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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두산'이 유동성 위기에 중공업을 못버리는 이유는?

- '두산건설' 적자에서 시작된 위기...원전, 친환경에너지 분야 전망 밝아

  • 기사등록 2020-06-03 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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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김재형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 두산이 최악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경영난에 처한 두산중공업은 정부로부터의 긴급 자금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3월말 1조원, 4월 8000억원을 지원했으며, 수출입은행이 4월 외화채권 약 6000억원을 대출 전환한 것까지 포함하면 산은·수은의 두산중공업 지원 규모는 2조4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 1일 두산중공업의 자구안을 최종 수용하면서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한 1조2000억원까지 더하면 총 지원규모는 3조6000억원에 달한다.


공적자금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실탄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4조원이 넘는 데다, 최근 실시한 명예퇴직으로 퇴직금 지급에 따른 대규모 자금 수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4월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제반비용 축소 등 3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자구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계열사의 매각을 공식화하고, 두산솔루스는 매수자를 찾고 있으며 두산타워,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등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 중구 장충단로에 위치한 두산타워두산그룹이 자산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건설사업' 적자에서 시작된 위기


'일산 두산 위브 더 제니스 미분양 사태'로 일컬어지는 이 사건은 현재 두산이 마주한 위기의 발단이 됐다.


1995년 탄현동 택지개발 계획에서 시작해 2013년 완공 후 입주가 시작된 일산 두산 위브 더 제니스는 최고층 59층, 2700세대 규모의 프리미엄 아파트다. 경의중앙선과 연결된 입지 등 유리한 조건을 전제로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인근에 훨씬 더 좋은 입지를 갖춘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가치가 떨어졌다. 이에 수많은 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으면서 두산건설은 약 1650억원의 손해를 봤다.


두산건설의 손해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PF(Project Financing·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출자를 받아 사업을 시행하는 부동산 개발) 보증 방식으로 울산, 천안 등에서 진행된 건설 사업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면서 약 1조7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다. 이에 두산건설은 상장폐지되고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두산중공업까지 흔들리면서 찾아온 대위기


건설부문을 두산중공업이 떠안으면서 손해의 뒷감당은 오롯이 두산중공업의 몫이 됐다. 두산중공업은 건설부문의 손해를 대손충당금(기말까지 미회수된 매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회계계정)으로 감당해왔는데 이제는 중공업 부문마저 위기가 찾아왔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 7251억원에 이어 지난해 495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년간 누적 순손실이 1조원을 넘는데, 이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화력 발전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원전 프로젝트 수주까지 급감한 탓이다.


미래도 불투명하다. 정부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포함된 원전·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가 취소되며 10조원 규모 원전 수주가 사라졌다. 2016까지만 해도 8조원이 넘었던 두산중공업 신규 수주 물량은 지난해 말 2조원대로 급감했다.


또 현 정부가 추구하는 탈원전·석탄 정책기조와 더불어 이전보다 강화된 환경규제 등 요인은 장기적 관점에서도 화력·원자력 발전 사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외 발전 시장에서의 성장 잠재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두산중공업의 주가에도 반영됐다. 2017년 최고 2만1183원였던 주가는 3년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는 4860원(6월2일 종가 기준)까지 내려갔다.


두산중공업의 최근 3년간 주가추이. [사진=네이버증권]

그럼에도 중공업 포기못하는 이유는


모든 계열사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될 정도로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회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두산중공업이 가진 가치 때문이다. 글로벌 발전시장의 발주 가뭄과 두산건설에 대한 무리한 지원,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국내 원전시장 축소 등으로 경영위기를 맞았지만 두산중공업은 여전히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업체로서 저력을 지녔다.


원전의 경우 글로벌시장과 앞으로의 유지보수, 해체시장 규모가 거대한 블루오션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시장 규모는 향후 20년간 대형 1000억~1200억달러, 중소형은 10년간 350억달러로 추산된다. 유지보수시장의 경우 유럽의 노후원전 수명연장시장은 10년간 500억달러, 운전정비는 매년 350억~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의 전망도 밝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라 풍력발전 공급량을 현행 1.3GW(기가와트)에서 2030년까지 16.5GW로 늘릴 방침이다. 풍력발전 건립비용이 1㎿(메가와트)당 육상은 25억원, 해상은 50억원임을 감안할 때 2030년까지 연평균 3조75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석탄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가스발전(LNG)용 가스터빈도 독자기술을 통해 국산화했다. 지난해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막바지 성능시험을 진행 중이며 2023년 완공예정인 김포의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에 가스터빈을 납품한다.


정부가 최근 ‘제9차 전력수급계획 초안’에서 석탄발전기 60기 중 절반을 폐지하고 이 중 24기를 LNG 발전기로 전환한다고 밝힌 만큼 두산중공업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외의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 3조원, 연 3만명 이상의 주요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더밸류뉴스(두산중공업 제공)]

한편 산은·수은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이 친환경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경영정상화 방안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기존석탄과 원전 사업의 비중을 낮추고 가스터빈 발전사업,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키우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힘입어 지나치게 무리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전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세계 가스터빈 시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미쓰비시 등이 이미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높은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자금이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성급하게 사업구조를 바꾸면 국책은행의 지원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자금을 조달한 다음 관련 기술의 개발·검증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jaehyung1204@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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