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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지 기자의 이벤트 투자] '현실주의자' 버핏 vs. '비전 중시'머스크, 승자는?

  • 기사등록 2016-08-09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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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차예지 이데일리 기자]

세계 에너지 업계에 신재생에너지 바람이 불며 두 거물이 맞장을 뜨게 됐습니다. 바로 워렌 버핏(아래 사진 왼쪽)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엘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버핏2


지난 몇 년 동안 두 거물이 소유한 회사의 태양광에너지와 전기차 부문에서 점점 더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이들은 태양광발전 사업이 각광받기 시작하자 서로 정면대결을 하게 됐습니다. 둘은 청정 에너지가 부상할 거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다릅니다. 버핏이 투자 수익에 중점을 맞추는데 비해 머스크는 인류 환경 개선이라는 비전도 투영하고 있습니다. 


◆ NV에너지 vs 솔라시티..태양을 가진 자는 누구?


NV에너지페북


두 사람은 미 서부 네바다주에서 태양열을 두고 맞붙었습니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자회사이자 네바다 최대 전력공급 업체이자 친환경 에너지 개발업체인 NV에너지와 머스크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에 인수된 미국 최대 주택용 태양광발전업체 솔라시티의 싸움에서였습니다 


미래 신성장사업아 청정에너지가 될 것으로 내다본 버핏은 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03NV에너지를 56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머스크의 사촌들이 2006년 설립한 솔라시티는 옥상에 패널을 설치해 태양열을 주택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로 변환하고, 전기세처럼 에너지 사용료를 받는 태양광 대여상품 판매회사입니다. 태양광에너지라는 사업분야가 겹치지만 그리드를 통한 중앙집중형 전력이냐 주택 지붕에 설치하는 분산형 태양광 패널이냐가 차이점입니다. 


둘이 맞붙게 된 것은 정부의 지원 덕분에 미국에서 태양광 에너지가 각광받기 시작한 후입니다. 미국에서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 여유분을 전력회사에 되파는 넷 미터링(Net Metering)’ 제도가 있으며 태양광 발전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개별적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가정이 늘어나자 전력공급회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제동에 나섭니다. 전력공급회사들은 태양광 발전 주택 소유주들이 기존 전력망을 무료로 쓰고 있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NV에너지는 네바다공익사업위원회에게 전력요금방식을 변경하도록 로비, 지붕형 태양광보다 전력 구입이 더 싸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솔라시티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올초 네바다에서 태양광 대여상품 판매를 중지하고 기존 고객의 태양광 대여료도 인상했습니다. 한마디로 버핏의 승리였습니다. 


◆ BYD vs 테슬라..전기차 제왕은 어느쪽?


 두 번째 격전지도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이 있는 전기차 부문입니다.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전기차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부문에서 맞붙은 기업은 버핏이 투자한 중국의 전기차제조업체인 BYD와 업계에서 가장 한 기업으로 꼽히는 머스크의 테슬라입니다. 버핏은 2008BYD26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인수했습니다. 2012년에 이 회사의 순이익이 전년보다 90% 이상 줄자 버핏이 실수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버핏은 “BYD 주식은 끝까지 가져간다고 말했습니다.


BYD는 전기차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쾌속질주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제조업 혁신전략인 중국제조2025’ 10대 육성사업 중 하나로 친환경차를 선정했습니다. BYDBuild You Dreams(당신의 꿈을 이뤄라)는 뜻입니다. 전기차 뿐 아니라 일반 가솔린 자동차도 만듭니다. 또 승용차 뿐 아니라 버스, 지게차, 모노레일 등으로 생산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BYD


BYD는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 회사입니다. 지난해 이 회사는 61722대의 전기차를 팔아 5574대를 판 테슬라를 제쳤습니다. 전세계 평균인 차량 가격의 10~15%보다 훨씬 40%대에 달하는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 덕분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출하량 상위 10위권에 ’ 2개 차종을 유일하게 올리기도 했습니다 


고급차 이미지가 강한 테슬라(가격대 7~12만달러)에 비하면 저가(2~35000달러)지만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중국 최대 포털업체인 바이두와 제휴해 자율주행 기술까지 개발중입니다. 올해 9월부터는 싱가포르에서도 전기차 택시를 시험운행하고 일본 교토에는 이미 전기차 버스를 수출하는 등 중국 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가 전기차용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50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 지분 4%를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머스크는 2011년 인터뷰에서 블룸버그 기자가 BYD를 테슬라의 경쟁기업으로 지목하자 그 차를 보기나 했냐. 기술력이 별로다고 비웃었지만 앞으로도 마냥 무시하기만은 어려워 보입니다. 


자동차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테슬라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머스크의 야심작이자 세계 최대규모 리튬이온전지(2차전지) 공장이 될 기가팩토리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이 공장은 현재 14% 정도 완성됐으며 대량생산으로 배터리 가격을 30% 이상 떨어뜨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머스크는 2020년까지 자동차 생산대수를 연간 50만대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는데 예정대로 진행되면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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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출시 예정인 보급형 모델인 모델3(35000달러부터 시작)375000대의 사전예약을 받는 등 벌써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올해 말이면 테슬라 전기차를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테슬라는 최근 솔라시티를 합병해 전기차 업체에서 에너지기업으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회사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를 테슬라모터스닷컴에서 테슬라닷컴으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버핏이 투자한 애플도 차세대 먹거리로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어 또 한번의 경쟁이 예고됩니다. 애플은 2021년 출시를 목표로 전기차 개발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또 애플은 태양광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파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애플은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필요한 전력을 대체에너지로 바꾸려고 힘써 왔습니다. 


Billionaire financier Buffett and Microsoft founder Gates attend national launch ceremony for BYD M6 vehicle in Beijing


둘은 보험업과 항공업에서도 이해가 갈립니다. 최근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테슬라의 모델S는 부분 자율주행기능인 오토파일럿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버핏은 올해 주주서한에서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보험회사인 가이코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죠. 머스크가 아무도 안 만들면 내가 만들겠다며 다음 과제 중 하나로 지목한 전기비행기도 버핏에게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전기차와 스페이스X의 항공기술을 접목해 하늘을 나는 전기차를 만들면 버크셔의 항공기 부품 회사인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에는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 현실적인 투자자버핏과 비전 중시하는 사업가머스크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둘의 차이는 노련한 투자자인 버핏이 철저히 수익을 낼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접근하는 반면, 혁신적인 사업가인 머스크는 신재생에너지를 자신의 주요 과제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버핏이 유가 상승에 베팅해 올해 정유주에 공격적 투자를 한 것과 달리 머스크는 화석연료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머스크가 전기차를 만들게 된 것도 수익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X를 만들고 2025년에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계획도 지구 환경오염으로 새 땅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반면 버핏은 미 최대 풍력발전소를 짓고 있지만 보조금 없이는 풍력발전은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등 경제성을 중시합니다. 


버핏이 올해 세계 부자 3위에 오른 반면 머스크는 94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40대인 머스크가 버핏 나이의 절반 정도임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신재생에너지가 각광을 받을수록 두 거물의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누가 승리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차예지 이데일리 기자]


ihs_buffe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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