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주식 레버리지 ETF의 등장은 코리아 밸류업이라는 이름으로 달아오른 한국 증시에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저평가된 한국 주식시장에 더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는 금융상품의 등장은 분명 필요하다. 문제는 그 방향이 투자자에게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동참할 기회를 주는 방식인지, 아니면 단기 가격 변동에 베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인지다.
지난 27일 국내 증시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주식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상장됐다. 단일주식 레버리지 상품은 말 그대로 특정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하루 +10% 오르면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약 +20% 수익을 목표로 하고, 반대로 삼성전자가 -10% 하락하면 손실도 약 -20%로 확대된다.
일반 ETF가 여러 종목을 담아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라면, 단일주식 레버리지 ETF는 한 종목의 등락에 수익률이 집중된다. 여기에 매일 목표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이 반복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내리는 횡보장에서는 기초주가가 크게 변하지 않아도 투자자의 원금이 줄어드는 음의 복리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초자산이 20% 하락한 뒤 다시 20% 상승할 경우 일반 상품은 4% 손실에 그치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16%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당 상품이 기업가치에 대한 장기 투자라기보다, 하루하루 가격 방향에 베팅하는 단기 매매 수단에 가깝다는 의미다.
더구나 이번 상품의 기초자산은 단순한 개별 종목이 아니라 한국 증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최근 코스피 상승은 두 반도체 대형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6000선에서 7000선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증가분의 77%를 차지했고,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은 코스피 전체의 47.02%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종목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곧 지수 전체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장 마감 무렵 목표 배수를 맞추기 위해 현물과 선물 포지션을 조정해야 한다. 기초자산이 상승하면 더 사야 하고, 하락하면 더 팔아야 하는 구조다.
이러한 일간 리밸런싱 수요가 이론적으로 기초자산 움직임의 방향을 더 강화하고, 특히 NAV(순자산가치) 산출 기준 시점인 장 마감 무렵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이미 홍콩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했던 지난 3월 3일의 리밸런싱 관련 매매 흐름이 국내 장 마감 전 1시간 동안 SK하이닉스 거래량의 최대 60%까지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상장되는 상품은 현물과 선물을 직접 활용하는 구조인 만큼, 운용규모가 커질수록 장 후반 수급 충격이 더 직접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금융상품의 다양화 자체를 비난만 할 수는 없다. 해외에 상장된 한국 주식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져나간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투자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코리아 밸류업이 진정한 시장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장기투자 유인을 강화하는 정책부터 선행돼야 한다. 밸류업을 외치면서 단타형 싸움을 앞세우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특정 대형주에 수급이 쏠리는 현상을 방치하면 한국 증시는 '밸류업' 되는 게 아니라 '베팅장'이 될 수 있다.
윤승재 더밸류뉴스 기자. [사진=더밸류뉴스 I AI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