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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후판·열연 관세 '방어' vs. 트럼프 관세 '헤지'...철강 난국 속 해외 투자↑

- 철강 침체 속 3세대 강판·수소환원제철 등 신사업 육성 가속화

- 지난해 지난해 영업익 60% 급감, 영업이익률 1.4%...실적 개선 절실

- 서강현 대표, 70%대 부채비율 목표...해외매출 2030년까지 30% 확대 전략

  • 기사등록 2025-02-27 14: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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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김호겸 기자]

현대제철이 글로벌 철강 산업 침체와 저가 수입재 공세 속에서 위기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철강 생산량이 0.9% 감소한 18억 4천만 톤을 기록하는 가운데, 현대제철의 2024년 철강재 판매량은 8% 감소한 1707만 톤에 그쳤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60.5% 감소한 3144억 원에 머물렀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현대제철은 10년간 개발한 인장강도 1.2GPa급 3세대 자동차 강판 상용화에 돌입했다. 이 강판은 고강도이면서 가공성이 뛰어나 전기차 차체 경량화와 안전성 향상에 기여하는 미래 소재로 꼽힌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과 일본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덤핑방지 요청에 나섰으며, 지난 20일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제소한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02%의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또한 현대제철이 지난해 12월 요청한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진행 중으로, 이는 국산보다 최대 30%까지 낮은 가격으로 수입되는 제품으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의 25% 철강 관세 부활이라는 추가적인 무역장벽 속에서, '재무통' 서강현 대표는 부채비율을 78.7%까지 낮추고 재무 건전성 강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와 인도 푸네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로 높일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제철, 후판·열연 관세 \ 방어\  vs. 트럼프 관세 \ 헤지\ ...철강 난국 속 해외 투자↑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에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을 도입해 탄소 20% 저감 철강 생산을 시작하고, 수소환원제철 파일럿 실증 실험을 개시하는 등 미래 기술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지난해 영업익 60% 급감...건설경기 침체·중국산 수입 급증에 실적 '뚝'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3조2261억 원, 영업이익 314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0.4%, 60.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1232억 원으로 72.2% 급감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4%에 그쳐 과거 평균(2014~2023년) 6.04%와 비교해 크게 하락했다. 특히 4분기 별도 영업이익은 7억 원에 불과해 거의 적자 수준이었다.

현대제철, 후판·열연 관세 \ 방어\  vs. 트럼프 관세 \ 헤지\ ...철강 난국 속 해외 투자↑최근 10년 현대제철 매출액 및 영억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이러한 실적 악화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저가 수입재 증가 때문이다. 특히 철근·H형강 등 건설용 봉형강류 판매량이 93만 톤 감소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열연강판 역시 중국산과 일본산 제품이 지난해 1~11월 기간 343만 톤 수입되면서 가격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전기료 인상으로 4분기에만 17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영업이익률을 압박했다.


업황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제철은 적극적인 무역구제 조치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시작으로, 12월에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다. 중국산 후판은 국산(약 90만 원)보다 12% 저렴한 톤당 약 78만5천 원에 판매돼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 20일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1~38.02%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오는 3월에 후판의 예비판정이 있을 예정이다.

현대제철, 후판·열연 관세 \ 방어\  vs. 트럼프 관세 \ 헤지\ ...철강 난국 속 해외 투자↑현대제철 최근 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철강 업황 자체도 세계적으로 부진했다. 세계철강협회(Worldsteel)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철강 수요는 -0.9% 감소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국 내 철강 소비는 3% 감소했으나, 생산량은 10억 500만 톤 수준을 유지하며 글로벌 공급과잉을 심화시켰다. 또한 2024년 철광석 가격은 연간 약 27% 하락해 원료 가격은 안정되었으나 전력요금 인상 등 에너지 비용 상승이 이를 상쇄했다.


현대제철은 위기 극복을 위해 수익성 있는 판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판매 목표는 1,801만 톤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를 설정했다. 열연 49만 톤, 철근 22만 톤, 형강 11만 톤의 증가가 예상된다. 


