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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상장 문턱보다 성장 사다리”…코스닥 30년, ‘진입·유지·퇴출’ 전면 재설계론

- 한국중소기업학회·중기중앙회, 4일 한국거래소서 제2회 혁신벤처포럼 개최

- 정준혁 “경영자 친화·투자자 보호 함께 가야”…코스닥 차별화·시장 신뢰 강조

- 강형구·최영근, 진입부터 퇴출까지 생애주기별 개선 제안…“시총만으로 옥석 가리면 안돼”

  • 기사등록 2026-09-07 10: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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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홍승환, 추승수 기자]

코스닥 시장이 개설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단순히 상장 문턱을 낮추거나 부실기업을 빠르게 퇴출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진입-성장·유지-퇴출’ 전 과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혁신기업에는 성장할 유인을 제공하되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함께 강화하는 것이 코스닥 시장의 재도약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현장] “상장 문턱보다 성장 사다리”…코스닥 30년, ‘진입·유지·퇴출’ 전면 재설계론한국중소기업학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모두가 찾는 코스닥, 혁신 강소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크는 자본시장’을 주제로 ‘제2회 혁신벤처포럼’을 개최했다. [사진=더밸류뉴스]한국중소기업학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모두가 찾는 코스닥, 혁신 강소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크는 자본시장’을 주제로 ‘제2회 혁신벤처포럼’을 개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거래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중소벤처기업연구원, 금융투자협회가 후원했다. 포럼에서는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 최영근 상명대학교 교수가 코스닥 기업의 진입부터 유지·퇴출까지 단계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박경민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은 이날 포럼의 출발점을 ‘상장을 얼마나 쉽게 만들 것이냐’가 아닌 ‘좋은 기업이 왜 코스닥에 들어와야 하는가’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상장 문턱보다 성장 사다리”…코스닥 30년, ‘진입·유지·퇴출’ 전면 재설계론박경민 중소기업학회 회장이 환영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더밸류뉴스]

박회장은 “오늘 포럼이 답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상장을 쉽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은 기업이 이 시장에 들어올 이유를 만들 것인가’”라며 “진입의 문턱을 낮추는 일과 진입의 유인을 만드는 일은 전혀 다른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을 자금이 필요한 중소·벤처기업과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실제 학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닥 상장사의 적자기업 비중은 40.93%로 코스피 21.13%보다 크게 높았다. 박회장은 이를 코스닥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제도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했다.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도 기업 성장과 투자자 회수, 재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박실장은 “좋은 기업은 성장할 자금을 찾고 투자자는 미래의 기업을 발견하고, 그 성공의 과실이 다시 새로운 혁신기업에 투자되는 시장이 좋은 자본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3조6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AI·딥테크 등 혁신기업의 스케일업 투자와 M&A·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출범한 1조원 규모 LP성장펀드도 언급했다. 


정준혁 교수 “해외는 거래소가 혁신기업 놓고 경쟁…코스닥만의 이유 만들어야”


첫 기조발제를 맡은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혁신 시장으로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미국·영국·EU·일본 등 해외 시장의 제도 변화를 비교했다.


[현장] “상장 문턱보다 성장 사다리”…코스닥 30년, ‘진입·유지·퇴출’ 전면 재설계론정준혁 서울대 교수가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 중이다. [사진=더밸류뉴스]정교수는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을 단순한 거래소 간 경쟁이 아닌 ‘혁신기업 유치 경쟁’으로 진단했다. 미국은 델라웨어·텍사스·네바다 등이 기업 유치를 위해 회사법 체계를 놓고 경쟁하고 있고 영국도 상장제도를 개편하는 등 창업자와 경영자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이 상대적으로 강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집에서도 미국·영국의 경영자 친화적 변화와 일본의 투자자 보호 강화가 주요 비교 사례로 제시됐다. 


정교수는 특정 해외 모델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보다 국내 시장의 문제부터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한 방향이 무조건 맞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자 친화적으로 가는 국가들이 있고 투자자 보호 쪽으로 가는 국가들이 있는데 이것이 과연 상충되는 것인가”라며 “둘 다 버릴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혁신기업은 유형자산이 부족해 은행 대출보다 지분투자 의존도가 높고 스톡옵션과 외부 투자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희석되기 쉽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복수의결권 등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할 수 있지만 이해상충이나 사익편취 등에는 오히려 보다 엄격한 통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봤다. 자료집에서도 혁신기업의 특성에 맞춰 복수의결권과 상장·M&A를 통한 엑시트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코스닥 자체의 정체성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교수는 우량 혁신기업과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이 함께 존재하고 코스피와의 차별성도 약해졌다며 “혁신기술 시장인지, 일반 중소기업 성장시장인지 정체성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자 친화적 제도와 투자자 보호의 조화 외에도 코스닥만의 차별성 확보, 거래소의 기업 유치 경쟁력 강화,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격한 대응, 상장기업 관련 규율에서 거래소 자율규제의 역할 확대 등을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또 상장 활성화만큼 상장폐지 과정의 법적 불확실성과 투자자 보호 문제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형구 “진입기업 숫자보다 질”…복수의결권·기술특례·심사 예측가능성 손질


