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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차예지 이데일리 기자]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또 한번 변했습니다. 정보기술(IT)주 투자자로 돌아선데 이어서 ‘죽음의 덫’이라고 불렀던 항공주 주주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번에도 버핏 후계자의 결정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버크셔해서웨이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유 지분 공시를 통해 아메리칸 에어라인, 유나이티드 컨티넨털 홀딩스, 델타 에어라인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버핏은 3분기가 지난 후에는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의 주식도 추가로 샀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버크셔는 아메리칸 항공의 주식은 7억9700만 달러, 유나이티드 콘티넨털 항공과 델타 항공은 각각 2억3800만 달러와 2억4900만 달러 규모를 매수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주식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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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유나이티드항공. 야후 파이낸스]


사실, 버핏의 항공주 ‘디스’는 유명했기 때문에 저에게도 이번 소식은 의외였습니다. 버핏은 2007년 주주서한에서도 20년전 항공주 투자로 인한 고통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항공산업이 '자본 먹는 구덩이'라고 비난했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버핏 회장은 2013년 주주총회에서는 지난 100년간 항공사 주식에 돈을 쏟아부은 투자자들은 끔찍한 결과를 얻었을 뿐이라며 항공주를 ‘죽음의 덫’이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또 당시 항공업황이 개선되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버핏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도 같은 총회에서 “또다른 철도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항공사는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버핏은 US항공(아메리칸 아에어라인에 합병됨) 우선주에 투자했다가 쓴 맛을 본 뒤, 항공주라면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유명하죠.

버핏은 1989년 유에스 항공 주식을 샀다가 좋은 결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버핏의 디스는 20년전 일이기 때문에 상황이 바뀐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버핏이 사랑하는 ‘해자’가 ‘비행’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게 한 것이죠.

 
1980년대와 다르다..항공업계 실적 ‘사상최대’
 

도대체 항공주의 어떤 점이 버핏의 마음을 새롭게 사로잡았을까요? 예전과 다르게 항공업종의 기초체력이 개선된 점이 그의 마음을 끌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동안 항공업계는 극심한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으나 저유가와 부가서비스 유료화 등으로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항공사들은 인수합병(M&A)으로 경쟁을 줄이는 등 비용을 절감하는데 힘써왔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2010년 컨티넨탈항공과 합병했고, 2013년 아메리칸항공은 US에어웨이즈와 합병해 덩치를 키웠습니다. 또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여름, 2010년 컨티넨탈항공과 합병 6년 만에 승무원 노조와 첫 단일 단체협약을 체결해 노사화합도 이뤘습니다. 


항공사들은 하루에 운행되는 편수를 줄여 대당 수익성을 높이고, 수하물에 요금을 부과하는 등 각종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또 첨단 신소재로 만든 비행기를 도입, 무게를 줄여 연료 절감에도 힘썼습니다. 

좌석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통해 저가항공사에 대응하는 전략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델타와 아메리칸은 좀더 넓은 공간에 편의물품을 주는 고급형 일반석인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제공했습니다. 유나이티드는 내년에 가격은 일반석보다 저렴하지만 기내 수하물칸을 이용할 수 없고 좌석 선택권한이 없는 ‘베이직 이코노미 클래스’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미국 4대 항공사의 지난해 이익은 256억달러를 기록,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습니다. 또 이 4곳은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죠.
 

향후 관건은 유가와 여객수  


버핏은 단기투자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가 자신의 말까지 뒤집으며 항공주를 다시 매입한데는 장기적으로 전망이 괜찮은 것으로 판단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앞으로 항공주의 미래는 유가와 여객수에 달려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유가는 항공업계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가장 큰 비용요소입니다. 그러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저유가가 올해 업계에 210억달러를 절감해 줄 것으로 추정, 업계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해 줄 거승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항공기에 넣는 기름인 제트유는 1년전보다 5.5% 저렴합니다.


앞으로도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영향으로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연방 소유 토지에서 유정 탐사를 촉진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IATA는 여객수도 전세계적으로 매년 3.7% 증가, 2035년까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72억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객수는 신흥국에서 가장 많이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미 지역에서도 매년 2.8% 늘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달러 강세는 국제선 수익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전문가들은 항공주가 전처럼 최악의 주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버핏의 항공주 매입 소식에 기관투자자들도 뒤따라 매수 추천을 하고 있습니다.  


씨티는 항공주에 매수 의견을 내놓으며 “업계의 최근 변화는 낙관적”이라며 “특히 내년 상황이 개선되며 매출의 깜짝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버핏의 투자 소식에 항공주도 일제히 날아올랐습니다. S&P500 지수가 한 주 동안 4.9% 오른데 비해 유나이티드컨티넨탈항공은 9.6% 뛰었습니다. 항공주들의 주가는 이같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이미 고공행진을 했습니다. 지난 7월 이후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컨티넨탈항공의 상승폭은 50%가 넘습니다.  


일각에서는 버핏이 젯블루와 알래스카항공등 저가 항공사에 투자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합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아직도 대형 항공사 주가가 합리적인 가치 수준을 보고 있습니다. 비용절감 노력 덕에 대형 항공사의 주가수익비율(PER)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S&P500 지수의 PER가 25인데 비해 이들 4개 항공사는 한자리수 후반에서 두자릿수 초반의 PER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웰스파고·IBM 그대로 보유.. 월마트 대폭 축소    
 

한편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3분기에 월마트 주식 보유분을 약 3분의 2 정도 축소해 현재 1300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석유회사 선코어에너지와 미디어그룹인 미디어제너럴은 보유주식을 모두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웰스파고와 IBM 주식은 그대로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버핏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굉장한 은행이 끔찍한 실수를 했다”며 잘못된 일을 발견하고도 아무일도 하지 않은 것이 그들의 가장 큰 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핏은 웰스파고 주식을 한 주도 내다팔지 않고 대주주로 남아있었습니다. 


항공주 투자자로 유턴한 버핏을 통해 위대한 투자자는 상황이 바뀌면 생각을 바꾼다는 사실을 배우게 됐습니다. 또 업계에 영원한 패자도, 승자도 없다는 것도요.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가 문제가 아니라 경쟁적인 시장 상황이 문제였던 거죠. 여러분도 시장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그에 따라 올바른 전략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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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11-21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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