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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55.고려에이치씨, 국내 2위 '고려해운' 초호황에 재계 첫 등판

- 해운업 호황으로 매출액 첫 5조 돌파하며 대기업집단 69위 진입

- 박정석 회장, 신태범 KCTC 회장과 함께 오너십 행사

  • 기사등록 2024-04-06 23: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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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황기수 기자]

"지구상 최대의 도박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지 않다. 그것은 바다(sea)에 있다."


해운업에 종사하고 있는 어느 전문가 이야기이다. 이는 사실이다. 해운업은 10~20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극단으로 오간다. 


해운사(혹은 선주)는 화주의 물품 운송 요청이 많아지면 조선사에 선박을 주문한다. 그런데 선박은 오늘 주문하면 내일 나오지 않는다. 선박이 사이즈가 크다 보니 주문에서 인도까지 적어도 2년, 대형 선박은 4년이 걸린다. 이에 따라 화물 운송 수요는 커지는데 선박은 부족한 상황이 전개되고 운임은 천정 부지로 치솟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선박들이 한꺼번에 인도되면서 운임은 허망하게 폭락한다.  


이같은 해운업 사이클을 잘 타면 대박을 터뜨리고, 그렇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스 청년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1906~1975)는 1932년 글로벌 해운 물동량 급감으로 해운업계가 위기에 빠지자 선박을 헐값에 대량 구매했다. 그런데 곧바로 해운업 호황이 도래해 수십배 이익을 남기고 팔았다. 그가 바로 '선박왕 오나시스'다. 그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 미망인(재클린 오나시스)을 품에 안았다. 


반대로 글로벌 7위 해운사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했다. 호황에 비싸게 산 배를 불황 때 헐값에 판 것이 큰 타격을 줬다. 해운 사이클을 거꾸로 탄 것이다.


해운업 이야기로 다소 장황하게 시작한 이유는 이같은 해운 사이클을 적절히 활용해 한국 대기업 집단에 등극한 케이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고려에이치씨그룹(회장 박정석)이 주인공이다. 


◆해운업 초호황 힘입어 재계 69위... 동남아 노선 위주


고려에이치씨그룹은 지난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 발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순위 69위이다. 


그룹 전체 매출액은 6조8171억원, 순이익은 2조6370억원으로 순이익률(당기순이익/매출액) 38.68%를 기록했다. 해운업 초호황이었음을 짐작케 한다(이하 K-IFRS 연결). 지주사는 고려에이치씨이며 계열사로는 유일한 상장사 KCTC를 비롯해 고려해운, 고려종합국제운송 등 28개이다.


[대기업집단 탐구] 55.고려에이치씨, 국내 2위 \ 고려해운\  초호황에 재계 첫 등판고려에이치씨그룹 현황과 지배구조. 2023년 12월 기준. 단위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고려에이치씨그룹이 이번에 한국 재계에 첫 등판한 것은 주력 계열사 고려해운이 해운업 초호황으로 실적이 급격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고려해운은 고려에이치씨그룹 전체 매출액의 절대액을 차지한다. 2022년 기준 고려에이치씨 계열사 매출액을 살펴보면 고려해운이 5조118억원으로 압도적 1위이고 이어 KCTC 8231억원, 고려종합국제운송 2006억원, KMTC로지스틱스 1479억원 순이다.  


고려해운의 주요 운항 노선은 '한국-일본', '한국-중국', '한국-동남아'이다. 싱가폴,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노선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려해운의 2022년 선복량(화물적재능력)은 14만9699 TEU으로 국내에서는 HMM에 이어 2위, 글로벌 기준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탐구] 55.고려에이치씨, 국내 2위 \ 고려해운\  초호황에 재계 첫 등판고려에이치씨그룹 주요 계열사 매출액. [이미지=더밸류뉴스]

고려해운의 최근 10년 실적 그래프를 살펴보면 해운업이 10년 가량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극단적으로 오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해운은 2019년까지만 해도 매출액이 2조원을 넘지 못했고 영업이익률도 2%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2020년 말부터 해운업 호황기가 시작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퀀텀점프했다. 


2020년 연간 1조9531억원이었던 매출액을 2021년 3조709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점프시켰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545억원에서 1조4526억원으로 9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해운업계가 피크를 찍으면서 매출액 5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기업집단 탐구] 55.고려에이치씨, 국내 2위 \ 고려해운\  초호황에 재계 첫 등판최근 10년 고려해운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고려해운 뿐 아니라 해운업계의 키플레이어들도 동반성장했던 3년이었다. 공정위 대기업집단 발표에서 국내 1위 해운선사 HMM이 25위에서 19위로, SM상선을 주축으로 하는 SM그룹이 34위에서 30위로 점프했다. 


