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담합 행위에 대한 엄벌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부적절한 담합 행위가 적발된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과징금이라는 철퇴로 응징하기도 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은 총 7070억원이다. 1분기에만 지난해 대비 99% 증가했다. 설탕 판매업체부터 금융·통신업계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추가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장 경제의 작동 원리를 해치는 담합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정당하다. 하지만 모든 산업 분야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해 공동 행위 금지를 외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지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운 산업이다. 해운은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 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동시에, 운임이 수급에 따라 급등락하는 전형적인 시황 산업이다. 최근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글로벌 선사 간 출혈 경쟁 심화, 환율 및 유가 상승 등 복합적 외부 변수까지 겹치며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법과 해운법 간의 공동 행위 규제 통제권을 두고 벌어지는 공방전은 해운 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붙잡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 23곳에 대해 담합 행위를 이유로 총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법상 가격 결정·유지·변경 등을 합의하는 공동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해운사들은 해운법 제29조를 근거로 운송 조건에 관한 계약은 해양수산부의 관리·감독 아래 허용될 수 있는 공동행위라고 반박하며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서울고등법원은 에버그린 등 해운사들의 손을 들어주며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전면 취소했다. 해당 공동행위가 해운법상 허용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은 해운법상 허용되는 운임 공동행위라고 할지라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공정위가 규제할 권한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사건은 다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되고 있으며, 최종 판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 배에 두 선장이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선사들이 안정적으로 영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공동행위에 대한 판단 권한을 해양수산부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해양수산부가 허가 절차를 엄격히 하고, 불합리한 담합 행위에 대해 명확한 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한다면, 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정 경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 해양수산부와 공정위의 기싸움 사이에서 우리 수출의 핵심인 해운업이 좌초되지 않도록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지훈 더밸류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