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빙그레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 2년 차에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2025년 6월 전창원 전 대표의 뒤를 이은 그는 2026년 4월 100%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을 빙그레에 흡수했다. 40년간 인재·영업·물류를 두루 경험한 내부 출신에게 중복 조직과 비용을 걷어내고 메로나·부라보콘을 한 수출망에 태우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출발선은 녹록지 않다. 2025년 매출은 1조4896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영업이익은 884억원으로 32.7% 줄었다.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138억원으로 2.3% 반등했지만 영업이익률은 4.4%에 머물렀다. 김 대표가 증명해야 할 것은 합병으로 커진 이름이 아니라 원가율·현금·해외 매출의 질이다.
![[CEO탐구] 97. 김광수 빙그레 대표, 해태 합병·제때 거래 시험대 뛰어넘는다](/data/cheditor4/2608/15d383bdc9850deb164ae00f3138d61ff04a0ef5.png)
◇ 김광수 대표는…
△1957년생(69) △한국외대 러시아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빙그레 입사(1985) △빙그레 인재개발센터 센터장(2004~2012) △빙그레 영업담당 사업2부 상무(2013~2014) △제때 대표이사 사장(2015~2025) △빙그레 사장(2025) △빙그레 대표이사 부회장(2025. 6~현재)
◆ 매출 1.8% 늘고 영업익 32.7%↓…취임 첫해의 엇갈린 성적표
빙그레의 2025년 연결 매출은 1조4896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313억원에서 884억원으로 32.7%, 당기순이익은 1032억원에서 556억원으로 46.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9.0%에서 5.9%로 3.1%포인트 낮아졌다. 매출원가율은 68.0%에서 70.9%로 2.9%포인트 상승했다. 내수 소비 침체에 원유·탈지분유 등 원부자재 가격,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인건비가 겹쳤다. 외형은 지켰지만 가격과 브랜드 힘이 비용 상승을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빙그레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더밸류뉴스]
다만 연간 실적을 김 대표의 단독 성적표로 읽어서는 안 된다. 그는 2025년 6월 20일 대표에 선임됐다. 상반기 사업과 비용의 상당 부분은 전임 체제에서 결정됐다. 반대로 취임 뒤 하반기 부진을 단순한 기저효과로만 돌릴 수도 없다. 김 대표가 책임질 첫 온전한 분기인 2026년 1분기 매출은 3124억원으로 1.3%, 영업이익은 138억원으로 2.3% 증가했다. 매출원가율은 72.4%에서 71.7%로 낮아졌지만 판관비율이 23.2%에서 23.9%로 높아져 영업이익률은 4.4%로 제자리였다. 순이익은 116억원에서 110억원으로 4.9% 줄었다.
재무 체력은 든든하다. 2026년 3월 말 부채비율은 47.0%, 총차입금은 1213억원이었고 현금과 장단기 금융상품이 2469억원에 달해 순차입금은 -1257억원이었다. 신용등급도 AA-/안정적이다. 2025년 영업활동에서 1143억원의 현금을 벌었고 잉여현금흐름은 686억원이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합병한 회사가 아니라 현금 여력을 활용해 효율을 높이는 합병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김 대표의 목표는 단순 비용 삭감보다 2024년 수준의 9%대 영업이익률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여야 한다.
◆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매출 더하기' 아닌 원가 빼기가 핵심
빙그레는 2020년 10월 1325억원에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했고 2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2025년 해태아이스크림 매출은 1876억원으로 6.1% 줄었다. 빙그레는 2026년 4월1일 해태아이스크림을 1대0 무증자 방식으로 흡수합병했다. 중복 사업조직과 업무절차를 합치고, 공동 마케팅·물류·영업소 운영을 일원화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메로나·투게더와 부라보콘·쌍쌍바를 한 조직에서 국내외 채널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기회다.
주의할 점은 해태아이스크림이 이미 빙그레 연결재무제표에 100%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법인을 합쳤다고 연결 매출이 갑자기 늘지는 않는다. 합병의 성패는 법인 수가 아니라 공장별 가동률, 중복 영업소와 냉동고, 물류 동선, SKU 수, 판촉비가 얼마나 줄었는지로 판가름 난다. 법적 합병 직전인 1분기에도 연결 범위는 같았기 때문에 138억원의 영업이익을 합병 효과로 해석하기 어렵다. 2분기 이후 통합 비용과 절감액을 따로 공개해야 시장이 실질 시너지를 판단할 수 있다.
