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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민 칼럼] 일부 국민에게만 열린 규제의 뒷문 '매도인 금융'

- 이 대통령의 17억원 근저당 매각이 드러낸 부동산 규제의 두 얼굴

- 대출은 막았지만 자금 수요는 사라지지 않아

- 시장을 통제할수록 현금과 우회로를 가진 국민만 유리해져

  • 기사등록 2026-07-27 0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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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소성민 금융증권부장 부국장]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28년간 보유한 성남시 분당 아파트를 29억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매매대금 가운데 17억7000만원을 즉시 받지 않고, 매수인을 채무자로 해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매수인이 기존 주택을 처분한 뒤 오는 10월께 잔액을 지급하고, 그때까지 이자는 받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소성민 칼럼] 일부 국민에게만 열린 규제의 뒷문 \ 매도인 금융\ 정부가 부동산 금융의 '정문'을 닫을수록 시장은 새로운 '뒷문'을 찾는다. 더 큰 문제는 이 뒷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이미지=더밸류뉴스|AI생성]

매도인이 잔금을 나중에 받는 대신 담보를 설정하는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은행이 아니라 매도인이 일시적으로 금융기관 역할을 한 셈이다. 재건축 일정상 소유권 이전을 서둘러야 했고, 매수인의 기존 주택이 아직 팔리지 않았다는 대통령실의 설명도 거래 실무 차원에서는 이해 가능하다.


그럼에도 ‘근저당 매도’, ‘이재명 금융’이라는 풍자가 쏟아지는 까닭은 따로 있다. 국민이 문제 삼는 바는 근저당권이라는 법률 장치가 아니다. 은행 대출을 강하게 틀어막아 평범한 국민의 주택 거래를 어렵게 만든 정부의 최고 책임자가, 정작 자신의 거래에서는 제도권 밖의 금융 해법을 찾아 목적을 달성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논란은 아파트 한 채를 둘러싼 공방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식이 안고 있는 약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 국민 사정은 규제 대상, 대통령 사정은 해명 사유


대통령실의 해명은 간단하다. 매수인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고, 거래 시기를 늦추면 재건축과 관련한 권리 승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잔금을 유예하고 근저당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매매가격도 주변 시세보다 낮게 정했고, 대통령 부부가 이자를 받지 않으므로 사익을 챙긴 거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 설명이 모두 사실이라면 거래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현 부동산 금융정책의 약점도 그대로 드러난다. 주택을 사고파는 일반 국민에게도 저마다 피할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새집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 날짜와 아파트 잔금일이 어긋난 사람도 있다. 소득과 신용은 충분하지만 갑자기 낮아진 대출 한도 때문에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는 실수요자도 있다. 이들에게도 거래 시점과 자금 조달은 생계와 재산이 걸린 절박한 문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은 이런 개별 사정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주택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를 일률적으로 정하고 금융회사별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한다. 개인의 상환 능력보다 집값 구간과 은행의 대출 여력이 더 중요해진다. 어제까지 가능하던 대출이 정책 발표 뒤 막히거나, 같은 조건의 고객도 은행과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받는다.


대통령의 거래에서는 ‘불가피한 사정’이 해명의 근거가 됐다. 반면 일반 국민의 불가피한 사정은 규제가 감수해야 할 부작용으로 취급된다. 바로 이 간극이 국민의 울분을 돋우고 있다.


불법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통령에게 불가피했다면 국민에게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 대출을 막으면 수요도 사라진다는 착각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는 목적은 일견 타당하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경제의 취약성을 키우고, 과도한 대출이 집값을 밀어 올렸다는 지적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정책 목표가 옳다고 해서 정책 수단까지 옳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대출 총량을 줄이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추면 은행 통계에 잡히는 가계대출 증가율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주택 거래에 필요한 돈의 수요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거래가 그 사실을 생생하게 증명했다. 은행이 빌려주지 못하는 돈을 매도인이 대신 빌려줬다. 명칭은 잔금 유예와 근저당 설정이지만 경제적 실체는 '매도인 금융'이다. 은행 대출은 줄었지만, 매수인이 부담해야 할 채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채권자가 금융회사에서 개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공식 금융을 지나치게 누르면 자금 수요는 다른 길을 찾는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차입, 회사 사내대출, 사업자대출, 제2금융권, 매도인 금융 등이 그 대안이 된다. 규제는 대출을 없애지 못하고 대출의 이름과 장소만 바꾼다.


더 심각한 현실은 이런 대체 금융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17억원이 넘는 매매대금을 석 달 이상 받지 않고 기다려줄 수 있는 매도인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집주인은 기존 대출을 상환하거나 새집 잔금을 치르기 위해 매매대금 전액이 필요하다.


결국 규제가 강해질수록 현금과 담보, 협상력을 가진 일부 국민은 우회로를 찾지만 제도권 대출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 국민들은 거래에서 낭떠러지로 밀려난다. 겉으로는 모두에게 같은 규제이지만 실제로는 현금 부자에게 유리하고, 중산층과 청년층에게는 더 가혹한 정책이 된다.


정부가 부동산 금융을 통제해 투기를 막겠다고 했지만, 정작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자산가의 경쟁력만 높여주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 시장을 결과대로 움직이려는 정치


이재명 정부의 여러 경제정책에는 공통된 성향이 보인다. 정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결과를 먼저 정하고, 재정과 금융·세제·행정력을 동원해 시장을 그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방식이다.


