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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탐구] ⑤신한금융, M&A가 끌고 '글로벌 성과'가 밀어 '금융지주 1위' 넘본다

- 신한은행, 1982년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늦게 설립돼 발상 전환으로 급성장

- 2003년 조흥은행 인수하며 사이즈 퀀텀점프

  • 기사등록 2024-08-06 16: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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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금융그룹의 경영 현황과 지배구조,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금융사 탐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업에게는 생산 자금을 지원하고 개인에게는 소매 금융으로 재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한국 경제를 이끄는 키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을 심층분석해 한국의 금융·자본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김장준 기자]

한국의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시작은 소박했지만 이제는 심히 창대해진 곳을 꼽는다면 단연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 이하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 모태가 되는 신한은행(행장 정상혁)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늦은 1982년 모습을 드러냈다. 재일교포 고(故) 이희건(1917~2011) 명예회장이 은행법상 최저 자본금(250억원)을 가까스로 조달해 지점 3곳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이 금융사가 지금의 한국 금융그룹 '빅2'로 점프할 것이라고 내다본 이는 사실상 없었다. 신한금융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지금의 자리에 점프한 것은 크게 보면 '전략의 승리'이지만 결정적 순간마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은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 


◆'금융지주 1위' 놓고 KB금융 종종 추월... 비(非)은행 이익 기여도 1위


신한금융은 국내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KB금융과 함께 '빅2' 반열에 올라있다. 정확히 말하면 KB금융이 1위, 신한금융이 2위이다. 그런데 1, 2위 격차가 크지 않고 최근 들어 순위가 역전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매출액(영업수익) 39조4329억원, 영업이익 6조1008억원, 당기순이익 4조47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4.68%, 3.30%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83% 감소했다(이하 K-IFRS 연결). 계열사는 신한지주, 제주은행(이상 상장사), 신한은행,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등 52개이다.


[금융사 탐구] ⑤신한금융, M&A가 끌고 \ 글로벌 성과\ 가 밀어  \ 금융지주 1위\  넘본다신한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자료=신한금융지주] 

이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신한금융은 KB금융에 이어 '넘버 2'이다. KB금융은 지난해 매출액 77조4828억원, 영업이익 6조4353억원, 당기순이익 4조56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차이가 38조원으로 상당해 보이지만 금융권에서 매출액 의미는 크지 않다. 영업이익(3345억원), 당기순이익(854억원) 격차는 근소하다. 2022년 당기순이익에서 신한금융(4조7555억원)은 KB금융(3조9314억원)을 9241억원 앞서기도 했다. 


자본총계(자기자본) 기준으로도 현재 신한금융은 2위이다. 올해 1분기 자본총계를 살펴보면 신한금융(56조7656억원)은 KB금융(59조2073억원)에 근소하게 뒤지고 있다(2조4417억원). 자본총계는 금융사의 경쟁력과 펀더멘털을 파악하는 핵심 지표이다. 왜냐하면 금융사는 자본(equity) 1원을 확보하면 이것의 약 10배인 부채(debt) 10원을 조달해 기업이나 개인에 대출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사소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큰 실적(이자수익) 차이를 낳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18~2022년 5년동안은 신한금융이 KB금융보다 자본총계에서 앞선 적이 있다. 2013년 이전에도 신한금융은 KB금융을 앞선 적이 있다. 


[금융사 탐구] ⑤신한금융, M&A가 끌고 \ 글로벌 성과\ 가 밀어  \ 금융지주 1위\  넘본다KB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의 자본총계(자기자본) 추이. K-IFRS 연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신한금융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부분도 있다.  지난해 기준 신한금융의 비(非) 은행 이익기여도는 43.0%로 KB금융(34%)을 앞서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KB금융 입장에서 신한금융은 위협적이다. 


[금융사 탐구] ⑤신한금융, M&A가 끌고 \ 글로벌 성과\ 가 밀어  \ 금융지주 1위\  넘본다신한금융지주의 계열사별 이익 기여도. [자료=한화투자증권]

