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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분석] '새벽배송' 마켓컬리, '죽음의 계곡' 건널 수 있을까?

- 지난 5월 시리즈D 투자유치 받았지만 향후 1년이면 소진... 돌파구 마련해야

- "쿠팡 인수제안 거절은 실책" 지적도

  • 기사등록 2019-08-03 17: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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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최성연 기자]

지난 5월, 새벽배송 서비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컬리(대표 김슬아)는 중국 힐하우스캐피탈로부터 350억원을 추가로 유치해 총 1350억원의 '시리즈 D 투자'를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시리즈D 투자란 스타트업이 네 번째 투자를 받았다는 의미다. 컬리는 톱스타 전지현이 모델로 등장하는 마켓컬리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낯설지 않다. '새벽배송'이라는 새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컬리가 배송하는 제품군. [사진=컬리]

컬리가 2014년 12월 설립 이후 조달한 투자유치금액은 총 2228억원이다(컬리의 법인설립일은 2014년 12월 31일이다). 그간 컬리에 투자한 기관이나 VC로는 세콰이어캐피탈을 비롯해 미래에셋벤처투자,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있다. 시리즈D 투자유치를 받으면서 기업가치 6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이렇게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니 컬리는 현금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사정은 딴판이다.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컬리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대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 시리즈D 투자를 받지 않았다면 컬리는 생존이 어려웠다는 사실도 파악할 수 있다. 


◆ '시리즈D' 투자 유치금 1350억원, 내년 8월께 소진 전망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컬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10억원이었다. 

이 금액은 5월이면 고갈될 예정이었다. 왜냐하면 이 회사에서 매달 고정적으로 빠져 나가는 금액이 60억원 가량이었기 때문이다(60억원х5=300억원). 


이 회사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금액이 60억원 가량이라는 사실은 손익계산서의 판매비와 관리비가 764억원이라는 사실에서 추정할 수 있다. 판매비와 관리비란 급여, 복리후생비, 임차료, 교통비 등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말한다. 764억원을 12개월로 나누면 63억원이 나온다. 이는 상품매입비를 비롯한 변동비(Fixed cost)는 제외한 금액이다. 컬리가 지난 5월에 시리즈 D 투자유치를 진행한 것은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속적인 적자로 컬리는 2017년에는 자본 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컬리의 재무상태표(일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1350억원은 언제쯤 소진될까?

얼추 계산해보면 내년 이맘 때가 되면 컬리가 유치한 시리즈D 금액은 소진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컬리가 매달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63억원이고, 영업손실이 지금의 추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경우이다. 


컬리의 영업손실액을 살펴보면 53억원(2015년) → 88억원(2016년) → 123억원(2017년) → 336억원(2018년)으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매출액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여기에 못지 않게 영업손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컬리의 매출액, 영업손실 추이.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래프=더밸류뉴스]

기업이 실제로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을 보여주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Cash flows from operating activities. 영업현금흐름)'을 살펴봐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회사의 설립 이후 영업현금흐름을 살펴보면 마이너스 46억원(2015년) → 마이너스 98억원(2016년) → 마이너스 107억원(2017년) → 마이너스 226억원(2018년)으로 갈수록 마이너스 금액이 커지고 있다. 


◆ 거액 적자에도 대규모 광고 집행


컬리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는 광고비의 증가가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컬리가 지출한 판매비와 관리비 763억원의 내역을 살펴보면 광고선전비(148억원)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눈이 들어온다. 이 회사의 광고선전비는 임직원 전체 연간 급여(74억원)보다 많다. 


컬리의 손익계산서 내역(일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거액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이 스타트업이 톱스타 전지현을 모델로 하는 광고를 집행하는 이유가 뭘까? 


톱스타 전지현이 등장하는 마켓컬리 CF. [사진=컬리]

여기에는 새벽배송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있다.  컬리는 2014년 새벽 배송을 시작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신규 경쟁자들이 진입한 상태이다. 경쟁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신세계, 롯데, 농협하나로유통, 이마트, 쿠팡 등으로 컬리가 상대하기에 버겁다. 


특히 신세계는 지난달 말부터 온라인몰 통합법인 SSG닷컴을 통해 서울 10개구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주문 시간은 마켓컬리가 내건 밤 11시까지 주문, 아침 7시까지 배송에서 한 시간씩 당긴 밤 12시 주문, 아침 6시 배송으로 잡았다. 명백히 마켓컬리를 견제한 정책이다. 롯데, 농협하나로유통 등 여타 기업들도 당일배송 강화와 함께 새벽배송 확대를 검토 중이다. 신규 경쟁자들이 시장에 뛰어들다보니 컬리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광고를 통해 자사를 알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올해 초 쿠팡 인수제안 거절... 쓸 수 있는 카드 많지 않아


컬리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설 수 있을까? 

우선,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 회사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29억원(2015년) →173억원(2016년) →465억원(2017년) → 2571억원(2018년)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선점 효과도 누리고 있다. 컬리의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은 40%이다. 회원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 2월에는 하루 최대 주문 건수인 3만3000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 한 해 동안의 마켓컬리의 배송 거리는 지구 78바퀴를 도는 거리인 313만 4,637㎞에 달했다.


일부 경쟁자들이 이 시장에서 철수한 것도 긍정적이다. 위메프는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인 ‘신선생’을 중단했고, 티몬도 신선식품 직매입 서비스인 ‘슈퍼예약배송’을 중단하고 대신 ‘산지직송관’, ‘대용량관’ 등의 위탁판매 운영 강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찬’도 시원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 롯데, 농협하나로유통, 이마트, 쿠팡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상대하기에는 컬리가 가진 강점은 미약해보인다는 평가다. 이 점에서 컬리가 올해초 쿠팡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실책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컬리는 올해초 쿠팡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정 에셋디자인 투자자문 대표는 "또 다른 인수 제안이 올 경우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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