사업장에서 열린 제5차 우주항공 SOS 간담회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두원중공업, 비츠로넥스텍, 스페이스프로 등 11개 산업체가 참여했다. 핵심 의제는 단순한 발사 준비가 아니었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누리호 발사체 산업의 상업화와 민간 중심 우주수송 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한 자리였다.
현재 누리호 5호기는 단 조립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로 오는 3분기 발사를 목표로 준비가 진행 중이다. 이번 발사에는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부탑재위성 10기 등 총 15기가 태양동기궤도에 투입된다. 중요한 점은 탑재 위성 숫자보다 한국형 발사체가 이제 단발성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반복 운용 체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리호 4차 발사가 지난해 11월 위성 13기를 안착시키며 안정적 발사 능력을 입증했다면, 5호기는 그 체계를 민간 운영 중심으로 확장하는 첫 단계에 가깝다.
특히 이번 발사는 항우연 중심 체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체계종합 중심 체제로 넘어가는 상징적 전환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부터 항우연과 함께 누리호 체계종합 업무를 수행해왔고, 4차 발사부터는 제작·조립·발사 운용 전반에 참여했다. 내년에 예정된 6차 발사까지 이어지면 한국형 발사체는 사실상 정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넘어 민간 상업 서비스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정부 역시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오는 2030년까지 3808억원을 투입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민간 우주발사체 발사 시설과 발사체기술사업화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경남에는 민간 위성 시험 인프라를, 대전 KAIST에는 우주기술혁신인재양성센터를 조성한다. 단순히 로켓 한 기를 쏘는 것이 아니라 반복 발사와 민간 사업화를 감당할 산업 기반 자체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누리호 차수별 탑재 위성 수와 발사 일정.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항공청(2026. 5)]
한국 우주산업의 체급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한국 우주산업 생산액은 지난 2022년 28.9억달러에서 2023년 31.6억달러로 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항공제조산업 생산도 17.8% 늘었다. 1992년 우리별 1호로 시작한 한국 우주개발은 이제 자체 발사체와 달 탐사선을 보유한 단계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우주산업의 진짜 경쟁력은 한 번의 성공적인 발사가 아니라, 그것을 반복 가능한 산업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한화의 KAI 경영 참여...수직 통합형 우주 밸류체인 본격 가동
우주산업의 진짜 게임체인저는 발사체가 아니라 그 위에 쌓이는 서비스 산업이다. 스페이스X가 단순한 발사 사업자가 아니라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으로 우주산업 판을 바꾼 것처럼, 발사체-위성-데이터-서비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누가 먼저 완성하느냐가 미래 시장의 지배자를 가른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우주 밸류체인을 구축 중인 곳은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KAI 지분 5% 이상을 확보하고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공식 변경했다. 한화 측은 "구체적인 경영 참여 계획은 검토 중"이며 "향후 KAI 업무 관련 사항이 발생할 경우 회사,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충분히 감안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한화-KAI 결합을 한국형 우주 통합 플랫폼의 초기 형태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발사체와 항공기 체계를 한 그룹 안에서 묶어 운용하는 구조 자체가 그동안 한국에 없던 모델이기 때문이다.
세 회사의 강점은 그대로 우주 밸류체인의 세 축이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과 우주 발사체 핵심 부품, 한화시스템은 위성 제조와 영상·데이터 사업, KAI는 KF-21·FA-50·수리온 등 항공기 체계와 위성·무인기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쎄트렉아이를 연결 실적으로 반영하고 있어 위성 사업까지 자체 라인업을 갖췄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8일 제주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를 직접 방문해 해상도 15cm급 'VLEO UHR SAR 위성' 실물 모형을 살폈다. 초고해상도 위성영상 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행보다.
KAI도 자체 우주 사업을 확장 중이다. 100% 자회사 에스앤케이항공은 누리호 발사체 구조물 계약을 통해 우주 밸류체인에 진입했고, 누리호 4~6차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4년 4월 540억원을 출자해 항공기·항공엔진 리스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에비에이션을 설립했고, 미국 항공엔진 MRO 전문 시설을 인수해 한화에어로테크닉스 법인까지 신설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선과 달리 항공 MRO는 수행 즉시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인 데다 부가가치도 높아 김동관 부회장이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위성 데이터 서비스 시장은 우주산업 안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위성 데이터 서비스 시장은 지난 2023년 약 93억달러에서 오는 2028년 209억달러 규모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확대된다. 연평균 17.5% 성장이다. 한국이 발사체에서 위성으로, 위성에서 데이터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 이 고성장 시장의 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화-KAI 결합이 단순한 방산 재편을 넘어 우주산업 재편의 신호로 읽히는 이유다.
