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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언제까지 반도체 1위 유지할까? 역대 모건스탠리 매도 리포트 들여다보니...

- 외국계 증권사 '매도 리포트' 이후 삼성전자 주가 예외없이 상승

- 삼성전자 장기 보유한 개미투자자, 결과적으로 고수익 거둬

  • 기사등록 2024-09-25 16: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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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민주 김호겸 기자]

삼성전자는 언제까지 글로벌 반도체 1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모건스탠리가 지난 15일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하자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스마트폰·PC 수요 감소→D램 가격 하락'이 벌어지고 반도체 사이클이 올해 4분기에 최고조에 오른 뒤 2026년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요지다. 25일 오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6만2800원으로 모건스탠리가 제시한 목표주가(7만6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증권가 용어로 '과매도 구간'인 셈이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삼성전자 PER(주가수익비율. Price Earnings Ratio)을 계산해보면 11.7배로 2022년 말 약 7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 PER이란 기업의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 수록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실적 개선을 보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이런 시기일 수록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과 경쟁력을 체크해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주가란 결국 기업 실적의 반영이고 이익을 내는 기업의 주가는 결국은 오른다는 상식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언제까지 반도체 1위 유지할까? 역대 모건스탠리 매도 리포트 들여다보니...최근 10년 삼성전자 실적과 삼성그룹 주요 연혁. 단위 K-IFRS. 억원. [자료=삼성전자 사업보고서]


◆D램, 낸드플래시 반도체 세계 1위... 승자독식 산업에서 시장 과점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사업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약 45%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SK하이닉스(34%), 마이크론테크놀로지(20%)순이다. 이들 ‘빅3’가 글로벌 D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약 36%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SK하이닉스 23%, 키옥시아 13%, 마이크론 11%, WDC 11%, 기타 15% 순이다. 2000년대 초반 1위에 오른 이후 20년 넘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이들 과점 사업자들은 10%가 훌쩍 넘는 평균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속성상 특정 산업에서 초과 수익이 발생하면 신규 경쟁자가 진입해 수익이 평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반도체 산업만큼은 예외다.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경쟁자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고 신규 진입자는 사실상 등장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삼성전자, 언제까지 반도체 1위 유지할까? 역대 모건스탠리 매도 리포트 들여다보니...반도체 산업 구조조정의 역사. [자료=버핏연구소]

해답은 반도체가 승자독식(winner takes-all) 산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반도체 사업의 성패는 가격 경쟁력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시장에서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조(兆) 단위 투자로 대량생산(Mass production)을 통한 가격 인하가 꼭 필요하다. 대량생산→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격 인하의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조 단위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이익을 내는 상위 기업만이 가능하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고, 가격을 낮출 수 없으므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지난 30여 년 동안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벌어진 구조조정의 역사는 이를 보여준다.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앞서 언급한 소수 과점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신규 진입자가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로 쌓는 적층 기술로 '수율' 획기적 개선... '초격차' 유지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비결은 적층기술에 있다. 적층기술이란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wafer)의 트랜지스터를 위로 쌓는 3D 기술이다. 건설사가 동일한 평면 공간에 방을 많이 만들려면 칸막이를 많이 쳐야 하는데 이에 한계가 나타나자 위로 복층을 쌓아 방을 늘리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적층기술을 적용하면 당연히 수율(Yield, 웨이퍼 한 장에서 결함이 없는 반도체의 비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적층기술에 관한 한 경쟁사 대비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4월 적층 단수가 ‘286단’인 9세대 3D 낸드(3D V-NAND)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286단은 삼성전자의 기존 제품 대비 50단 높은 것으로 현재 적층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단수다.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218~238단 수준의 3D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판매 중이다. 적층기술로 수율을 높이면 반도체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이 가격을 맞추지 못하는 경쟁사들은 무너진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언제까지 반도체 1위 유지할까? 역대 모건스탠리 매도 리포트 들여다보니...삼성전자의 반도체 적층 기술 개념. [자료=삼성전자]

◆1983년 이병철 회장  '2·8 선언'으로 반도체 사업 시작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는 40년에 걸친 연구개발의 성과이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1983년 2월 이병철(1910~1987) 당시 삼성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정진기 당시 중앙일보 회장에게 국제 전화를 걸어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2·8 도쿄 선언’으로 불리고 있다.  