부동산으로 향하는 돈은 대출과 세금으로 억제하고, 주식시장으로 들어가는 돈은 세제 혜택과 정책금융으로 유도한다. 소비가 부족하면 쿠폰과 현금 지원으로 소비를 끌어올리고, 증시가 흔들리면 국민연금과 공적 자금의 역할을 확대하려 한다. 각각의 정책에는 모두 그럴듯한 명분이 있다.


그러나 돈은 정부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부동산 대출을 막는다고 해서 자금이 반드시 주식과 기업투자로 이동하지 않는다. 현금으로 머물거나 미국 주식과 해외 부동산, 가상자산으로 빠질 수 있다. 소비쿠폰으로 잠시 매출은 늘릴지 몰라도 가계의 지속적인 소득과 고용 안정까지 창출해내지는 못한다.


복잡한 경제 문제를 하나의 정책 수단으로 해결하려 할수록 '풍선효과'만 커진다. 집값을 잡겠다며 대출을 억누르면 거래가 얼어붙고, 임대료가 오르거나 현금 거래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공식 대출을 막으면 사적 금융이 늘어난다. 사적 금융까지 규제하면 또 다른 우회로가 생긴다.


권력의 독선에 빠지면, 정책이 실패했을 때 원인을 되돌아보기보다 규제가 부족했다고 판단하는 인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조인 뒤 사업자대출이 늘면 사업자대출을 막고, 사내대출이 늘면 사내대출을 관리한다. 매도인 금융이 확산되면 개인 간 잔금 유예까지 규제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정책학에서는 이런 부작용을 '몰입의 확대(Escalation of Commitment)'라고 부른다. 실패 신호가 나타나도 정책 방향을 재검토하기보다 오히려 같은 정책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현상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확증편향’과 ‘매몰비용 오류’의 결합으로 설명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정부의 통제 범위만 계속 넓어질 뿐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서울 핵심지역의 주택 부족, 일자리와 교육의 수도권 집중, 느린 재건축과 재개발, 불안정한 임대시장 같은 원인들은 그대로 남는다.


수도관이 낡아 물이 새는데 수도꼭지만 계속 잠그는 것과 같다. 물 사용량은 잠시 줄어들 수 있지만 누수의 원인은 제거되지 않는다.


◆ 합법이라는 해명만으로 사라지지 않는 질문


이번 거래에 대해 대통령만 무조건 비난할 필요는 없다. 매도인이 미수금을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은 법이 허용하는 계약 방식이다. 대통령 부부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팔았고 이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재건축 관련 시한 때문에 소유권 이전이 시급했다는 설명 역시 사실이라면 참작할 만한 사유다. 이를 곧바로 불법 대출이나 특혜 거래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


하지만 매도인 금융이 불가피했다는 이 해명 자체가 해당 거래를 변호하는 동시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가장 강력한 논거가 된다.


일반 국민이 살아가는 현실의 주택 거래에서는 정책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대통령도 그 현실 앞에서 은행 대출 규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대안을 찾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일반 국민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거래가 왜 합법이고 왜 불가피했는지는 설명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왜 이를 불공정하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


국민이 던지고 싶은 질문은 바로 이 거다.


“대통령에게 가능했던 해법이 왜 나에게는 불가능한가.”


보통 사람에게 17억원을 몇 달 동안 무이자로 빌려줄 매도인은 없다. 대통령처럼 거래 상대방의 신뢰를 얻기도 어렵다. 법률과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복잡한 담보계약을 설계할 능력도 부족하다. 정책의 우회로는 형식적으로야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실제로는 자금과 정보, 협상력을 가진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정부가 적법성만 강조할수록 국민은 더 큰 박탈감을 느낀다. 정책의 공정성은 같은 규정을 적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규정이 서로 다른 조건의 국민에게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살펴야 한다.


◆ 좋은 정책은 우회로를 잘 막는 정책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교훈은 매도인 근저당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민간의 정상적인 계약 자유까지 막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왜 국민들이 제도권 금융을 벗어나 사적 금융을 찾는지 살피는 것이다. 상환 능력이 충분한 실수요자에게도 대출 통로를 지나치게 좁힌 것은 아닌지, 부동산 가격만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 합리적인지, 금융회사 총량 관리가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다고 구분을 포기하고 모든 대출을 일률적으로 줄이면 정책이야 간결해질지 몰라도 국민의 삶은 더 복잡해진다.


좋은 정책은 모든 우회로를 샅샅이 찾아 틀어막는 정책이 아니다. 사람들이 우회로를 찾지 않아도 되는 정상적인 길을 만들어주는 정책이다. 정부가 정한 목적에 국민의 행동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예측 가능한 원칙 안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거래가 불공정한 편법인지 아닌지는 이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부동산 금융을 강하게 통제해 온 정부의 최고 책임자도 자신의 거래에서는 현실에 맞는 예외적 해법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에게 불가피했다면 국민에게도 불가피하다. 이 당연한 사실부터 인정해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의 강도보다 그 정교함을 더 고민하는 정상적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시장의 신뢰란 정부가 모든 길을 통제할 때 생기는 게 아니다. 신뢰는 바로 정부 자신에게 허용한 현실적 난관의 타개책을 일반 국민에게도 고루 인정하고 적용할 때 생기는 것이다.


smso21@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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