두 번째 발제자인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우량 중소·벤처기업의 상장 준비와 경로 선택: 국제비교와 코스닥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현장] “상장 문턱보다 성장 사다리”…코스닥 30년, ‘진입·유지·퇴출’ 전면 재설계론강형구 한양대 교수가 코스닥 정책과제에 대해 발표 중이다. [사진=더밸류뉴스]

강교수의 문제의식은 ‘상장 기업을 얼마나 많이 늘릴 것인가’보다는 ‘어떤 기업을 어떤 방식으로 코스닥에 진입시킬 것인가’에 맞춰졌다. 그는 좋은 기업이 적정한 비용으로 시장에 들어오고, 상장 이후 정보 생산과 성장이 이뤄지며,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정상화·M&A·퇴출 등 적절한 경로를 통해 재편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교수는 코스닥 정책의 초점을 단순한 상장기업 수 확대보다 좋은 기업의 진입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강화하는 데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기업이 적정한 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상장 이후 정보 생산과 성장이 촉진되는 한편,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정상화·M&A·질서 있는 퇴출 등의 경로로 재편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복수의결권 제도의 실효성, 상장 준비기업의 비용 부담, 기술특례상장 평가의 전문성과 독립성, 상장예비심사의 예측가능성을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특히 심사의 정성적 기능 자체를 없애기보다 기업들이 준비기간과 비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절차와 정보 공개를 정교화해야 한다고 봤다. 기술특례상장 역시 단순히 진입경로를 더 만드는 것보다는 평가의 질과 상장 후 사후관리 체계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자료집에서 ‘상장 진입 지원제도 확대’, ‘심사절차의 예측가능성 제고’,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등을 정책과제로 정리했다. 


최영근 “코스닥 문제는 전반적 부실 아닌 양극화…‘정책적 타살’ 경계”


최영근 상명대학교 교수는 시선을 상장 이후로 옮겼다.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의 상장유지·퇴출 애로요인 진단과 정책과제’를 통해 상장기업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규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문제 삼았다.


[현장] “상장 문턱보다 성장 사다리”…코스닥 30년, ‘진입·유지·퇴출’ 전면 재설계론최영근 상명대 교수가 우량기업과 취약기업이 동시에 증가하는 이질성의 확대에 대해 발표 중이다. [사진=더밸류뉴스]

최교수는 코스닥의 핵심 문제가 모든 기업이 동시에 부실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량기업과 취약기업이 동시에 늘면서 기업 간 이질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스닥의 문제는 전반적인 부실화가 아니라 우량기업과 취약기업이 동시에 늘어나는 이질성의 확대”라며 “정책의 핵심은 규제의 단순한 완화가 아니라 규모와 성장단계, 재무건전성에 따라 규율과 지원을 정교하게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세그먼트 체계에 대해서도 낙인효과를 경계했다.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기업군을 단순히 나눌 경우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형 기업까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최교수는 시가총액이나 주가 등 시장가격 지표만으로 퇴출 대상을 선별하는 데 강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그는 “퇴출 정책의 목표는 상장폐지 건수가 아니다”며 “많이 내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생 가능성에 따른 적절한 경로와 자원의 재분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가총액이나 동전주 같은 단일 시장가격 지표만으로 정상기업과 부실기업을 충분히 변별할 수 없다”며 잘못 설계할 경우 “정책적 타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출 역시 강제 상장폐지 하나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봤다. 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에는 회복할 기회를 주고 M&A나 사업재편, 자진 상장폐지 등 다양한 경로를 열어두면서 각 단계에서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세 발제를 관통한 공통점은 코스닥 개혁의 성과를 ‘상장사가 몇 개 늘었는지’, ‘몇 개 기업을 퇴출했는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상장기업을 늘리는 정책과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정책 사이에 기업의 성장과 후속 자금조달, 투자자의 정보 접근과 신뢰 회복을 연결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설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이 혁신기업의 단순한 ‘상장시장’을 넘어 기업과 자본이 함께 성장하는 ‘성장시장’으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제도 개편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hongsh789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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