당시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사업 선언에 국내와 해외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세계 반도체 기술의 양대 산맥이었던 미국과 일본의 ‘기술 문단속’이 더없이 철저했다. ‘반도체는 대단한 물건’이란 소문만 무성할 뿐 제품을 구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자체 기술 개발은 엄두조차 못 낼 상황. 관련 연구 결과나 업종도 전무하다시피 해 국산 반도체 생산은 흡사 ‘동네 대장간에서 최신형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일’만큼이나 불가능해 보였다.


설령 기술을 갖췄다 해도 반도체 생산은 일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설비 투자를 필요로 한다. 당시는 두 차례의 석유 파동으로 세계 경기가 바닥을 치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이병철 회장이 밝힌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이 결단 뒤엔 이건희(1942~2020)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이 부회장은 몸소 세계를 누비며 반도체 석학들을 만났고 그들에게서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 전략을 수립했다. 이후 경쟁사가 따라 잡기 어려운 초격차를 만들었고, 신규 경쟁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승자독식 시장이 만들어졌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향후 30년은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언제까지 반도체 1위 유지할까? 역대 모건스탠리 매도 리포트 들여다보니...2005년 이건희 회장이 구미 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장기 보유한 '개미', 고수익 거둬... 신철식 전 국무조정실 차장 '600배 차익'


삼성전자를 장기 보유한 개미들은 고수익을 거두었다. 


개인 투자자 최원호씨는 1990년대 초 개인사업에 실패하고 택시 기사, 토스트 장사, 서울 동대문에서 옷 장사와 그릇 방문 판매를 했다. 그는 어느 방송에 출연해 "아내가 싸준 김밥을 먹으면서 택시 운전을 했다. 시장마다 트럭이 와서 배추, 무를 팔았다. 길에 떨어진 배추를 주워서 김치를 담가 먹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언제까지 반도체 1위 유지할까? 역대 모건스탠리 매도 리포트 들여다보니...모건스탠리의 삼성전자 매도 리포트와 주가 추이. [그래프=네이버 증권]

그는 그릇 팔아 번 돈으로 1995년에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1000~2000원이었는데 그는 앞으로 컴퓨터 시대가 올 거라고 예측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돈 생기는 대로 사 모았다 매각해 5년 동안 1억5000만원을 5억원으로 만들었다. 3배 이상 수익을 낸 것이다. 이후 2000년 7월 삼성전자 주가가 7000원대일 때 다시 매수를 시작했다가 2020년 6월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했다. 1995년부터 2020년 6월 매도까지 대략 50배를 벌었다고 밝혔다. 


신철식 전 국무조정실 정책차장도 삼성전자 장기 보유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04년 삼성전자 주식을 주당 51만원에 처분해 120억원의 평가 차익을 거두었다. 평가 이익은 약 600배에 달한다. 신 전 차장은 부친 고(故) 신현확(1920~2007) 전 경제부총리가 쌍용산업 사장 시절에 매수한 삼성전자 주식 1만주를 1973년 상속받았는데, 삼성전자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30여년 넘게 보유하다 매도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덕분에 신철식 전 차장은 2006년 기획예산처 정책홍보관리실장 근무시절 행정부 공직자 재산 1위(186억원)를 기록했다. 2위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165억원)이었다. 신철식 전 차장은 삼성전자 주식 매각대금으로 서울 강남에 100억원대 빌딩을 구입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이면 이병철 회장의 2·8 선언 42주기를 맞는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v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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