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변에서 힐링 관련 콘텐츠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웰빙, 워라벨, 호캉스 등 다양한 힐링 콘텐츠들을 찾아볼 수 있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작된 건강 관리 열풍은 정신 건강에 대한 중요성으로도 이어지며 지금의 힐링 문화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콘텐츠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힐링이란 무엇인가? 우린 힐링을 통해 무엇을 얻어가는가?
이제학 힐링산업협회 회장의 에세이 ‘인생 별거 없어, 힐링하며 사는 거야!’. [사진=호두나무]
여기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힐링을 한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제학 힐링산업협회 회장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힐링의 매력에 빠졌다. 그가 순례길을 걸으며 얻은 힐링과 삶의 의미에 대해 ‘인생 별거 없어, 힐링하며 사는 거야!’에서 소개한다.
◆순례길에서 얻은 삶과 힐링의 의미… 나를 지키기 위한 힘
이제학 회장이 순례길에 오르게 된 계기는 심적 고통 때문이었다. 검찰이 2019년 이 회장이 양천구청장으로 재임했던 2014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의심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다행히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지난 5년간 그와 그의 아내는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이 회장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었을 당시 아내의 제안을 계기로 함께 스페인으로 훌쩍 떠난다. 40일간 이어지는 대장정 속에서 육체적 한계에도 부딪혀 보고 마음 속 응어리도 해소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 여행 중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고, 끝나고 나선 아내와의 사이도 더 가까워졌다.
순례길에서의 경험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처도 받고 분노도 하고 후회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을 계속 붙잡고 있으면 일이 해결된 뒤에도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사람의 마음을 우물에 비유했다. 우물 속에 실낱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갈 때가 있다. 그 실낱을 붙들고 있으면 그게 이무기로 둔갑해 나를 우물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애초에 실낱을 붙들지 않아야 한다. 가끔 마음이 심란해지면 그냥 우물 안을 들여다보자. 아무리 많은 생각들이 헤엄치고 있어도 그냥 보고만 있으면 잔물결도 없이 언젠간 사라진다.
‘말이 쉽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거를 붙들고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한지는 막막할 때가 많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힐링’이다. 이 회장이 이야기하는 힐링은 단순히 편하고 여유로운 일상, 고생한 나를 위한 보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보고, 에너지가 소진됐을 때 다시 싸울 힘을 충전하는 것이다.
한국은 급격한 경제발전을 통해 한 세기도 안 되는 기간 안에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치열하게 살아온 덕에 굶는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그 이면에는 무기력과 우울함이 있었다. 물질적인 풍요는 충분히 갖췄으니 이제 그동안 소홀했던 정서적 풍요를 챙겨야 하지 않을까?
◆힐링도 노동으로 푸는 한국인… 나만의 ‘케렌시아’를 찾아서
인생에 대한 조언과 함께 구체적인 힐링 방법도 소개한다. 아로마, 싱잉볼, 네일아트 등 정적인 활동부터 골프, 관광, 등산 등 액티비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활동들은 결국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몸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이것이 힐링의 목적이다.
이 회장이 순례길을 걸었을 당시 유독 한국 관광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전 세계 순례객 중 한국인 비중이 5위라고 한다. 왜 그 먼 곳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순례길에 오는지 의아해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이 이유에 대해 이 회장은 국력과 경제력 성장, 한 번 유행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무한 경쟁 문화를 꼽았다. 특히 마지막 이유가 인상 깊었다. 무한 경쟁에 지쳐 탈출구를 찾지만, 쉬는 법을 몰라 결국 힐링도 노동으로 푸는 것이다. 웃기면서도 슬픈 일이다.
이 책의 2장에는 ‘케렌시아’라는 개념이 나온다. 스페인어로 피난처 또는 안식처라는 뜻으로, 투우 경기장에서 소가 결전을 앞두고 잠시 쉬는 곳이다. 경기 중 극도로 흥분한 소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케렌시아로 가는데 이때 소는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다. 철저하게 보호받고 주변의 어떠한 공격이나 간섭도 없는 곳, 현대인들에게도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힐링에 대한 중요성이 떠오르며 관련 활동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힐링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이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힐링은 나를 위한 활동으로, 내가 가장 편한 것이 중요하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보다 나만의 케렌시아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