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캐시리스 사회(cashless society)가 확산되고 있다. IT 산업의 발달과 컴퓨터·전산망이 잘 갖춰져 현금 대신 다양한 기능이 탐재된 카드 및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거래와 결재가 늘어 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10∼12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650명을 설문한 '2019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를 통해 신용카드에 대한 만족도가 처음으로 현금을 넘어서며, 지갑 속 보유한 현금은 2년 전보다 3만원줄어든 평균 5만3000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얼마나 편리한지, 도난 위험은 없는지, 상점에서 거부당할 수 있는지, 수수료는 얼마인지를 모두 따진 만족도 조사에서 신용카드는 80.8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이 현금(79.5점), 체크·직불카드(76.5점) 순이었다.
신용카드 만족도가 현금을 앞선 것은 2014년 종합만족도 조사가 진행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은 식당, 소매점 등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한다는 이유로 현금이 더 만족스럽다고 본 응답자들이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은 현금을 제일 선호했고, 30∼60대는 신용카드를, 20대는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했다. 지갑 속 보유한 현금은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한 가운데 20대가 2만5000원으로 가장 적었다. 50대는 7만1000원으로 가장 많은 현금을 갖고 있었다.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신용카드가 가장 편리한 지급수단이라는 인식이 있는 데다, 간편결제에 신용카드가 많이 사용되면서 신용카드를 주로 이용하는 비중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1억870만장에 달했다. 2018년말보다 360만장 증가한 것이다. 체크·직불카드 발급장수는 1억6590만장으로 집계됐다. 1인 기준으로는 각 3.9장, 5.9장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폐. [사진=더밸류뉴스]
모바일뱅킹과 간편송금 이용 비중도 지속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최근 3개월내 은행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응답자 비율은 57.1%로 전년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이용 빈도는 일주일에 1번 이상 이용하는 경우가 41.2%로 가장 많았다. 인터넷전문은행 모바일 뱅킹 이용 비율도 19.9%로 전년대비 6.4%포인트 늘었다.
간편결제 이용 비율은 28.4%로 전년대비 1.2%포인트 줄었다.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경우는 '절차의 편리성(41.7%)'을 내세웠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신뢰 부족(32.8%)'을 이유로 꼽았다. 간편송금을 최근 3개월내 이용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전년대비 2.6%포인트 상승한 26%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금없는 사회'에 대해서는 아직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9.2%가 향후 현금 사용량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20~40대에서는 향후 현금 사용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70대 이상의 경우에는 16.3%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