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틸렌 키플레이어 여천NCC(공동 대표이사 김길수 김명헌)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지분 50%를 보유한 대주주 DL이 자금 지원을 중단할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공동 대주주(50%) 한화는 여천NCC를 살리자는 입장이다.
여천NCC는 1999년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각자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합해 설립됐다.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여천NCC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DL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 2025. 8.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여천NCC, 업황 불황으로 3년 연속 거액 적자
여천NCC는 석유화학 업황 불황으로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6448억원, 영업손실 1503억원, 당기순손실 236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3477억원, 2023년 2402억원, 2024년 2360억원의 3년(2022~2024) 연속 거액 적자를 기록했다.
한화측은 여천NCC를 살리자는 입장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7월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헸다. 그렇지만 DL은 워크아웃을 선호하고 있다. DL은 1999년 합작 이후 25년간 4조4000억원에 이르는 누적 배당금 가운데 절반인 2조 2000억원을 벌어 들였다.
합작 계약에 따라 여천NCC의 증자 또는 자금 대여를 한쪽 주주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여천NCC 이사회 승인이 필수적이다. 현재 여천NCC 이사는 총 6명으로 한화와 DL이 3명씩 지명하고 있다. 결국 DL 측 반대로 인해 한화 단독으로 1500억원의 자금 대여이 불가능하다. DL이 계속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 오는 21일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불가피하다.
한화그룹은 여천NCC의 대주주인 한화솔루션 또한 석유화학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생산량 감축 등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여천NCC를 회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여천NCC 공장. [사진=여천NCC]
◆DL그룹, 워크아웃 입장 유지
그렇지만 DL그룹은 여천NCC 회생 보다는 워크아웃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 당국까지 나서 DL 측을 설득하고 있지만 DL이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여천NCC 주주사 관계자들이 모여 여천NCC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이 회장은 여천NCC의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워크아웃을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한화 측 관계자는 여천NCC 회생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측은 “주주사가 지원을 하지 않으며 여천NCC는 당장 디폴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자구책을 실행한다면 속도가 느릴 수는 있으나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고 적자를 탈피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측은 주주사들이 각각 1500억원씩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은행 외화 보증 재개 및 자산 유동화 담보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8월 디폴트 위험을 피하고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한화 측은 여천NCC 공장 가동 정지로 연간 약 9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DL의 반대로 못하고 있는 원료다변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개선 등 추가 자구책 마련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DL 측은 워크아웃 의견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천NCC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업황 사이클에 따라 연간 3000억원에서 1조원대의 이익을 내던 알짜 회사였다. 그렇지만 2020년대부터 본격화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