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규제를 설계할 땐 단순히 상한제만 둘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대응을 고려해야 합니다.”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태헌 건국대 교수가 “배달 수수료 상한제는 오히려 소비자 및 사회 복지에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배달 수수료가 화두에 오르자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한국상품학회 2025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한국상품학회가 주최했고 네모미래연구소에서 주관했다.
진행자를 맡은 한상린(오른쪽 세번째) 한양대 교수가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상품학회 2025 정책포럼’에서 이성희(왼쪽 첫번째) 호서대 교수, 김태완(왼쪽 두번째) 건국대 교수, 서용구(왼쪽 세번째) 숙명여대 교수, 유정희(오른쪽 두번째) 벤처기업협회 본부장, 이유석 동국대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행사에는 한상린 한양대 교수, 이성희 호서대 교수, 김태완 건국대 교수, 서용구 한국상품학회 회장,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 이유석 동국대 교수가 참석해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배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대안을 발표했다.
◆수수료 상한제, 독립식당과 소비자 혜택↓
김태완 건국대 교수가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상품학회 2025 정책포럼’에서 ‘배달 수수료 상한제 득과 실’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먼저 김태완 건국대 교수가 ‘배달 수수료 상한제 득과 실’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미국 배달 플랫폼 3사(도어대쉬, 그러브허브, 우버이츠)를 연구 대상으로 설정해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시행한 14개 도시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했다. 실험 그룹을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식당과 체인점으로 나눴다.
그 결과 독립식당의 경우 규제된 도시에서 주문수 및 순매출이 감소했으나 규제를 받지 않는 체인식당은 규제된 도시에서도 주문수 및 순매출이 증가했다. 규제를 안 받는 곳이 오히려 혜택을 보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플랫폼의 대응에 따른 것이다. 규제가 시작된 후 플랫폼들은 추천 알고리즘에서 독립식당을 덜 노출시키고 비규제 지역의 식당을 추천하면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배달 시간을 약간 늘렸다. 또 소비자들에게 부과되는 배달 수수료가 높아져 주문을 줄이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통해 배달 수수료는 표면적으로는 독립 식당들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플랫폼이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히 상한을 정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고 알고리즘, 보상,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비용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규제를 설계할 때 플랫폼의 대응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성희 호서대 교수가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상품학회 2025 정책포럼’에서 ‘선한 의도, 예상치 못한 혼란: 수수료 상한제의 역설’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다음으로 이성희 호서대 교수가 ‘선한 의도, 예상치 못한 혼란: 수수료 상한제의 역설’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지난달 8일부터 12일까지 1027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86%가 수수료 상한제 도입 시 배달 주문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현재 월평균 배달 건수는 5.4회인데 상한제 도입 시 기존대비 60% 감소한 2.11회가 예상된다.
응답자들이 배달 주문을 줄이는 이유는 음식점의 이익이 증가해도 소비자 혜택을 늘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즉, 수수료 상한제 도입으로 인해 본인들이 받게 되는 영향을 크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수료 상한제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소비자 혜택을 감소시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풍선효과’ 우려, 필요한 건 시범 운영과 보상
관계자들이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상품학회 2025 정책포럼’에서 좌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발표가 끝난 뒤 좌담이 이어졌다. 행사 관계자들은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내놨다.
이유석 동국대 교수는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규제 논의는 있지만 시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나 손해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수수료 상한제 자체로 문제가 없으려면 박리다매가 가능해야 한다. 예시로 프로그램 다운로드 같은 경우 한 번만 제작하면 무한으로 다운로드가 가능하기에 이런 산업에서는 수수료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배달 업계의 경우 주문과 결제만 온라인에서 이뤄질 뿐 음식은 현실에서 제조된다.
배달 시장은 소비자, 소상공인, 라이더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해 이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배달의 목적은 “맛있는 음식을 빠르고 안전하게 받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소상공인 지원, 라이더 교육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단순히 가격을 규제하기 전에 소상공인들이 배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관련 리워드도 함께 따라줘야 한다.
끝으로 김태완 건국대 교수는 “수수료 상한제는 마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와 같다. 시행을 한다면 소상공인들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호서대 교수는 “좀 더 여유를 두고 시범 운영을 한 뒤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