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대표이사 한두희)이 IPO 대표 주관을 맡은 이에이트(대표이사 김진현) 주가가 코스닥 상장 6개월만에 반토막으로 떨어져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이트의 올해 상반기(1~6월) 실적은 한화투자증권이 IPO주관 당시 제시한 실적 전망치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2월 코스닥 상장, 6개월만에 주가 2만원→1만1000원 반토막
이에이트는 올해 2월 코스닥에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주요 사업은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트윈 솔루션으로 현실 비즈니스에서의 제품, 사물, 현상을 온라인에 실제와 동일하게 구현해 문제점을 미리 예측해준다. 예를 들어 서울 롯데월드타워 인근에 건물을 지을 경우의 교통량 변화를 알고 싶다면 이에이트의 엔플로우(NFLOW)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2012년 5월 설립됐고 김진현 대표이사가 1대주주(25.73%)이자 최고경영자로 있다.
이에이트가 올해 2월 23일 코스닥에 상장할 당시 공모가는 2만원이었다.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따블'(3만9650원) 수준으로 급등하기도 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해 12일 오전 현재 주가는 1만1010원이다. 공모가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주식투자 사이트에서는 개미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이에이트 올해 매출액 164억" 전망. 올 상반기 실제 매출액은 9억
이에 업계에서는 공모가(2만원) 산정이 적정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이트의 IPO 대표 주관사는 한화투자증권이며 공모가 산정에는 한화투자증권의 김진욱 IPO본부장, 고병식 센터장이 참여했다. 김진욱 본부장은 IP실무를 총괄했고 고병식 센터장은 기업 실사(due diligence)와 서류 작성 실무를 총괄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에이트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이에이트가 올해 매출액 164억원, 영업이익 38억원, 당기순이익 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이하 K-IFRS 연결). 지난해 매출액 35억원, 영업손실 52억원, 당기순손실 58억원에다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4.3배(330%) 급증하고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2025년에는 예상 매출액 306억원, 영업이익 140억원, 당기순이익 131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모가는 2025년 예상 당기순이익(131억원)에 PER(Price Earnings Ratio) 27.39배를 적용했다.
이에이트의 올해 상반기(1~6월) 실적은 실제로는 어떠했을까.
올해 상반기 이에이트는 매출액 9억1200만원, 영업손실 54억4400만원, 순손실 76억2860만원을 기록했다. 흑자전환은 커녕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순손실이 각각 지난 한해 연간 금액을 초과한 것이다. 이에이트는 올해 3월 공시를 내고 지난해 매출액 36억원, 영업손실 52억원, 당기순손실 6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현금흐름은 더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5억원으로 전년동기(21억원) 대비 3배 가량 급증했다. 이에이트측은 연말에 수주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분기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17억원(1~2분기), 4억원(3분기), 15억원(4분기)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17억원)과 하반기 매출액(19억원)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지난 6월 한화투자증권의 김소혜 애널리스트는 '현실이 되어가는 디지털트윈 시장의 수혜 기업' 보고서를 내고 "올해 1분기 추정 연간 수주잔고는 약 104억원 규모로 이에 따르면 2024년 매출은 전년비 약 190%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예상 매출액을 68억원으로 제시한 것이다.
IPO 과정에서 실적 부풀리기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케이스로는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가 있다. 파두는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하면서 그해 매출액 1203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상장 직후인 2분기 매출액은 5900만원이었다. 3분기 매출액은 3억2100만원이었다.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 IPO팀→본부 승격... IPO 강화 나서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IPO 비즈니스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IPO팀을 본부로 승격하고 IPO팀을 2개팀으로 확대했다. 김진욱 본부장은 IPO 2개팀을 총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한화투자증권의 IPO 비즈니스 강화 전략과 레퍼런스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IPO 키플레이어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후 성과가 부진했다. 기업분석전문 버핏연구소의 올해 상반기 리그테이블 집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IPO 주관 13위를 기록했다. 인수건수는 이에이트 한 건이었다. 앞서 2023년에는 12위였다가 한 단계 하락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 "공모가는 수요 예측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
이에이트가 자본잠식임에도 IPO에 성공한 것은 기술특례상장 제도 덕분이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면 재무적으로 취약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2018년 코스닥 시장 상장 요건이 변경되면서 '계속 사업 이익이 있을 것'과 '자본잠식이 없을 것'이라는 조건이 폐지됐고, 이에 따라 완전자본잠식인 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이들 대부분의 상장 이후 실적은 좋지 못하다. 지난 2019년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상장한 회사들 중 33%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있다. 이들 기업들은 퇴출을 피하기 위해서 부동산투자,건기식 등 본업과 다른 사업에 주력하는 등 문제점을 낳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이번 공모가 산정은 정부가 추진하는 벨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벨류업 프로그램은 국내 혁신 기업들의 가치를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젔다. 그렇지만 이번 IPO 과정에서 보여준 한화투자증권의 공모가 산정과 투자자 보호 미흡은 단기적인 이익을 우선시한 결과로 벨류업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공정한 시장 조성과 신뢰 구축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한화투자증권측은 "이에이트 공모가는 거시 경제 및 시황, 기관 수요 예측을 통해 밴드 내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했다. 최근 주식시장 하락 영향으로 이에이트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이트는 수주가 하반기에 집중돼 있어 상반기 실적만으로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