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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탐구] ②한국거래소, 글로벌 15위권 점프한 주식 거래의 '보이지 않는 동반자'

- 한국 자본시장의 젖줄 수행하며 경제 성장 이끌어... 대체 거래소 등 도전 맞아

  • 기사등록 2023-10-23 09: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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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요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 성과와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을 분석하는 '공기업 탐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방지라는 공적 기능도 갖고 있는 공기업들이 이 두 가지 미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지를 집중 분석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밸류뉴스=구본영 기자]

"기업은 설립하는 게 이익일 때 설립된다."(199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널드 코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경제를 움직이는 키플레이어는 단연 '기업'(company)이다. 기업은 '함께(com) 빵(pan)을 만드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이탈리아에서 유래했는데, 17세기 자본주의 발흥과 함께 급속도로 지구상에 퍼져 나갔다. 


기업의 발흥과 함께 기업 지분(주식)을 거래하는 증권거래소도 자연스럽게 태동했다. 160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동인도회사의 지분을 다리 위 한 구석에서 거래하면서 증권거래가 시작됐고 이후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Amsterdam Bourse)로 이름이 바뀌면서 세계 최초 증권거래소로 모습을 드러냈다. 증권거래소가 없다면 자본주의도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증권거래소의 중요성은 막대하다. 


한국에는 증권거래소가 딱 한 곳 있다.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가 그것으로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에 기원을 두고 있다. 2005년 한국증권거래소, 한국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의 4개 기관이 통합돼 한국거래소라는 이름으로 정식 설립됐다. 


한국거래소 현황. 2023년 6월 기준. 단위 %/ [자료=한국거래소]

◆글로벌 10위권... 지난해 매출액 11조 '메머드급'


한국거래소의 규모는 메머드급이다. 2020년 세계거래소연맹(WFE) 조사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거래소는 15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서는 6위였다. 


1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2위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NSDAQ), 3위 일본도쿄증권거래소(JPX),  4위 상하이증권거래소(SSE), 5위 유로넥스트(Euronext), 6위 홍콩증권거래소(HKEX), 7위 런던증권거래소(LSE), 8위 중국 선전증권거래소(SZSE), 9위 토론토증권거래소(TSX), 10위 뭄바이증권거래소(BSE), 11위 독일 도이체뵈르제(Deutsche Boerse AG), 12위 스위스 증권거래소(SWX), 13위 나스닥노르딕, 14위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이어 한국거래소(KRX)가 15위를 기록했다..


또,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시장은 2001~2012년 11년 동안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매출액 11조854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재계 15~30위권인 카카오(10조5810억원), 하림(13조9830억원), 영풍(13조7770억원)과 유사하다(이하 K-IFRS 연결). 지난해 12월 기준 현금성자산(유동금융자산 포함) 11조6460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영업현금흐름 1조7263억원이었다.  


한국거래소의 매출액(영업수익),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이같은 위상을 갖게 된 배경에는 유가증권(951종목), 코스닥(1675종목), 코넥스(128종목)를 합쳐 총 2754 종목의 주식매매거래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2023년 9월 기준). 주식매매거래란 회원사(증권사)의 주문을 모아 매매체결을 하고 이를 다시 회원사에게 통지하는 업무를 말한다. 주식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매매할 때 한국거래소가 소리없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매매거래는 상장(IPO), 공시와 더불어 한국거래소의 3대 핵심 업무에 속한다. 


이를 통해 한국거래소는 한국경제를 글로벌 10위권으로 끌어 올리는 데 소리소문없이 기여해왔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굴지 기업들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조달하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가 숨은 역할을 해온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은 물론이고 석유 시장, 금 시장, 파생상품 시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주식 매매 시스템. [자료=한국거래소]

◆석유, 금, 탄소배출권도 거래...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 10위권


한국거래소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파생상품 거래이다. 종합거래소라는 명칭답게 증권 거래를 넘어 석유 시장, 금 시장, 탄소배출권 시장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KRX석유시장은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KRX금시장은 2014년 개설된 국내 유일의 국가공인 금 현물시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일반 금거래소는 홈페이지를 통해 금, 은 등 귀금속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시세를 보여주는 등 증권시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법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는 거래소는 아니다.


한국거래소의 금 시장 거래 개념도. [자료-한국거래소]

또 한국거래소는 2015년부터 배출권시장을 운영 중인데, 이는 각 기업이 할당 받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다만 8년이 흐른 현재, 배출권 시장 내 거래량이 매우 적은 데다 가격 변동성도 커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이같은 침체 원인이 △각종 규제 △제3자 참여 제한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있다고 판단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상품 개발과 시장 참여자 확대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지난 9월 발표했다. 


◆제2 주식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예비인가... 독점 구도 바뀔 수도 


이처럼 한국 주식시장 발전에 기여해온 한국거래소가 최근 변화와 도전을 맞고 있다.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넥스트레이드(대표이사 김학수)가 금융당국의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한국거래소의 그간의 독점 구도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게 되면 정규거래소인 한국거래소의 주식매매 기능을 함께 수행하게 된다. 상장심사, 시장감시 등의 기능은 한국거래소에 의해 수행되며 주식매매 체결만을 담당한다.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가 주식매매 수량과 호가를 제시하면 각 투자자의 주식 매매를 체결하는 증권사가 두 곳 중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곳에서 거래를 체결하게 되는 식이다.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시간 확대, 다양한 호가 방식, 저렴한 수수료의 3개 차별화를 내세우며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인 정규 거래시장을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1시 59분까지 대폭 연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관해 한국거래소는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동일규제 원칙에 어긋나며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주 52시간 관련 노동이슈, 동일 종목에 대한 가격 괴리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의 기업공개(IPO) 이슈도 물밑에 잠복해있다. 이는 한국거래소의 주요 기능들을 분사하고 한국거래소는 지주사로 전환해 기업공개를 한다는 방안인데 금융위원회가 당초 2016년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나 무산됐다. 한국거래소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손병두 이사장, 불법 공매도 근절 기여 


한국거래소를 이끌고 있는 손병두 이사장은 지난 2020년 12월 한국거래소의 9대 CEO에 취임했다. 임기 만료는 올해 12월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별관에서 한국거래소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손병두 이사장은...


▷1964년생(59) 서울 인창고 졸업(1983) ▷서울대 국제경제학과(1987)·행정대학원 정책학과(1989)·미국 브라운대 경제학박사(2000) ▷33회 행정고시(1989) ▷국무총리실 행정사무관(1990)·경제기획원(1992)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2003)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2005) ▷금융위원회 사무처장(2017) ▷한국거래소 이사장(2020. 12~ 현재)


코스피 상장요건을 완화해 유니콘 기업의 국내 유치를 유도했고, 기업공개(IPO) 상장심사 때 ESG경영능력을 도입하는 등 주식 시장 업그레이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한 점도 인정받고 있다. 2021년 9월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익명으로 불만을 성토하고 이사장에게 언제든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 내 온라인 소통 플랫폼 '온통(溫通, 따뜻한 소통)'을 개설하는 등 내부 소통에도 기여했다. 한국거래소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금융위원회와 업무 연관성을 맺고 있다.  


qhsdud1324@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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