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재 인턴 기자
서울 오피스 시장이 단순한 업무 공간에서 벗어나 산업 구조와 기술 혁신에 발맞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지스자산운용(대표이사 강영구 이규성) 전략리서치실은 30일 발간한 ‘오피스 수요·공급 및 자산 사이클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서울 오피스 시장을 단순한 공급과 수요의 숫자로만 해석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디지털·AI 전환 시대에 맞춰 오피스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와 활동 기반 업무(ABW) 도입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오피스 선택 기준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인재 확보와 생산성 향상, ESG 경영 실천의 핵심 도구로 오피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오피스 시장 사이클 변화 표. [자료=이지스자산운용]
특히 AI, 반도체,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등 신성장 산업이 부상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위한 프리미엄 오피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AI 기술 발전이 산업 전반의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동시에, 새롭게 창출되는 AI 관련 고급 일자리를 위한 고사양 오피스 수요도 함께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오피스 시장의 공급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1년까지 서울 오피스 공급 예정 물량은 241만평에 달하며, 공급은 2029년 전후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공급 규모는 약 31만평으로, 지난 15년간 연평균 공급 규모인 33만평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주요 프로젝트의 인허가 지연과 자금 조달 난항으로 인해 실제 준공 시점이 계획보다 늦춰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공급의 질적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ESG 인증, 스마트 빌딩 시스템, 프리미엄 어메니티 등을 갖춘 프라임 오피스 공급이 늘어나면서, 과거 중소형·저사양 오피스 중심의 시장 구조와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피스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 광화문·종로·을지로 등 중심권역에서는 연면적 1만 평 이상 초대형 오피스의 평당 명목임차비용(NOC)이 소형 오피스 대비 2010년 1.9배에서 지난해 2.5배까지 확대됐다. 여의도권역 역시 같은 기간 2.2배에서 2.8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최자령 이지스자산운용 전략리서치실장은 “서울 오피스는 단순한 부동산 공급-수요 논리를 넘어 산업 구조 변화와 기업 혁신의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며 “산업 지형과 기업 니즈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공급 상황과 질적 차별화를 반영한 정교한 투자 전략이 자산의 장기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