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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칼럼] 300억 달러 돌파한 K-바이오, 성장 뒤 숨겨진 ‘3대 함정’

- 2026년 수출 304억 달러 전망...바이오시밀러 슈퍼사이클 타고 CDMO 세계 1위 도약

- 미국 약가 인하·중국 가격 압박·현지 생산 요구...글로벌 수익성 구조 리스크↑

- 생산능력 확대만으론 한계...미국 거점·신약 전환·시장 다변화 3대 과제 남아

  • 기사등록 2026-03-09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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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선임기자]

K-바이오 시장이 역대 최대 성과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바이오헬스산업 수출 활성화 기업 간담회'에서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바이오헬스 산업이 반도체에 이은 제2의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은 지난해 279억 달러 수출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돌파해 약 304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 수출은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바이오의약품은 10년 새 10배 가까이 성장하며 약 65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가동으로 생산능력 78.4만L를 확보했고 오는 2032년까지 총 132.4만L로 증설해 세계 최대 CDMO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박수연 칼럼] 300억 달러 돌파한 K-바이오, 성장 뒤 숨겨진 ‘3대 함정’K-바이오 시장이 역대 최대 성과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그러나 화려한 숫자 뒤편에는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약가 정책 변화, 중국 VBP(Volume-Based Procurement, 대량 구매 입찰제) 확대, 미국 보호무역 기조라는 '3중 악재'가 동시에 한국 바이오를 조여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BOK 이슈노트'에서 바이오헬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연평균 5.0% 성장이 예상되는 이 산업이 한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규제 대응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바이오시밀러 슈퍼사이클, 그 이면의 가격 전쟁


한국 바이오의약품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바이오시밀러가 이른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2020년대 중반부터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들의 특허가 줄줄이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아이덴젤트', '옴리클로', '스토보클로', '앱토즈마' 등 4개 바이오시밀러의 FDA 승인을 획득하며 역대급 성과를 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오스포미브' 승인을 받으며 북미 시장 내 위상을 강화했다. 올해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전년대비 증가가 예상되며 의약품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연 칼럼] 300억 달러 돌파한 K-바이오, 성장 뒤 숨겨진 ‘3대 함정’최근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추이. [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하지만 슈퍼사이클의 이면에는 치열한 가격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미국 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첫 약가 인하가 적용되면서, 메디케어의 약가 협상 권한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글로벌 의약품 가격 기준에 하향 압력을 가하고 있다. 유럽 각국도 재정 압박으로 입찰 경쟁을 격화시키며 약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및 글로벌 약가 인하 압박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세는 다소 제한적이거나 완만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제약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미국·유럽 시장에서 약가가 하락하면 국내 바이오 기업의 수익성 구조 자체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R&D 비용과 임상·허가·생산 비용은 글로벌 수준인데 판매 가격만 낮아지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정책 변화가 본격화되면 신약 개발부터 상업화까지의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중소 바이오텍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빅파마들이 신약 개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한국의 고효율 CDMO(위탁개발생산)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악재'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의 가격 압박 확대와 아시아 시장의 지각변동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은 그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여왔다. 2023년 아시아·태평양 수출 비중은 45.6%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35%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중국의 VBP로 인한 가격 압박 확대다. 중국 정부는 의약품 대량 구매 입찰을 통해 가격을 대폭 낮추는 정책을 시행 중이며, 이는 한국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가격 경쟁 압박을 받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일본 역시 약가 인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한국 의약품의 일본 시장 진출 환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아시아·퍼시픽은 일본 약가 인하 정책 및 중국 VBP로 인한 부정적 요소가 존재해 제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은 아시아 중심에서 미국·유럽 중심으로 수출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유럽 수출 비중은 2023년 30.1%에서 올해 35.0%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다변화'는 양날의 검이다. 미국·유럽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고 규제가 까다롭다. 특히 오는 5월부터 유럽 의료기기 데이터베이스(EUDAMED)의 일부 모듈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이미 시행 중인 MDR·IVDR 체계 아래에서 기업들의 규제 대응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동시에 미국·유럽 시장에서도 규제 장벽에 대응해야 하는 '샌드위치' 상황에 놓일 위험이 커지고 있다.

