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강성기 칼럼] "사람 없고 숙련 끊겼다"...로봇과 인간 '공생 질서' 고민해야

- "외국인 없으면 라인 멈춰"…화성 마도단지, 구인 배수 7.8 '기형적 구조'

- '보는 로봇'에서 '학습하는 로봇'으로…기계에 근육과 뇌 입힌 '피지컬 AI'

- "일자리 침공 아닌 직무 전이"…용접공 떠난 자리 메우는 '로봇 오퍼레이터'

  • 기사등록 2026-02-02 08:42:52
기사수정
[더밸류뉴스=강성기 기자]

경기도 안산과 시흥 일대에 조성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불과 몇 년 전까지 기계 소음으로 가득했던 이곳의 점심시간은 이제 적막함마저 감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숙련공들은 은퇴를 앞두고 있고, 젊은 층은 아예 발길을 끊었다"며 "정부가 정년 연장을 논의한다지만, 60대 중반의 노련한 손기술을 70대까지 기대하기엔 제조업의 강도가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화성시 서부권 산단 밀집 지역인 마도면, 양감면, 장안면 일대는 이미 내국인보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 마도면의 경우 전체 주민 중 외국인 비율이 31.1%에 달하며, 인근 양감면(38.4%)과 함께 '외국인 없이는 생산 라인이 멈추는 곳'으로 불린다. 


[강성기 칼럼] \미래형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고령의 숙련 노동자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통해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양옆에서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현대차 '아틀라스'를 연상시키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정밀 용접 작업을 수행하며 인간과 협업하는 모습이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화성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화성 지역 제조업의 구인 배수는 7.8에 육박한다. 즉, 일자리는 8개가 있는데 일하겠다는 사람은 1명뿐인 기형적인 구조다. 마도 인근의 한 알루미늄 제품 생산 공장은 전체 직원 70명 중 절반인 35명이 외국인이다. 내국인 직원은 대부분 60대 이상 관리직이며, 실제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제품을 뽑아내는 현장직은 100% 외국인으로 채워진 상태다. 


마도공단의 중소기업들은 연봉을 대기업 수준에 가깝게 맞춰도 청년층 유입이 거의 없다. 이로 인해 20년 차 숙련공이 은퇴하면 그 노하우가 전수되지 못하고 맥이 끊기는 '기술 단절'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마도공단 같은 노후 산단과 중소 제조 현장은 △3D업종 기피 △외국인 쿼터 한계 △정주 여건의 한계 등의 이유로 로봇 도입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곳에서 로봇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인공호흡기'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2026년 현재, 우리는 통계청이 예고했던 '인구 절벽'의 가파른 내리막길에 서 있다. 생산 가능 인구의 급감은 단순히 노동력 부족을 넘어, 수십 년간 쌓아온 K-제조업의 '숙련 전수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이제 공장은 단순히 자동화된 기계의 집합소가 아니라, 인간의 신체 능력을 복제한 지능형 로봇이 협업하는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의 각축장'이 됐다.


과거의 산업용 로봇이 펜스 안에서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고정형 기계'였다면, 2026년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차원이 다르다. 인공지능이 물리적 본체와 결합한 '피지컬 AI'는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숙련공의 미세한 손동작을 학습한다.


[강성기 칼럼] \2025, 2026 제조업 AX 예산 비교 [이미지=더밸류뉴스] 

2026년 AX 예산 1조 원 돌파…휴머노이드·로봇 개발에 '사상 최대' 투입


정부는 인구 절벽으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과 협업하는 휴머노이드 로봇(피지컬 AI)에 대한 투자를 2배 가까이 늘렸다. 산업통상부는 2026년 예산안을 통해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의 AX 확산에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94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2025년 관련 예산(5651억원) 대비 약 2배(93.7%) 수준으로 늘어난 규모이다. 특히 제조·물류 현장에서 활용될 휴머노이드 로봇과 핵심 부품 개발을 포함한 '피지컬 AI' 예산을 2025년 2149억원에서 4022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강성기 칼럼] \현대차 '아틀라스' vs 테슬라 '옵티머스' [이미지=더밸류뉴스] 