김 대표에게 물류 경험은 장점이다. 제때를 2015년부터 10년간 이끌며 신선·냉동 물류와 식자재 유통을 확대했다. 이제 그 경험을 빙그레와 해태의 생산·판매 통합에 적용할 차례다. 다만 효율화가 인력 감축이나 거래처 단가 인하에만 기대면 품질과 조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 미국 20.6%·베트남 22.8% 성장…중국 17.7% 감소는 숙제
내수가 성숙한 빙그레의 성장축은 해외다. 2025년 미국법인 매출은 970억원으로 20.6%, 베트남법인은 130억원으로 22.8% 증가했다. 반면 중국법인은 346억원으로 17.7%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메로나가 아시안마트를 넘어 코스트코 등 주류 유통망에 안착했고, 중국에서는 대량 판매보다 프리미엄 디저트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2025년 12월에는 호주법인을 신설했다. 국가별 실적이 엇갈리는 만큼 '해외 성장'이라는 한 문장보다 현지별 채널·마진·재구매율을 따져야 한다.
2026년 1분기 별도 기준 수출 매출은 534억원으로 15.8% 늘었고 아이스크림·기타 품목 수출은 23.3% 증가했다. 내수 매출이 2.4% 감소한 상황에서 수출이 전사 매출을 방어했다. 유럽의 유제품 규정에 맞춘 식물성 메로나, 호주·오세아니아용 현지 제품처럼 '한국에서 잘 팔린 제품을 그대로 보내는 방식'을 넘어선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환율과 현지 유통업체 발주에 의존한 수출은 변동성이 크다. 미국 메로나 한 제품의 인지도에 기대지 않고 바나나맛우유·붕어싸만코·엑설런트로 장바구니를 넓혀야 한다.
해태 합병은 해외 포트폴리오를 넓힐 기회다. 국내 영업망에서 검증된 부라보콘과 쌍쌍바를 빙그레의 해외법인과 유통계약에 태우면 추가 고정비를 덜 들이고 매출을 늘릴 수 있다. 반대로 국가별 상표권, 알레르기·성분 규정, 냉동물류 비용을 무시하면 SKU만 늘고 이익은 줄어든다. 김 대표는 해외 매출 총액과 함께 국가별 영업이익률, 메로나 외 제품 비중, 현지 생산 여부를 공개해 성장의 질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 인재·영업·물류 거친 40년 '정통 빙그레맨'...시험대 뛰어넘는다
김광수(오른쪽) 빙그레 대표이사가 지난 6월 23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약방에서 열린 국가유산지킴이 협약 체결식에서 허민(왼쪽) 국가유산청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김 대표는 1957년생으로 한국외대 러시아어학과와 고려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 1985년 빙그레에 입사해 인재개발센터 센터장(2004~2012년), 영업담당 사업2부 상무(2013~2014년)를 지냈고, 2015년부터 10년간 제때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25년 빙그레 사장 및 대표이사 부회장(2025년 6월~현재)에 올랐다. 사람을 키우고 제품을 팔고 냉장·냉동 물류를 움직인 경험을 한 몸에 갖춘 '정통 빙그레맨'이다. 외부 스타 CEO보다 조직의 습관과 현장을 잘 아는 장기 내부자의 통합형 리더십이다.
회사 측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6.2% 감소했음에도 1주당 3,300원의 배당을 유지한 것에 대해 빙그레 측은 "단기 실적 변동뿐 아니라 중장기 재무 안정성, 투자 계획, 현금흐름 등을 종합 고려한 주주가치 제고 의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기주식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 원칙 아래 지속 검토 중이며,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와의 균형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빙그레는 현금이 차입금보다 많고 장수 브랜드와 과점적 시장지위를 갖고 있다. 그래서 평가 기준도 높다. 2026년 말 확인할 숫자는 매출 1조5000억원 돌파보다 영업이익률 회복, 해태 통합 순절감액, 메로나 이외 해외 매출, 제때 거래의 경쟁입찰 비중이다. 네 지표가 함께 개선될 때 40년 내부자는 승계의 관리자가 아니라 글로벌 식품회사의 경영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