◆30% 저가 수입 열연강판에 반덤핑 제소...트럼프 관세에 미국 시장 현지화 대응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은 중국산 및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다. 해당 제품들이 국산보다 최대 30%까지 낮은 가격으로 수입되면서 국내 업계에 큰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343만 톤이며, 이 중 중국산과 일본산이 각각 153만 톤과 177만 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96.2%를 차지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예비판정은 2025년 7월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열연강판은 현대제철의 주력 제품으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후판보다 더 큰 실적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 후판·열연 관세 \ 방어\  vs. 트럼프 관세 \ 헤지\ ...철강 난국 속 해외 투자↑현대제철 주요 제품 품목별 및 국내・해외 매출액.  [이미지=더밸류뉴스]

한편,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제철의 대미 수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어떤 예외나 면제 없이" 모든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매기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오는 3월 12일부터 발효된다. 여기에 한국산 철강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은 한국 철강 전체 수출량의 약 9.8%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었으나, 이번 조치로 한국산 철강의 가격경쟁력이 급락하여 현대제철의 대미 수출량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생산 기반 구축을 검토 중이다. 약 10조 원을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 신설 방안을 구상하고 있으며, 부지 선정 및 투자 조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부지를 확정하고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용 강판은 인근 조지아주의 현대차·기아 공장에 공급된다. 이는 관세를 우회하면서 미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실현될 경우 한국산 강판을 사용한 자동차에도 관세가 적용될 우려를 줄일 수 있다. 다만 막대한 투자비와 현재 철강업계의 실적 부진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전통적 철강 사업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전기차용 강판 및 자동차 소재, 친환경 저탄소 철강 등 세 가지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10년간의 연구 개발을 통해 3세대 자동차강판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본격 상용화에 나섰다. 인장강도 1.2GPa급 3세대 강판은 고강도이면서도 가공성이 뛰어나 전기차 차체 경량화와 안전성 향상에 기여하는 신소재로, 기존 1.0GPa급 강판보다 무게가 10% 이상 가벼워 전기차에 최적화돼 있다.

현대제철, 후판·열연 관세 \ 방어\  vs. 트럼프 관세 \ 헤지\ ...철강 난국 속 해외 투자↑자동차 강판 글로벌 시장 전망 2025. [자료=더비즈니스리서치사]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더비즈니스리서치사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강판 시장은 올해 1057.1억달러에서 올해 1209억 달러로 4.5%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이 중 전기차용 강판 시장은 2025년 1209억달러에서 2029년 1513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5.8%의 성장률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장 성장성에 맞춰 현대제철은 글로벌 자동차강판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북미 전기차 시장을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강판 스틸서비스센터(SSC)를 건설해 지난해 9월 가동을 시작했고, 인도 푸네에도 자동차용 강판 가공센터(SSC)를 건립 중이다.


신사업 축인 친환경 철강(저탄소·탄소중립)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은 전기로와 고로를 결합한 복합 공정을 도입해 기존 고로강 대비 탄소를 20% 이상 저감한 '탄소저감 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 고객사와 시험 적용을 추진했으며, 유럽 부품사들과 함께 탄소저감 강판으로 만든 부품 테스트를 진행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용 후판 개발에도 힘쓰고 있는데 당진제철소 1후판공장 열처리 설비 증설로 후판 열처리 용량을 연 15만 톤에서 30만 톤으로 확대해 해상풍력·LNG 저장탱크용 강재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서강현 대표, '상저하고(上低下高) 업황'...부채비율↓ 전략투자↑ 반등 준비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는 재무 건전성 확보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서 대표는 현대자동차 회계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 해외관리실장을 거쳐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제철 재경본부장(CFO)을 역임했다. 이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으로 활동하다 2023년 11월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서 대표는 부임 이후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제철의 부채비율은 2024년 말 기준 78.7%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향후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무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성과로, 그는 추가적으로 부채비율을 70%대까지 낮추고 차입금을 축소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재고 축소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재고를 감소시켜 약 300억 원의 이익 개선 효과를 거뒀다.


현대제철, 후판·열연 관세 \ 방어\  vs. 트럼프 관세 \ 헤지\ ...철강 난국 속 해외 투자↑


동시에 서 대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초 신년사에서 그는 "수익 중심의 사업체계 강화, 탄소중립 실행 효율성 제고, 미래 성장 기반 확보"라는 세 가지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특히 3세대 자동차강판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열연코일이나 봉형강 등 범용 제품의 경우 감산과 수익성 있는 주문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전략투자 규모도 52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9% 확대했다.


서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도 중요시하고 있다. 그는 유럽 영업실을 신설하고 미국과 인도에 스틸서비스센터를 구축하는 등 해외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이다.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미국의 산업 정책과 관세, 무역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런 해외 진출 강화를 통해 지난 2023년 18%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 대표는 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 업황을 예상했다. 상반기에는 비용 효율화와 재고 관리에 집중하고 하반기에는 제품 가격 인상과 판매 확대로 실적 개선을 도모할 방침이다. 그는 자동차와 조선 등 전방산업 수요가 견조하다고 평가하며, 건설 선행 지표인 수주와 착공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어 봉형강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하반기 철강 수요와 가격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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