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쿠콘(대표이사 김종현)이 ‘비즈니스 데이터 중개 플랫폼’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기업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전환 비용이 높아 고객사가 쉽게 이탈하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며, 최근 5년간 연평균 영업이익률이 23%대에 이르는 이유다.
◆ 쿠콘, 금융·공공·유통 등 40개국 5만여종 데이터...독점적 API 자산 확보
기업분석전문 버핏연구소는 지난 7일 ‘쿠콘, 스테이블 코인 성장 기대되는 비즈니스데이터 독점적 플랫폼’이라는 제목의 독립리서치를 발간했다. 버핏연구소 독립리서치는 국내 최초의 '개인투자자를 위한 독립리서치'로 지난 2012년 9월 발행을 시작했다.
버핏연구소 독립리서치가 발행한 '쿠콘, 스테이블 코인 성장 기대되는 비즈니스데이터 독점적 플랫폼'. [자료=버핏연구소]
윤승재 연구원에 따르면 쿠콘은 국내 500여 기관·기업과 해외 40개국 2000여 금융기관의 데이터를 표준화해 API 형태로 제공한다. 금융사 200여곳의 금융 데이터도 확보해 일반기업, 빅테크, 핀테크, 공공기관 등에 공급하고 있다.
비즈니스 데이터가 결제, 계좌이체, 현금자동입출기(Automated Teller Machine·ATM) 인출, 쇼핑몰 결제 등 일상 금융거래 곳곳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금융데이터 인프라 사업자 역할을 하고 있다.
쿠콘 API는 고객사의 시스템과 깊이 연결돼 있어 전환 코스트가 매우 크다. API를 교체하면 업무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므로 사실상 타사로 변경이 어렵다.
경쟁사로 언급되는 SK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API) 포털, 케이디엑스(KDX) 한국데이터거래소, 금융데이터거래소, 핑거, 코드에프, 기웅정보통신 등이 존재하지만 동일 모델로 직접 경쟁하는 기업은 없다.
◆ 웹케시그룹 핵심사...200만 가맹점·4만 ATM 인프라 기반
쿠콘은 웹케시그룹의 주력사다. 웹케시는 경리나라 등 기업 자금관리 솔루션을 운영하며, 이 과정에서 구축된 금융데이터 API가 분사돼 쿠콘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쿠콘 지배구조. 단위 %. 2025.6. [자료=쿠콘 사업보고서]
쿠콘은 큐알(QR·Quick Response) 기반 오프라인 가맹점 200만곳을 확보해 국내 전체 가맹점의 약 66%에 해당하며 ATM 4만개도 포함한다. 국내 모든 금융기관 전산망과 직접 연결돼 있는 유일한 민간 플랫폼이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쿠콘 매출액(영업수익)은 340억원, 영업이익 90억원, 반기순이익은 201억원이다. 반기순이익은 금융수익 증가 영향으로 225% 급증했다. 연평균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ROE)은 15.83%, 매출액 연평균성장률(Compound Annual Growth Rate·CAGR)은 12.12%이다.
지난 7일 기준 쿠콘 가치평가(PER 11.84배, PBR 2.06배, ROE 17.43%)는 시장에서 적정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주가는 1월 대비 약 112% 상승했다.
◆ 스테이블코인 신사업, 비즈플레이와 연계...규제 정비 시 API 수요 확대 전망
쿠콘은 스테이블코인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유로 등 법정화폐나 금 등 실물자산 가치에 연동되는 암호화폐다.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결제용으로 적합하다.
쿠콘은 웹케시그룹 계열사 비즈플레이와 결합해 결제·정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모델을 구상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쿠콘의 200만 가맹점과 4만 ATM 인프라를 즉시 활용할 수 있다.
미국·EU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기존 금융기관 수준의 자금세탁방지(AML), 고객신원확인(KYC)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동일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쿠콘의 AML, KYC, 이상거래탐지(FDS) 등 레그테크 API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 김종현 대표, 창업멤버...자사주 소각 통한 주주환원 지속
쿠콘은 2006년 12월 설립돼 2021년 4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중국·일본·베트남·캄보디아에 진출해 있다. 주요 주주는 위피앤씨(23.71%), 김종현(3.74%), 석창규(1.43%) 등이다.
쿠콘의 주요 주주. 단위 %. 2025.6. [자료=쿠콘 사업보고서]
김종현 대표는 웹케시 창업멤버로 지난 2006년부터 쿠콘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16만253주(발행주식수 1.59%) 소각을 공시했다. 쿠콘은 매년 영업이익의 10~20%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해왔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상업적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과거 신사업(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사물인터넷(IoT) 등) 사례처럼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윤승재 연구원은 “쿠콘은 국내·해외 금융 데이터를 포함해 유통·통신·의료 등 40여개국 5만여 종의 데이터를 API로 제공하고 있다”며 “API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기업은 쿠콘이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API의 전환 비용이 높아 고객사가 다른 사업자로 바꾸기 어렵다”며 “스테이블코인 상용화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쿠콘이 구축한 데이터·결제 인프라가 갖는 독점적 지위는 유효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