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율림] 최근 한 상속 상담에서 인상적인 질문을 받았다. 평생 사업을 하며 상당한 재산을 모은 한 고령 의뢰인이었다. “저는 자식이 없습니다. 제가 죽으면 이 재산은 결국 어디로 가게 됩니까.”
위 의뢰인의 질문은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지금 두 개의 거대한 인구 변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하나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수준의 저출산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동시에 진행되는 사회에서 상속은 더 이상 개인의 재산을 정리하는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부의 이동 경로를 결정하고, 나아가 자산 격차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제적 불씨이다.
과거에는 여러 자녀에게 재산이 분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자녀가 한 명이거나 아예 없는 딩크족이 늘어나면서 상속 재산은 소수에게 집중되거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자녀 수가 줄어들수록 상속 재산은 소수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세대 간 자산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 규모 자체가 커진 상황에서는 상속을 통해 형성되는 부의 격차가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초저출산 사회가 반드시 자산 격차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없는 경우 우리 민법에 따라 상속은 배우자와 부모에게 돌아가고, 부모도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에게 이전된다. 형제자매도 없다면 조카 등 방계혈족이 상속인이 되며, 이러한 친족마저 존재하지 않으면 재산은 결국 국가에 귀속된다. 다시 말해 초저출산 사회에서는 재산이 직계 후손에게 이어지기보다 형제자매나 조카에게 ‘옆으로’ 이동하거나, 때로는 ‘사회적 재분배’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법조인의 역할은 단순한 분쟁 해결을 넘어선다. 상속 분야에서 변호사는 전통적으로 상속재산 분할이나 유류분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나 가족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재산이 어디로 어떻게 이전될지를 미리 설계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유언 작성, 가족신탁, 공익신탁, 유산 기부 구조 등 다양한 법적 장치를 통해 개인의 재산이 자신의 의사에 맞게 이전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앞으로 상속 분야 법률가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개인의 재산권을 존중하면서도 자산 이동의 방향을 보다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정책적 과제도 분명하다. 한국은 여전히 유언 작성률이 낮고 많은 재산이 법정상속 규정에 따라 이전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자산 이동이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속 설계와 유언 문화의 확산은 초저출산 사회에서 상속의 흐름을 보다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데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유산 기부나 공익신탁 제도를 활성화해 상속인이 없는 재산이 사회적 목적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장치는 개인의 재산권을 존중하면서도 자산의 사회적 환원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이 없는 사회에서 재산은 어디로 가는가.
고령화와 저출산이 동시에 진행되는 사회에서 상속은 한 사회의 부가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그 부가 다음 세대 혹은 공동체에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제도가 될 것이다. 이제 상속을 둘러싼 논의는 가족 내부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자산 분배 구조와 공공 정책을 함께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햔다.
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율림. [사진=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