◆ 스페이스X와의 비용 격차...다음 10년의 진짜 과제
기술 자립이 끝났다고 시장 자립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위성 발사 시장의 현실은 차갑다. 상업 발사 시장에서 스페이스X의 지배력이 압도적이고, 블루오리진 뉴글렌과 유럽 아리안 6, 일본 H3 같은 후발주자들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진입 중이다. 누리호가 글로벌 상업 발사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발사 단가를 크게 끌어내려야 한다는 분석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글로벌 우주경제 시장 규모 추이. [출처: uroconsult Space Economy Report, Morgan Stanley Research]
이 격차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차세대중형위성 2호(CAS500-2) 발사다. 534kg급 광학 관측 위성인 CAS500-2는 당초 누리호로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약 4년 미뤄진 끝에 결국 스페이스X 팰컨9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검증된 상업 발사체로 일정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발사 직후 첫 교신은 해외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에서 이뤄졌고, 국내 지상국과는 발사 약 6시간 18분 뒤 항우연에서 교신을 완료했다. 한국이 자체 발사체를 가진 세계 7번째 국가이면서도 자국 위성을 외국 발사체에 실어 보냈고 첫 교신마저 해외 지상국에 의지해야 했다는 사실은 '시장 자립'까지의 거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해법의 한 축은 차세대 발사체에 있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메탄 엔진 기반의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스페이스X가 팰컨9 1단을 회수해 재사용하면서 발사 단가를 극적으로 낮춘 길을 한국도 따라가겠다는 그림이다. 다만 한국형 차세대 발사체가 본격 운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전까지는 누리호의 신뢰성을 차곡차곡 쌓아 글로벌 위성 사업자들이 한국 발사체를 신뢰할 수 있는 옵션으로 만드는 작업이 우선이다. 한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안정적인 발사 기회 확보가 발사체 산업 활성화의 핵심"이라며 "지속적인 발사 수요 창출과 민관 협력 강화를 통한 경쟁력 있는 상업 발사 서비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 규모를 지난 2016년 3500억달러에서 오는 2040년 1.1조달러 이상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컨설팅 유로컨설트도 우주경제 규모가 지난 2023년 5090억달러에서 오는 2032년 8210억달러로 연평균 5.5%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진다고 후발주자에게 자동으로 자리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스페이스X가 발사·통신·데이터 전 영역을 수직 통합해 가는 속도는 한국이 따라가기 버거운 수준이고, 결국 누리호 5호기의 진짜 시험대는 발사 한 번의 성공이 아니다.
시험대는 세 가지다. 첫째, 5·6호기를 넘어 매년 안정적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반복 발사 신뢰성이다. 둘째, 차세대 메탄 재사용 발사체로 스페이스X와 어깨를 견줄 발사 단가 구조다. 셋째, 자국 위성마저 팰컨9에 실어 보내야 했던 CAS500-2의 풍경을 뒤집을 민간 수요 창출 능력이다. 한화-KAI가 그리는 밸류체인이 이 셋 중 어느 하나라도 채우지 못하면, 누리호 발사 성공은 '기술 자립 트로피'에 그치고 시장은 여전히 미국 기업의 것으로 남는다.
소련이 1957년 스푸트니크 1호로 우주 시대를 연 지 70년 가까이 흘렀다. 한국이 자체 발사체로 1톤급 위성을 궤도에 올린 것은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2022년 누리호 2차 발사 때였다. 주요 우주개발국 가운데 낮은 1인당 우주예산으로 자체 발사체를 만든 것은 성과다. 그러나 기술 성공만으로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누리호 5호기 다음에 또 다른 5호기가, 그리고 차세대 재사용 발사체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 "안정적인 발사 기회 확보가 발사체 산업 활성화의 핵심"이라는 이번 SOS 간담회의 합의는 결국 그 끊임없는 반복을 가리킨다. 우주 시대의 승자는 한 번 멀리 간 나라가 아니라, 가장 자주 쏘아 올리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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