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이 병을 키우듯, 잘못된 명칭은 시장 왜곡을 키울 수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I AI생성]
“오진이 병을 키우듯, 잘못된 명칭은 시장 왜곡을 키울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불법사금융 근절 의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무허가 대부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대부금융업계 내부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미등록 사채업자를 공식적으로 ‘불법사금융업자’로 명칭 변경했음에도, 대통령이 다시 ‘대부업’ 표현을 사용하면서 제도권 등록 대부업까지 불법사채 이미지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는 불법사금융과 등록 대부업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금융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까지 기피하게 되고, 오히려 음성 사채시장만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불법사금융’으로 바꿨는데…여전히 ‘불법대부업’
지난 2024년 12월 27일 금융위원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내 미등록대부업자 명칭을 '불법사금융업자'로 변경한다는 원문. [자료=금융위원회]
지난해 7월 개정된 대부업법은 미등록 대부업자를 ‘불법사금융업자’로 명확히 규정했다. 기존에는 ‘미등록 대부업’이나 ‘불법대부업’ 표현이 혼용되면서 제도권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 사채업자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정부는 법령상 용어를 ‘불법사금융업자’로 정비하며 등록 대부업과 불법 사채업을 구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법대부업’, ‘무허가 대부업’ 표현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언론과 공공기관, 수사기관에서도 기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소비자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금융업계는 특히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SNS 표현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불법사금융 문제를 언급하며 ‘무허가 대부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은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인데 ‘무허가 대부업’이라는 표현 자체가 업권에선 당황스러운 부분”이라며 “법이 이미 ‘불법사금융업자’로 바뀌었는데도 가장 영향력 있는 공인이 이전 표현을 반복 사용하면서 업계 전체가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 “조폭식 사채업자와 같은 이미지”…등록 대부업체들 반발
업계에서는 ‘대부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국민들에게 사채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조폭식 사채업자들이 수천 퍼센트, 수만 퍼센트 고리대금을 취해도 결국 국민들은 모두 ‘대부업’으로 인식한다”며 “선량하게 등록하고 영업하는 업체들까지 같은 이미지로 묶이는 게 가장 답답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업법상 등록 대부업자만 ‘대부업’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데, 미등록 불법사금융업자까지 모두 대부업으로 부르면서 소비자 인식이 왜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업계에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대부’ 대신 ‘캐피탈’ ‘파이낸스’ 등의 상호를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캐피탈사와 등록 대부업체를 혼동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 대부금융협회 “200곳씩 공문 발송”…“용어 바로잡기 계속”
지난달 3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공개한 명칭 오사용 사례. [자료=한국대부금융협회]
한국대부금융협회는 그동안 용어 혼선을 바로잡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 사법기관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공문을 발송해왔다.
협회 측은 “지난해부터 경찰서, 지자체, 사법기관 등에 공문을 수차례 발송하며 ‘불법사금융’ 표현 사용을 요청해왔다”며 “한 번 공문을 보낼 때마다 200곳 이상에 발송할 정도로 바로잡기 노력을 이어왔는데 대통령 SNS에서 다시 ‘무허가 대부업’ 표현이 나오니 허탈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협회는 단순 용어 문제가 아니라 금융취약계층 보호와도 연결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불법사금융과 등록 대부업이 구분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제도권 금융까지 기피하게 되고, 결국 다시 음성 사채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 전체를 범죄처럼 보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제도권 금융은 위축되고 불법사금융은 더 음지로 숨어들 수밖에 없다”며 “불법사금융 단속과 함께 등록 대부업과의 구분 기준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