[박수연 칼럼] 300억 달러 돌파한 K-바이오, 성장 뒤 숨겨진 ‘3대 함정’글로벌 바이오헬스 지역별 수출 비중 비교. [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CDMO 슈퍼 파워, 미국 생물보안 정책이 만든 기회와 함정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은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월 5공장 가동으로 생산능력을 78.4만L로 확대했고, 2032년까지 8공장을 순차 준공하면 총 132.4만L 규모가 된다. 셀트리온은 미국 일라이 릴리의 생산시설 인수를 마무리하고, 지난 2월부터 CDMO 전문 자회사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통해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했으며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올해 말 제1공장 12만L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CDMO 생산 역량을 빠르게 확보해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의회에서 논의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은 한국 CDMO 기업들에게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법안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 제한을 추진하며 미국 제약사들이 중국 CDMO를 대체할 파트너를 찾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논의돼 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역시 이러한 정책 환경 변화가 국내 CDMO 기업들에게 일정한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CDMO 확대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보호무역 기조는 한국 CDMO 기업들에게도 잠재적 리스크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을 강화하는 정책을 확대할 경우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공급하는 구조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한 것도 이러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더 근본적인 과제는 CDMO가 글로벌 바이오 산업 가치사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느냐다. CDMO는 단순 생산뿐 아니라 공정 개발, 품질 관리, 대규모 생산 기술 등 고부가 역량을 포함하지만 궁극적으로 신약 자산을 보유한 기업보다 가치사슬 상단에 서기 어렵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하더라도 글로벌 제약사의 파이프라인 의존도가 높다면 산업 구조상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향후 5년간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은 연평균 5.0% 성장할 전망"이라며 "이는 국내 주력 산업인 자동차 성장률 2.7%를 크게 웃도는 수치"라고 분석했지만 성장하는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어떤 위치를 점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박수연 칼럼] 300억 달러 돌파한 K-바이오, 성장 뒤 숨겨진 ‘3대 함정’국내 주요 CDMO 생산능력 확대 현황 및 계획(삼성바이오 목표 2032년, 셀트리온 2030년(미국)+신규CDMO 계획, 롯데바이오 2027년 가동). [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각 사 공시자료]

◆규제 대응 체계 재설계, 지금이 골든타임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규제 선제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월 발표한 업무계획에서 '바이오헬스 규제·인증 혁신'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바이오의약품 수출제조업 등록제 신설, CDMO 제조소 GMP 적합인증 기준 체계화, UAE·대만·인도네시아 등과의 국제 협력 확대는 모두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 약가 정책 변화, 유럽 규제 체계 강화, 중국 VBP 확대라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전략적 규제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해 보호무역 장벽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둘째, 바이오시밀러에서 신약·ADC(항체약물복합체) 등 고부가 모달리티로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의 파이프라인은 이미 세계 상위권 수준이다. 정부가 올해 조성하는 1500억 원 규모 임상 3상 특화펀드는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셋째, 시장 다변화를 통해 외부 충격을 분산해야 한다. 중동·중남미·동남아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유럽 내에서도 다양한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한국 화장품이 미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만든 것처럼 의약품과 의료기기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바이오헬스 지원 예산을 전년대비 3.5배 늘린 2338억 원으로 확대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예산 확대만큼 중요한 것은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다. 모든 기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신약 개발 역량이 있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CDMO 역시 글로벌 공급망 전략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규제 혁신도 단순한 완화가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맞춘 '스마트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


K-바이오는 이제 '덩치 싸움'을 끝내고 '심리전과 외교전'이라는 두 번째 라운드에 진입했다.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는 '얼마나 빨리 성장하느냐'가 아니라 여러 시장의 리스크와 변화 속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 것이냐'에 달려 있다. 지금은 화려한 숫자에 취할 때가 아니라 성장의 구조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보호무역의 장벽을 넘는 현지 생산 거점 확보와 특정 시장에 휘둘리지 않는 기민한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장기 경쟁력을 가져가길 응원한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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