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로 인식되던 기업이 최근 ‘K-방산’ 열풍의 중심에서 주가와 평가 모두 새롭게 쓰고 있다. 지난 22일 장중 5만8000원을 돌파하며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 시세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자동차 부문이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는 가운데, 고수익 방산 부문이 성장의 축으로 부상하면서 기업가치의 근본적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내 전기차 부품 관세 리스크 완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상승 모멘텀이 강화됐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화포의 심장’ 독점 생산… K-방산 핵심 공급자
현대위아는 지난 22일 주가 5만8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K-방산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위아의 최근 1년 주가 추이. [이미지=네이버증권]
현대위아가 K-방산의 수혜주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K2 전차와 K9 자주포에 장착되는 155㎜급 대구경 포체(砲體)를 생산한다. 포체는 포탄이 발사되는 핵심 부품으로, 고난도 정밀 가공 기술이 요구된다.
최근 글로벌 분쟁 심화와 유럽 내 군비 확충 기조 속에 K2와 K9의 수출이 늘고 있다.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등 주요 국가들이 한국 무기체계를 잇달아 도입하면서 현대위아의 수주 물량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 방산 전문가는 “포체 생산은 단순 제조가 아니라, 무기체계의 심장을 책임지는 기술력”이라며 “현대위아는 국내 방산 밸류체인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현대위아의 방산 역량은 지상 무기뿐 아니라 해상·항공 부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해군용 76mm 함포와 항공기 착륙장치(랜딩기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반을 갖추며, 사실상 국내 유일의 다중 플랫폼 방산 부품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면서 특정 무기나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안정적 성장 구조가 강화됐다. 이는 방산 산업의 특성상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다는 점에서 장기 성장의 기반이 된다.
현대위아의 체질 개선은 단순히 방산 호황을 ‘탄’ 것이 아니다. 회사는 이미 수익성이 낮은 공작기계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확보한 34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방산 R&D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재투자했다.
이 자금은 신형 경량 자주포, 차량탑재형 박격포,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안티 드론 시스템(ADS) 등 첨단 무기체계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전기차용 통합 열관리 시스템(eS 공조 시스템) 등 차세대 모빌리티 핵심 기술 확보에도 집중하며, 자동차 부품사에서 첨단 시스템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위아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방산 부문 매출 성장률 37%
증권가에는 올해 현대위아가 매출액 8조3540억원, 영업이익 2040억원, 당기순이익 18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LS증권). 전년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4%, 46.1%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6.8%)하는 수치이다. 현대위아는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액 4조2403억원, 영업이익 1048억원, 순이익 11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1.77%, 44.7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10%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는 판매관리비 증가 때문이다.
최근 2년간 현대위아 방산 부문의 매출 성장률은 37%에 달했다. 방산 사업의 높은 수익성은 전체 영업이익률(OPM)을 개선시키며, 기존 자동차 부품 중심의 저평가 요인을 상쇄했다.
현대위아가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KINTEX에서 개막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Seoul ADEX 2025)’에서 공개한 원격사격통제체계의 모습. [사진=현대위아]
증권가에서는 현대위아의 주가가 이제 단순한 부품사 밸류에이션이 아닌, ‘방산 전문기업 멀티플’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현대위아에 대해 ‘매수(BUY)’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5만6000원~6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일부 기관은 방산 수출 확대에 따라 추가 상향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방산 부문이 이제 현대위아의 캐시카우를 넘어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전사적 밸류에이션 리레이팅(Re-rating)이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공작기계 매각 이후, 재무구조 ‘클린화’
공작기계 사업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재무 안정성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매각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계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8%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부품 부문 역시 안정적이다. 미국 내 관세 우려가 완화된 데다, 멕시코 HEV 엔진 양산 확대 등 신규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견조한 현금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 안보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방산 산업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K-방산 3총사’의 수출 계약이 잇따르면서 한국은 세계 방산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그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위아는 ‘K-방산’의 심장 역할을 수행하며 산업 전환의 중심에 섰다. 공작기계를 버리고 방산을 선택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리스크 회피’가 아닌 ‘성장 전략’으로 증명되고 있다.
현대위아의 변화는 한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준다. 저수익 제조 구조에서 탈피해, 기술력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방산과 미래 모빌리티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 현대위아의 성장 전략은, 단기 주가 상승을 넘어 “기업가치의 근본적 리레이팅”으로 이어지고 있다. ‘K-방산’ 신화의 이면에는, 자동차 부품사에서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진화한 현대위아의 조용한 혁신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