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대표이사 전창원)의 '메로나'와 '바나나맛 우유'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식품 기업들이 K-푸드 열풍으로 수출 호조를 누리는 가운데, 빙그레는 두 제품의 매출 견인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60% 이상 증가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빙그레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 중국, 베트남을 중심으로 인근 국가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창원 대표이사는 "수출 브랜드와 수출 국가 확대 등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일찍 찾아온 더위로 비수기에 영업이익 60% 이상 증가… 52주 신고가 기록
빙그레는 지난해 매출 1조3943억원, 영업이익 11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9.99%, 184.77% 증가했다. 매출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967년 창사 이래 최초로 1000억원을 넘었다.
빙그레 매출,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009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각각 2.52%, 66.14% 증가했다. 보통 1분기는 낮은 기온으로 인해 빙과 제품 비수기인데 올해는 더위가 일찍 찾아온 탓에 4월 빙과 판매 실적이 양호했다. 특히 별도 법인 영업이익률이 9%를 기록하며 1분기 역대 최대 수익을 기록했다. 원유를 제외한 원부재료비의 하향 안정화, 지난해 10월 핵심 제품 '바나나맛 우유' 가격 인상, 저수익 제품의 효율화 등으로 원가율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이익 성장률 상승과 올해 1분기 견조한 실적으로 인해 빙그레 주가의 디스카운트도 해소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주가가 9만8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22일에는 최대 9만770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갱신했다. 빙그레가 최고가를 찍은 것은 9년 만이다.
2분기에는 더운 날씨가 지속되며 빙과, 냉장 내수 매출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공격적인 국내외 마케팅이 이뤄질 계획이어서 이익 급등 지속은 어렵겠지만, 밸류에이션은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보다는 수출… 메로나, 바나나맛 우유의 글로벌 흥행
빙그레 대표 제품인 메로나와 바나나맛 우유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수출 호조를 견인했다. 실제 빙그레 전체 매출에서 내수보다 수출 부문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
냉장품목군과 냉동 및 기타품목군의 올해 1분기 내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02%(2326억원) 성장에 그쳤으나 수출 매출은 19.57%(440억원) 증가했다. 따로 보면 냉장품목은 내수 1.8%, 수출 34%, 냉동품목은 내수 2.4%, 수출 9.7% 증가했다. 해외 법인(상하이, 미국, 베트남) 매출은 총 27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37%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상하이 106억원, 미국 151억원, 베트남 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상하이는 12.77% 증가, 미국은 동일, 베트남은 소비 경기 악화로 13.64% 감소했다. 전체 수출액도 2021년 823억원, 2022년 1042억원, 지난해 1253억원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출액 증가율은 52.3%로 같은 기간 국내 매출 증가율의 3배다.
(왼쪽부터)미국에서 판매하는 메로나, 바나나맛 우유 제품 이미지 [사진=네이버]
메로나는 미국 전역의 코스트코 점포 입점을 시작으로 해외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딸기, 망고, 코코넛, 타로, 피스타치오 등 신메뉴도 출시했다. 바나나맛 우유도 딸기맛, 초코맛이 대부분인 해외 가공유 시장에서 메론, 바닐라, 타로, 커피 등은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이 외에 수출용 테트라팩 우유는 모두 할랄 인증을 받아 수출 시장의 범위를 넓혔다.
현재 빙과업계는 저출산으로 인한 위기에 직면했다. 간식류의 주 소비자인 영·유아 인구가 줄어들어 새로운 시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수출 비중을 늘리고 현지에 맞는 제품 공급에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경쟁사인 롯데웰푸드도 올해 1분기 내수 매출은 1.7% 감소했지만 수출 매출은 3.3% 증가했다. 오리온도 내수 매출 9.5%, 중국 법인 16% 증가하며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섰다.
◆ 미국, 중국, 베트남 중심으로 수출국 확대 중…“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할 것”
이 기조를 이어 가기 위해 빙그레는 수출국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 열린 제5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는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 [사진=빙그레]
현재 빙그레의 주요 수출국은 미국, 중국,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경우 2019년 9월 호찌민에 신규법인을 설립해 백화점 등 대형 채널 위주로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베트남은 더운 날씨로 인해 빙과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특히 유제품 아이스크림이 인기가 많아 빙그레에 유리한 시장이다. 베트남 법인은 2020년 매출 40억원을 달성했고 연간 10%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빙그레는 소형 슈퍼마켓 등 현지 로컬 채널에 제품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2016년 법인을 설립하고 2017년부터 빙과 업계 최초로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 공장에서는 메로나를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하는데 초반에는 한인마트 위주로 유통했으나 메로나가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코스트코 등 메인 채널로 확장 입점했다.
중국에서는 바나나맛 우유가 인기다. 바나나맛 우유는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현재 중국, 베트남, 필리핀을 포함한 2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처음 중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2008년에는 현지 가공유 시장이 작았다. 이에 마케팅 강화를 위해 국내 주요 관광지에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제품을 홍보했다. 그 결과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져 중국인들 사이에서 꼭 먹어봐야 할 한국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빙그레는 세 개의 주요 수출국 이외에 캐나다, 북미, 아시아, 동남아 등으로 진출, 올해 기준 30여 개로 수출국이 늘었다. 전 대표이사는 취임 직후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강조해 왔다. 빙그레는 향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남미, 오세아니아로 진출지를 넓히고 현지 유통망 확보 및 입점에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