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당국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비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 선행투자 의혹과 관련한 금융감독원 조사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재계,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본부는 지난달 29일 금감원으로부터 고려아연의 아크미디어 투자와 관련한 조사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아크미디어 등 비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 투자와 관련한 회계처리 적정성을 조사했으며, 증권선물위원회에서도 관련 회계처리 위반 사항이 지적된 바 있다. 다만 검찰의 자료 확보가 최 회장 개인에 대한 정식 수사 착수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려아연 CI.캡션최 회장은 2020년 5월 29일 비상장 드라마 제작사 아크미디어가 발행한 전환사채(CB) 17억원어치를 개인 명의로 인수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5일 최 회장의 지인 등 7명이 아크미디어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같은 해 5월 12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코리아그로쓰1호 펀드에 약 236억6000만원을 출자했다. 해당 펀드는 최 회장 측의 개인 투자가 이뤄진 이후인 7월 10일 아크미디어 CB 25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의 펀드 출자가 먼저 이뤄지고 최 회장과 지인들의 개인 투자에 이어 펀드의 대규모 후속 투자가 집행된 것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이러한 투자 순서를 근거로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금의 투자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개인 투자에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반면 실제 투자처 선정과 자금 집행에 최 회장이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사한 투자 구조는 슬링샷스튜디오와 하이헷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도 논란이 됐다. 최 회장 또는 가족이 먼저 투자한 기업에 고려아연 출자 펀드가 후속 투자한 사례들이다.
이들 기업의 실적 부진과 투자자산 가치 하락으로 고려아연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풍·MBK 측은 아크미디어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입된 고려아연 출자 펀드 자금의 상당 부분이 회수 불투명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 측이 개인 투자금을 회수한 반면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에는 손실 위험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투자 과정의 이해상충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법조계에서는 개인 투자와 회사 자금의 후속 투자 사실만으로 배임 혐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진이 펀드의 투자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 회사에 대한 임무 위배 행위와 손해 발생이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펀드를 고려아연이 직접 운용하면서 개별 투자처 선정과 투자 시점, 자금 집행까지 결정한 것처럼 왜곡한 사안이며 펀드 운용은 운용사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또 고려아연은 증선위가 지적한 사항은 투자자산 평가와 손상 인식 등 회계처리에 관한 것으로, 경영진의 배임 의혹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려아연 감사위원회도 영풍·MBK 측이 제기한 자금 유용 및 이해상충 의혹에 대해 차기 감사위원회에서 검토한 후 조사·검토 및 이사회 보고 요구에 대한 입장을 회신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