◆'시중은행 1위' 조흥은행 인수하며 퀀텀점프... 전통 시장 찾아다니며 영업


지금의 신한금융을 42년전 설립 당시와 비교해보면 천지개벽(天地開闢), 경천동지(驚天動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한지주 모태가 되는 구(舊) 신한은행은 1982년 7월 재일교포 이희건 명예회장이 자본금 250억원에 점포 3곳으로 시작했다. 250억원은 상법이 허용하는 최저자본금이었는데, 이 금액을 이희건 명예회장은 재일동포 341명에게서 십시일반으로 조달했다. 임직원은 279명으로 대부분 경력 사원이었다. 당시 은행 메이저로 불리던 이른바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에 비해 브랜드도, 자본도 부족하다 보니 신입을 뽑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희건 명예회장이 신한은행을 설립한 이유는 재일동포 기업인들의 한국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서였고 1981년 4월 정부 설립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그해 7월 7일 출범 첫날 본점 영업부에 고객 1만 7520명이 방문해 신규 가입 예금 5017좌, 예금액 357억4800만원을 맡기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이는 이희건 명예회장의 발상의 전환 덕분이었다. 신한은행 임직원들은 서울의 전통 시장들을 방문해 나무궤짝으로 동전함을 만들어 동전을 바꿔주며 시장 상인들에게 통장 개설을 권유했다. 이는 혁신이었다. 당시의 시중은행 행원들은 은행이 먼저 고객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관료주의에 젖어 넥타이를 매고 지점에서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는 '신한=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조직'이라는 별칭이 나온 배경이 됐다. 


[금융사 탐구] ⑤신한금융, M&A가 끌고 \ 글로벌 성과\ 가 밀어  \ 금융지주 1위\  넘본다신한금융지주 매출액과 연혁. K-IFRS 연결. 단위 억원, %. [자료=신한금융지주 사업보고서]

이같은 혁신을 거듭하던 신한금융이 퀌텀점프한 계기는 2003년 조흥은행 인수였다.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조흥은행을 매물로 내놓자 신한은행은 2003년 인수해 2006년 합병했다. 조흥은행 인수는 '신의 한수'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조흥은행은 국내 최대 은행이자 최고(最古) 은행이었다(조흥은행은 1897년 한성은행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덕분에 신한은행의 설립 일자는 1982년에서 1897년으로 85년 앞당겨졌고 '국내 최초 은행' 타이틀도 얻었다 신한은행 홈페이지를 보면 조흥은행의 모든 역사가 기록돼 있다. 신한은행 광교 영업부에는 'Since 1897' 문구가 표기돼 있다.


신한금융의 '금융지주 1위' 점프는 가능할까.  

 

여기에 베팅하는 쪽은 신한금융의 양호한 글로벌 성과를 근거로 꼽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는 내수 시장의 한계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신한금융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이 4824억원으로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13% 증가했다. 해외 거점으로 꼽히는 신한베트남은행 순이익이 2328억원으로 전년비 16.9% 증가한 덕분이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해외법인 순이익은 2150억원이었다. 


◆진옥동 회장, 지난해 3월 4대 회장 취임... 수평적 소통 강조

 

신한금융그룹을 이끌고 있고 진옥동 회장은 지난해 3월 제4대 회장에 취임했다. 앞서 라응찬(1대·2001.8~2010.10), 한동우(2대·2011. 3~2017. 3), 조용병(3대·2017. 3~2023. 3) 회장이 신한금융지주를 이끌었다.


[금융사 탐구] ⑤신한금융, M&A가 끌고 \ 글로벌 성과\ 가 밀어  \ 금융지주 1위\  넘본다역대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들은 대부분 일본 오사카 지점에 근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신한금융이 재일교포 자금으로 출발했다는 점과 관련 있다. 신한은행은 2009년 9월 아시아계은행 최초로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을 설립했다. 


현재 재일교포는 신한금융 주요주주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 기준 신한금융 주요주주를 살펴보면 국민연금 8.04%, 미국계 사모펀드 블랙록(Black rock) 5.71%, 우리사주 5.13%와 더불어 재일교포 모임 간친회(懇親會) 멤버가 17% 가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친회는 5000여명이 개별적으로 신한금융 지분을 보유해 신한금융 사업보고서에 나와 있지는 않다. 


진옥동 회장은 2008~2017년 9년간 일본에 근무하며 신한은행 일본법인 SBJ은행 출범을 주도했고 SBJ은행 부사장, 법인장을 지냈다. 오사카 지점장을 지냈다. 수평적 소통과 솔선수범을 중시한다.


신한금융 설립을 주도한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은 1932년 15세에 일본에 건너가 재일동포 민족금융기관인 오사카홍은을 설립하는 등 고(故) 신격호(1922~2020) 롯데그룹 창업주와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재일교포 신화 주인공으로 꼽히고 있다. 1998년 올림픽 당시 재일한국인후원회장을 맡아 100억엔(약 900억원)을 기부해 무궁화훈장을 받았다. 


taemm07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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