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 및 에너지 전문 기업 OCI가 반도체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제2의 성장기를 맞고 있다. 주력 사업인 폴리실리콘, 화학제품, 에너지 솔루션 등을 기반으로 반도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태양광 사업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OCI그룹의 지배구조와 현황. 단위 억원,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테슬라, 애플 등과 잇따라 반도체 칩 계약을 따내면서 삼성전자 공급사인 OCI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년간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반도체 업계는 올 들어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증가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테슬라와 23조 원(약 165억 4416만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부터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OCI는 이 공장에 반도체 인산을 공급하고 있다. 인산은 반도체 생산 공정 중 웨이퍼 식각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OCI는 2007년 사업 착수 이후 줄곧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OCI 전북 군산공장 전경. [사진=OCI]OCI는 오는 2027년까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소재 매출 1조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생산 설비 증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군산 공장은 반도체 폴리실리콘 4700톤, 말레이시아 공장은 태양광 폴리실리콘 3만5000톤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태양광 축소, 반도체로 만회… 삼성전자에 반도체 인산 공급 확대
OCI는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태양광 수요 감소를 반도체 분야 투자 확대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하반기 전북 군산 공장의 반도체 인산 생산능력을 기존 2만 5000톤에서 3만 톤으로 증설하기로 했다. 이번 증설에는 생산 공정 효율화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디보틀넥킹(Debottlenecking) 방식이 적용된다. 증설 작업은 내년 상반기 중 완료될 예정이며, 향후 고객사 수요 증가에 따라 추가 증설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증설은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OCI가 생산하는 반도체 인산은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에 공급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이어 애플과도 차세대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경우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주력 사업인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수요 감소도 이번 증설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부 아시아 국가 태양광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OCI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국 상무부에 한국 기업을 수입 제한 조치에서 제외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美 폴리실리콘 관세, 비중국 기업에 반사이익 기대
증권가에서는 이번 폴리실리콘 관세가 오히려 국내 태양광 업계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탈중국을 가속화하면서 비중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 국가 태양광 제품 관세. [자료=더밸류뉴스]지난해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의 95%를 차지했던 중국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지에 공장을 설립해 우회 생산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이들 국가에 최대 3000%대의 관세를 부과하자, 인도,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국내 기업들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OCI는 미국 텍사스에 2억 6500만 달러(약 3840억 원)를 투자해 2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셀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며, 현지 선도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공장 OCI테라시스의 가동률을 100%로 높여 태양광 사업을 본격화하고, 이스라엘 태양광 회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수익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감세법안인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가 통과되며 태양광 관련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지급이 2032년까지 유지되는 것도 OCI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AMPC 수취를 위해서는 '금지외국기업(PFE)'으로부터 원료 공급을 받지 않아야 하므로, 비(非)PFE 폴리실리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OCI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강화, 이차전지 소재 사업 육성,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택중 OCI홀딩스 대표이사. [자료=OCI]
김택중 OCI홀딩스 대표이사는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전문가로, OCI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주요 성과로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 확대, 이차전지 음극재 사업 진출,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 강화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