◆해운업 피크아웃으로 공정위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수도


그런데 지난해부터 해운업 피크아웃(peak out·정점 이탈)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1위 해운사 HMM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비 55%, 94% 급감했다. 또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 10개의 해운사 중 6개사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해운사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오는 10일께 공시 예정인 고려해운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려해운은 비상장사이며 4월 10일께 감사보고서를 통해 실적을 공시한다).  

 

고려해운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또 다른 근거는 '한국형컨테이너운임지수(KCCI·KOBC Container Composite Index)'이다. 이 운임지수가 높다면 컨테이너선사가 같은 양의 화물을 운송해도 높은 운임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운임지수가 하락했다면 반대의 경우를 의미한다. 지난해까지의 KCCI지수를 살펴보면, 2022년 말 2892포인트였던 KCCI는 지난해 10월 최저 1199포인트까지 약 58.5% 하락하며 기존의 절반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기업집단 탐구] 55.고려에이치씨, 국내 2위 \ 고려해운\  초호황에 재계 첫 등판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한국형컨테이너선운임지수(KCCI, KSEI)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KCCI 지수는 한국발 전체 노선을 반영한 수치로, 고려해운이 비중을 높게 갖는 동남아 노선만을 고려한 'KSEI지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기간 KSEI 지수는 1708포인트에서 266포인트까지 84.4% 하락했다. 이처럼 동남아 노선의 경우 하락 폭이 훨씬 크게 나타나면서 고려해운의 실적 감소 폭 역시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유럽과 북미 노선 등 글로벌 선사들의 주요 항로에서의 공급 과잉이 심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공급 과잉에 따라 주요 선사들이 그동안 등한시하던 아시아 시장 진입을 확대하면서 기존 선사들의 수급 여건이 악화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고려에이치씨그룹은 이달말 공정위가 발표 예정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려에이치씨그룹의 지난해 공정자산은 6조 990억원이었다. 공정자산이 5조원이 넘으면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다. 


유일한 상장사인 KCTC는 지난해 연간 8231억원의 매출과 3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KCTC는 종합물류업체로서 항만하역과 소화물창고 사업 등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물류업 특성상 이익률은 4% 수준에 불과하다. 지주사 고려에이치씨가 고려해운 지분 42%를 보유함에 따라 지분법이익으로만 7790억원에 달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지분법이익은 장부상 이익으로 기업의 현금창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대기업집단 탐구] 55.고려에이치씨, 국내 2위 \ 고려해운\  초호황에 재계 첫 등판2023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경영권 분쟁으로 오너십 '이동혁 → 박정석·신태범 회장'으로 이동 


고려해운은 임직원 급여가 해운업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남성적 문화가 강한 해운업 특성이 고려에이치씨 기업 문화에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고려에이치씨그룹의 오너 가계도는 독특하다.  


고려에이치씨그룹의 출발은 이학철(1914 ~ 1980) 창업주이며 1954년 40세에 고려해운을 창업해 한국의 주요 컨테이너 선사로 키웠다. 고려해운은 1973년 한-일 컨테이너 정기선 운영을 시작으로, 해상화물운송주선업, 항공화물운송업 등 사업을 확장해왔다. 2022년까지 37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현재 오너는 '이씨'가 아닌 '박씨'다.  이학철 창업주가 1980년 별세했고 장남 이동혁 전 회장이 32세이던 1985년부터 2004년까지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그렇지만 이동혁전 회장은 2001년 고려해운의 대표직을 맡았던 박현규 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과 갈등을 빚게 됐다. 결국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고 이동혁 전 회장은 박현규 이사장과 그의 우호세력인 신태범 KCTC 회장 등에 밀려 경영권을 상실했고 오너십은 박현규 이사장 일가가 갖게 됐다.


[대기업집단 탐구] 55.고려에이치씨, 국내 2위 \ 고려해운\  초호황에 재계 첫 등판고려에이치씨그룹 오너 가계도와 지분 현황. [이미지=더밸류뉴스]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정석 회장은 박현규 이사장 장남이다. 고려에이치씨 지분 24.3%를 갖고 있다. 여기에다 박 회장 동생 박주석 이사가 23.8%를 보유하고 있고 신태범 KCTC 회장 지분 43.3%를 더하면 91.8%에 달한다. 


박정석 회장은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서 10여년 동안 근무하다 1992년 장인 신태범 회장의 KCTC에 근무하며 해운 경험을 쌓았다. 박 회장 배우자는 신태범 KCTC 회장 딸 신정애씨이므로 경영권을 갖고 있는 두 일가는 사돈지간이다. 박정석 회장은 신태범 회장 아들이자 처남인 신용화 사장과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고려해운은 고려에이치씨가 1대 주주(42%)이며 박씨 일가가 간접적인 형태로 지배하고 있다. 박씨 형제는 고려해운의 배당금 수익을 온전히 향유하지는 못한다. '창업주 2세' 이동혁 전 회장은 경영권을 갖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고려해운 2대 주주(40.8%)로 배당금 수익이 상당하다. 


ghkdritn12@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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