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대표이사 함영준 황성만)가 글로벌 무대를 향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푸드 열풍에 편승한 오뚜기는 이제 해외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에서의 극적인 성장과 미국 시장에서의 현지화 전략이 빛을 발하며, 글로벌 비전이 현실화되고 있다. 다양한 제품군의 무기를 앞세워 각국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지난 5월에는 해외 확장의 거점인 오뚜기아메리카에 함영준 회장의 장녀 함연지 씨가 정식 입사하면서,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오너 일가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3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갓뚜기' 함영준 회장의 리더십 아래, 내수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2028년 해외 매출 1조원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높은 내수 의존도 낮추고 글로벌 경쟁력 올리고…글로벌 전략 집중한다
K-라면의 인기로 식품업계가 수출 호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오뚜기의 성적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오뚜기는 지난 2분기 매출액 8592억원, 영업이익 61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0.59% 증가, 4.64% 감소했다.
이에 내수 의존도가 높은 오뚜기가 K-라면의 수혜를 제대로 못 누리고 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업계 1위를 찍은 삼양식품의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78%인데 반해 오뚜기는 9.5% 수준이다.
다른 이유로는 해외 수출의 방식 차이를 들 수 있다. 삼양식품의 경우,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반면 오뚜기는 현지 공장을 설립해 판매한다. 고환율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해외 사업은 현지 시장에 맞춰 가격을 책정할 수 있고 환차익 효과도 있어 국내 사업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국내는 정부의 물가 압력과 소비자 반발 등으로 가격 인상이 어렵다.
이에 해외 매출 확대가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오뚜기는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업본부로 격상하고 함영준 회장의 사돈 김경호 전 LG전자 BS유럽사업담당 부사장을 영입했다. 또 어려운 발음 개선을 위해 기존 영문 표기인 'OTTOGI'를 'OTOKI'로 변경, 글로벌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췄다.
◆베트남 상반기 순이익 전년동기비 90% ↑...미국법인 실적 회복이 관건
현재 오뚜기는 미국법인의 실적 회복에 매진하고 있다. 오뚜기는 12개의 해외 계열사가 있고 이 중 8개가 미국 소재다. 미국 법인 중 하나인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429억원, 순이익 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각각 18.8%, 69% 감소했다.
그러나 오뚜기 해외사업 전체로 보면 성장 추세가 뚜렷이 보인다. 올해 상반기 전체 해외 매출은 165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매출 비중도 지난 2018년 5%에서 올해 9.5%로 증가했다. 펜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해외에서 주요 제품이 주목을 받으며 연매출도 2021년 2401억원, 2022년 3000억원, 지난해 332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베트남 법인이 미국 법인의 부진을 만회했다. 오뚜기베트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18억원, 순이익은 1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6%, 90% 증가했다.
오뚜기는 미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먼저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8월 10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공장 설비를 증설하고 할랄 인증도 준비 중이다. 미국은 수출용 라면 개발 등 현지화 전략으로 반등할 계획이다. 가정간편식, 소스·드레싱류의 매출이 높은 편이라 해당 카테고리 수출도 늘린다. 오뚜기는 사업 구조가 라면에 집중되어 있는 경쟁사들과 달리 라면, 소스, 즉석밥, 냉동 조리 식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법인이 있는 미국, 베트남을 비롯해 중국, 뉴질랜드 등에서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라면 수출 목표액으로 1억불(1300억원)을 제시하고 2028년 전체 매출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줄줄이 제품 가격 올리는 식품업계…오뚜기도 가격 인상 불가피
최근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오뚜기도 지난달 말부터 가정간편식(HMR)과 소스류 가격을 올렸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산 원재료 가격이 증가하고 지난 여름 작황 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올라 식품업계들은 완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지난 4·10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강한 물가 통제를 받아 당시 억눌렸던 인상분이 추석을 앞두고 터져 나오고 있다.
오뚜기도 지난달 30일부터 대형마트 등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케첩, 스파게티소스, 후추, 참기름, 볶음참깨 가격을 올렸다. 케첩 7%, 후추 15% 등 24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편의점에서도 지난 1일 간편식, 케첩, 스파게티소스, 후추 가격을 10%에서 15% 정도 올렸다.
오뚜기 매출은 내수 의존도가 높지만 원료 대부분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내 완제품 값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다. 이번에도 케첩과 파스타 소스에 사용되는 토마토 페이스트와 후추 원두의 시세가 폭등하며 완제품 가격을 올리게 됐다.
한편 이번 가격 인상이 외식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오뚜기 제품을 조리에 사용하는 식당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파스타용을 제외한 소스류 시장에서 오뚜기 점유율은 소매점 41%, 전통 기름류 시장 48%로 업계 1위였다.
◆함영준 회장, '가족 경영', 3세 시대 개막...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간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경영 철학은 가족 친화적 기업 문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함 회장은 가족친화경영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장녀 함연지 씨의 유튜브에도 가끔 출연해 돈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해외 사업 확대에 가족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또한 사위와 사돈의 경영 참여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행복한 가정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회사'라는 기업 철학은 함 회장의 경영 방식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사내 어린이집 개소, 높은 정규직 비율 유지 등은 이러한 철학의 실천이다. 또한, 심장병 어린이 지원, 장애인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함 회장은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 확대, 현지화 전략 강화, 다양한 제품군 개발 등이 그 예다. 2028년까지 해외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는 그의 글로벌 비전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경쟁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법인의 실적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반면 베트남법인의 성장세, 다양한 제품군을 활용한 현지화 전략 등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함 회장의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기업 문화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 철학은 오뚜기의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모색하고 있는 함 회장의 행보가 '갓뚜기'의 명성을 해외에서도 떨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