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아차산로에 있는 코스닥 상장사 뉴로메카(대표이사 박종훈) 사옥.
이 사옥 1층 로비에 있는 커피숍에서는 인간 대신 로봇팔(협동로봇)이 커피를 만든다. 성인 팔뚝보다 더 큰 로봇팔이 능숙하게 움직이며 커피 원두를 물과 배합해 진한 향취가 물씬 풍기는 커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 신기술 등장으로 세상이 경천동지(驚天動地)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 로봇팔은 뉴로메카의 주력 생산품의 하나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 매장에서 치킨을 조리하는 로봇팔도 뉴로메카 생산품이다. 로봇팔이 닭고기를 뜨거운 식용유에 담갔다가 바삭바삭한 치킨으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뉴로메카를 창업한 박종훈 대표는 2013년 2월 협동로봇 시대 도래를 확신하고 뉴로메카를 창업했다. '협동 로봇'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박종훈 대표는 창업 이후 스타트업들이 겪는 이른바 '죽음의 강'(Death valley)을 몇 차례 건넌 끝에 2022년 11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창업 9년만의 성과였다. IPO 혹한기였지만 1181.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기업가치 2000억원 가량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제 500억원대 '자수성가형(self-made) 주식 부자'이다.
그는 이제 다시 한번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로봇 시장 개회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투자업계도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같은 도전을 어떤 전략으로 해결해나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 [영상=더밸류뉴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는…
△1969년생(56) △포항공대 기계공학 학사(1992)∙석사(1994)∙박사(1999. 8) △한국로봇융합연구원(2000) △포항기능로봇연구소 개발팀장(2005. 5~2007. 12) △심랩 기술이사(2007. 12~2013. 2) △포항공대 기계공학 겸임교수(2014. 2) △뉴로메카 대표이사(2013. 2~ 현재)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 83%, 협동로봇 '빅5' 가운데 1위
박종훈 대표에게 지난해까지는 성취와 영광의 시간으로 기록된다.
뉴로메카의 지난해 매출액은 253억원으로 전년비 83.59% 증가했다. 협동로봇 시장의 '빅5'(뉴로메카∙두산로보틱스∙로보스타∙로보티즈∙레인보우로보틱스) 가운데 전년비 매출액 증가율 1위였다.
협동로봇 '빅5'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 단위 %.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두산로보틱스(468억원), 로보스타(891억원)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비 각각 11.69%, 13.15%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군의 성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다만 영업손실 190억원, 당기순손실 168억원으로 흑자 전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는 협동로봇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대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국내 협동로봇 기업 가운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곳은 아직 없다.
뉴로메카가 이같은 성과를 내고 있는 배경에는 기술력이 있다.
뉴로메카가 생산하는 로봇 제어 기술 '누리'(Nuri∙Nuromeka's Unified Robot Interface)는 설치가 쉽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 로봇 기업이 생산하는 로봇이든 일관된 프로그래밍 환경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사양, 가격, 용도에 따라 제조사의 제약 없이 로봇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누리는 뉴로메카가 생산하는 로봇 브랜드이기도 하다. 누리S 시리즈는 3~4㎏ 소형 경량 협동로봇으로 커피 , 식음료 서비스 업무를 수행한다. 교촌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치킨 조리 로봇이 여기에 해당한다. 모든 축에 고정밀 토크 센서를 장착해 충돌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
뉴로메카는 초기에는 로봇 모델 '인디'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 대표 협동로봇 모델인 ‘인디 RP’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인디 3/5/10’(2017년 3월)을 잇따라 출시했다. 2017년 한해에만 한국로봇학회 학회상 기술상, 대한민국을 이끌 100대 기술 선정 등을 이뤄냈다. 2020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유니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디(Indy)’ 시리즈의 7번째 모델에서는 부품을 완전 국산화해 원가를 기존보다 30% 줄이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뉴로메카의 매출액과 연혁. 단위 억원, %. [자료=뉴로메카 사업보고서]
◆흑자 전환 앞당기기 위해 푸드테크, 용접용 협동로봇 개발 나서
올해 들어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박 대표가 대면하고 있는 도전은 '로봇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성장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로 요약된다. 로봇산업이 신성장 산업이다 보니 '도입기→공급부족→공급과잉→구조조정→본격성장'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밟고 있는 것이다.
협동로봇 산업 발전 시나리오. [자료=더밸류뉴스]
이 도전을 넘어서기 위한 박 대표 전략은 '푸드테크'와 '용접용 협동로봇 사업'의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F&B(Food and Beverage) 시장은 로봇과 '궁합'이 맞는다. F&B에 관련된 업무 가운데는 온도가 인간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높고(치킨 조리),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하며(육류 해체), 지루하고 반복적인(제빵 반죽)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F&B 산업은 3D 업종(Dirty, Difficult, Dangerous) 특성이 있어 인력 확보가 어렵고 인건비가 급증하고 있다. 협동 로봇은 이같은 문제들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뉴로메카는 용접용 협동로봇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HD현대삼호에 용접용 협동로봇을 공급했다. 조선소 판넬 블록의 슬릿 용접용으로 협동로봇이 도입된 최초 케이스였다. 이번 용접용 로봇 공급액은 약 17억원이다. 박 대표는 올해 초 11㎏미만의 경량 도수형 용접로봇을 공개했다. 이는 국내 협동로봇 중 가장 경량화 모델이고 조선 현장 등 크레인 접근이 어려운 공간에서도 직접 들고 작업할 수 있다. 제품 개발은 90% 이상 완료됐고 오는 10월께 납품 예정이다.
뉴로메카의 최종 목표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로봇이 인간의 형상을 가지고 AI(인공지능) 두뇌를 보유하고 있을 때에 그 활용도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는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선구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서빙 개념도(사진 위)와 뉴로메카의 양팔형 로봇개발 액션플랜(사진 아래). [자료=테슬라, 뉴로메카]
뉴로메카는 휴머노이드 개발 전단계에 해당하는 양팔형 고속협동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고속 동작을 안전하게 구현하고, 프로그래밍이 불가능한 비정형 복합작업을 구현하고, 비전(eye) 카메라를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기능을 장착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에 휴머노이드 고속협동로봇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이 계획이 가시화된다면 뉴로메카는 지금과는 다른 차원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 대소사 챙기는 '다정다감형 리더'
박 대표는 업무에는 치밀하지만 임직원들의 대소사를 챙기는 '다정다감형' 리더로 알려졌다. 임직원의 98%가 정규직이며 육아지원, 유연근무제, 시차출퇴근제를 비롯한 워라밸을 보장하고 있다.
2013년 2월 44세에 뉴로메카를 창업했다. 포항공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스타트업에서 직장인 생활을 하다 도전에 나섰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인건비 증가는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 현상이고 로봇은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믿고 2016년 다올인베스트먼트(옛 KTB네트워크)로부터 시리즈 A 투자유치(20억원), B(2017. 6), C(2018), D(2021. 8) 투자유치를 받았다. 지금까지 투자받은 총액은 약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박종훈(오른쪽) 뉴로메카 대표가 1일 대구 북구 한국로봇산업진행원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공동연구실' 개소식을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로메카]
뉴로메카 최대주주(19.48%)이며 지분 가치는 약 490억원이다. 50대 중반에 백만장자 반열에 오른 셈이다. 나눔에도 관심이 많아 2018년 포항공대에 발전기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 박 대표 남동생 박종석씨가 뉴로메카 지분(0.57%)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