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7일 반도체 사업의 전면적 체질개선을 위한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에 HBM 시장 주도권을 내주고 파운드리 수율 문제로 고전하는 가운데, 핵심 사업부 수장을 모두 교체하고 대표이사 체제까지 개편하는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섰다.삼성전자 2025년 DS부문 인사 현황
◆메모리·파운드리 동시 교체...전영현 부문장 대표이사 선임
삼성전자는 DS부문의 핵심인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 수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이정배 사장을 경질하고 전영현 DS부문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전환했다. 이로써 한종희 부회장과 함께하는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이는 DX부문과 DS부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각 부문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전영현 부문장은 대표이사, DS부문장에 이어 메모리사업부장과 SAIT 원장까지 겸임하게 됐다.삼성전자·SK하이닉스 최근 10년 반도체 실적과 히스토리(K-IFRS 연결)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를 내준 책임을 물은 동시에, 사업 재건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운드리사업부에서는 최시영 사장이 경질되고 한진만 미주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수장을 맡게 됐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은 CTO 보직을 신설하고 남석우 사장을 선임하는 등 기술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이원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는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은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서 반도체 투자를 담당했고, 지난 5월부터는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사업지원TF에서 반도체 지원을 맡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메모리·파운드리 수장 교체는 단순한 인사가 아닌 사업 체질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며 "특히 전영현 부문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반도체 사업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美 현장 경험 기반, 글로벌 고객 대응력 강화
한진만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은 DRAM·Flash 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을 역임한 기술 전문가다. 특히 2022년 말부터 DSA총괄로서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왔으며, 현지 고객사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담당해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고객 대응 경험이 풍부한 한 사장의 선임은 최근 주요 고객사들의 이탈 위기를 막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2021년 퀄컴의 스냅드래곤8 발열 문제로 고객 신뢰가 하락했고,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HBM 납품 승인을 미루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 사장은 미국 마이크론사에서의 근무 경험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현지의 경험은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 향후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 가동과 현지 고객사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2019-2024년 1분기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분기별)
◆파운드리 CTO 신설...기술력 제고 총력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파운드리사업부에 처음으로 사장급 CTO 보직을 신설하고 남석우 사장을 선임했다. 남 사장은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의 공정개발을 주도했으며,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과 DS부문 제조&기술담당을 거친 공정·제조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조직 개편은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시급히 좁혀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3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 TSMC가 70~80%의 수율을 기록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30~4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CTO 신설은 기술 개발과 양산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수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남 사장이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쪽의 공정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은 통합적인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데 큰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반도체 재도약 원년으로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이 회장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2023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점유율 및 비트 출하량. [자료=Yole 인텔리전스]특히 전영현 DS부문장의 공개 사과와 300명 규모의 DS부문 인력 충원 결정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가장 강력한 혁신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0년간 고수해온 '턴키' 전략의 수정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한 파격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시장조사기관들은 HBM 시장이 오는 2027년 3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HBM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테슬라의 HBM4 공급사 선정을 위한 샘플 테스트 요청은 삼성전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2025년은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인사는 HBM과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회복을 넘어 AI 반도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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