테슬라가 개발 중인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나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도입 중인 휴머노이드들은 이제 단순 운반을 넘어 정밀 조립 단계까지 진입했다. 이는 노동력의 '양적 보충'을 넘어 '질적 혁명'을 의미한다. 인간이 기피하는 고위험·고강도 작업은 로봇이 전담하고, 인간은 로봇의 운용과 예외 상황을 관리하는 '관리자'로 거듭나는 시나리오다.


현재 산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정년 연장'과 '로봇 도입'의 우선순위다. 노동계는 고령화 시대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정년 연장을 외치고,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로봇 전환을 서두른다. 이 둘은 대립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여야 한다.


현대차 '아틀라스' vs 노조 '생존권'…정년 연장과 로봇 도입 사이의 '기묘한 동거'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공개하며 파격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까지 아틀라스 로봇 3만대를 양산하고, 미국 조지아주의 신공장(HMGMA)을 시작으로 전 세계 생산 거점에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하 노조)는 지난달 22일과 29일, "합의 없이는 단 1대도 안 된다"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노조는 사측이 로봇 도입이 용이한 미국 등 해외 공장으로 물량을 몰아주고, 국내 공장은 '빈껍데기'로 만들려 한다고 의심한다.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 능력을 2028년까지 50만 대 규모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국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이다.


현행 현대차 단체협약에는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신기술 도입 및 공정 변화는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로봇 투입 발표가 이 합의 정신을 무시한 '일방통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로봇 투입을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조업 AX(AI 전환)’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숙련공들의 은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공백을 메울 유일한 대안은 로봇이라는 입장이다. 도장, 용접, 무거운 부품 조립 등 인체에 해롭거나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공정을 로봇이 전담해 오히려 작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AI 기반 로봇은 24시간 일정한 정밀도를 유지하므로, 제네시스 등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강성기 칼럼] \테슬라가 개발중인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가 실험실에서 달리는 모습.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65세 고령 노동자가 현장에 남더라도 체력적 한계는 명확하다. 여기서 로봇의 역할은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고령 노동자의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수트'나 힘든 작업을 대신해 주는 '협동 로봇'의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 즉, 정년 연장을 통해 확보한 '숙련된 경험'에 로봇이라는 '강력한 하드웨어'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구 절벽 시대에 제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다.


항상 따라오는 공포가 있다. "로봇이 내 일자리를 뺏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 속도보다 인구가 사라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일할 사람 부족'이다.


로봇 도입은 일자리의 파괴가 아닌 '직무의 전이'를 불러온다. 용접공 대신 용접 로봇 오퍼레이터가 필요하고, 기계 정비사 대신 로봇 유지보수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정부의 AX 정책 역시 단순히 기계를 사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의 고령 노동자들이 로봇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재교육 인프라'에 집중해야 한다. 


기술 목적은 결국 '인간'…로봇-노동 '공생의 질서' 설계가 K-제조업 성패 갈러


제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다. 심장이 멈추지 않게 하려면 로봇이라는 인공 심박동기를 달아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기술의 목적은 결국 사람이어야 한다. 2026년 상반기, 우리 산업계가 마주한 과제는 로봇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로봇과 인간이 어떻게 '공생의 질서'를 설계하느냐에 있다.


정부는 규제 혁파를 통해 로봇 도입의 문턱을 낮추되, 기업은 그로 인해 창출된 이익을 노동자의 재교육과 복지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 기술은 우리의 적이 아닌 가장 강력한 우군이다. 텅 빈 공장을 로봇이 채우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 로봇을 조종하는 인간의 손길이 끊기는 것을 두려워해야 할 때다.


skk815@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6-02-02 08:42:5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더밸류뉴스TV
그 기업 궁금해? 우리가 털었어
산업더보기
더밸류뉴스 구독하기
리그테이블더보기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