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회장 김남정)은 재계에서 유일하게 원양어업(참치)을 주력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이다(55위). 원양어업에서 창출되는 풍부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M&A(인수합병)에 잇따라 성공하며 사이즈를 키워왔다. 2023년 HMM 인수 무산을 겪었지만 최근 들어 본업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M&A와 신사업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향후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집단 55위, 전년비 한단계↓... HMM 인수 무산 겪어
동원그룹은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55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한단계 하락했다. 그룹 매출액 9조380억원, 순이익 300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29.63%, 23.03% 감소했다(이하 K-IFRS 연결). 계열사는 26개로 전년비 7개 증가했다.
동원그룹에게 2023년은 아쉬움이 가득한 해였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대표이사 김경배) 인수전에서 최종입찰에까지 올랐지만 하림그룹(회장 김홍국)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넘겼기 때문이다. HMM은 2023년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 19위, 공정자산 25조7880억원으로 동원그룹은 인수에 성공해 재계 10권으로 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동원그룹은 HMM 인수를 위해 서울 강남 사옥 매각을 검토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앞서 동원그룹은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맥도날드에서도 인수 무산을 겪은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
올해 들어 동원그룹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M&A와 신사업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의 '본업 개선을 통한 캐우카우(cash cow) 창출, M&A를 통한 사이즈 키우기' 전략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동원F&B, 화끈하게 매운 맛 '동원불참치로'로 K푸드 공략
우선 동원그룹은 본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동원그룹 식품 계열사 동원F&B(대표이사 김성용)는 K-푸드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코빌지수(Scoville scale)가 약 3886SHU인 '동원 불참치'를 출시했다. 스코빌지수란 고추, 후추 등에 들어있는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과 피페린 등의 농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3000SHU가 넘으면 매운 맛으로 분류된다. 최근 매운 맛의 K-푸드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동원F&B가 지난 4월 선보인 간편 비빔밥인 '양반 비비드밥'도 글로벌 레디밀(Ready-Meal) 시장을 겨냥한 전략상품이다. 특히 일본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 수출국 확대를 준비중이며, 올해 연간 매출 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원F&B의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3%로 낮은 편이다.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개선할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도 된다. 동원F&B는 올해 2분기 매출액 1조615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0.9%, 5.4% 증가했다. 동원F&B는 지난해 동원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출액 기준으로 동원산업(8조9486억원)에 이어 2위(4조360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동원홈푸드(2조2365억원), 동원시스템즈(1조2768억원), 동원로엑스(1조409억원) 순이다.
◆충북 음성 생수 공장 증설도... HMM 인수전에 다시 나서나
M&A에도 다시 관심을 갖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동원그룹은 충북 음성에 4번째 생수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4번째 생수 공장 증설 관련 취수 허가를 받았고 오는 10월까지 건축허가를 받아 연내 착공한다는 계이다.
이번 동원그룹의 4번째 공장이 가동되면 국내 생수 업계 2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업체 간 점유율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생수 시장에서 매출 및 취수량 1위는 광동제약이 판권을 갖고 있는 제주삼다수다. 그 뒤로 아이시스, 스파클, 백산수, 동원샘물 등이 뒤를 잇는다. 닐슨코리아와 각 업체가 추산한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은 삼다수가 40.3%로 가장 많고 아이시스(13.1%), 쿠팡 자체 브랜드 탐사수(13%), 백산수(8.3%) 등에 이어 동원샘물 시장 점유율은 3.2% 정도다.
동원그룹이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삼다수 판권 인수 가능성이 열려있다. 올해 2분기 K-IFRS 별도 기준 동원F&B는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48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1222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동원그룹이 삼다수 판권을 확보하게 된다면 동원샘물의 점유율을 점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그룹 지주사이자 사업회사인 동원산업(대표이사 박문서 민은홍)은 원재료인 참치가격 하락에 따른 수산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부진하다. 올해 2분기 매출액 2조466억원, 영업이익 4758억원, 순이익 74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4.7%, 93.7%, 89.7% 감소했다.
동원그룹이 HMM 재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이 선정됐지만 협상 과정에서 최종 불발됐기 때문이다. 다고 전했다. 하림은 당시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회사 간의 경영 주도권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동원그룹이 다시 한번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 기자들과 만나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공개적으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동원그룹은 2017년 동원로엑스를 인수하고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을 통해 항만하역 및 육상물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HMM을 인수할 시 해운사업과 접목시켜 육상, 항만, 해상의 트라이앵글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