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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세보증금은 왜 항상 법적 분쟁으로 끝나는가

- 금융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금융의 규율을 받지 않는 구조, 그것이 전세다.

  • 기사등록 2026-03-30 15: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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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율림] 전세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주거 형태지만, 사실상 한국에만 존재하는 매우 특이한 계약 구조다. 집을 빌리면서 수억 원의 돈을 맡기고, 그 돈을 돌려받는 대신 월세를 내지 않는 구조. 외국인에게 전세를 설명해보면 대부분 이렇게 되묻는다. “왜 집주인에게 그렇게 큰돈을 맡기느냐”.


이 질문은 전세의 본질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전세는 법적으로는 임대차 계약이다. 그러나 임차인이 거액의 보증금을 지급하고, 임대인이 이를 자유롭게 운용하고 계약이 종료된 후 원금을 반환하는 구조는 사실상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개인 간 무이자 대출에 가깝다. 즉, 전세는 단순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금융과 결합된 계약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임대차 계약에서 보증금은 월세의 일부를 담보하는 수준에 그친다. 집주인이 거액의 자금을 세입자로부터 조달하는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과 금융 시스템이 임대인의 자금 조달 기능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전세는 금융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던 시기에 형성된, 일종의 민간 금융 장치였다. 시장이 상승하는 동안에는 이 구조가 자연스럽게 작동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변동하면서 전세보증금 분쟁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이제 국가적 문제가 되었다. 은행 대출에는 엄격한 심사가 존재하지만, 전세에서는 수억 원이 오가면서도 이러한 절차가 사실상 부존재한다. 이처럼 한국의 전세 계약은 구조적으로 잠재적 분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세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대체할 구조가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은 장기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 부족 현상까지 나타난다. 표면적으로 보면 시장이 회복되는 신호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매매를 포기한 수요가 전세로 유입되고, 월세 전환으로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재건축 이주 수요가 더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전세가가 높아진 것에 불과하다. 시장이 하락하는 순간, 그동안 누적된 위험은 한꺼번에 분출될 것이다.


지금까지 전세를 둘러싼 논의는 늘 사후적이었다. 보증금 미반환 사건이 발생하면 규제를 강화하고,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가 되면 처벌을 논의한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처럼 근본적인 문제는 전세가 실질적으로는 임차인의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구조임에도 금융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규율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모순에 있다. 따라서 전세 개혁의 출발점도 전세를 더 이상 단순한 임대차로 보지 말고, 금융적 성격을 가진 계약으로 재정의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임대인의 지급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 전세 계약 체결 시, 담보 대비 보증금 비율, 선순위 채권, 임대인의 채무 상태까지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보증금 반환에 대한 책임 구조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보증보험 등 일부 장치가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선택적이고 사후적 성격이 강하다.


전세보증금 반환에 대해서는 보험 또는 보증 시스템을 사실상 필수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보호 장치가 아니라, 전세를 위험이 통제되는 구조로 전환하는 핵심 장치다. 전세를 둘러싼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 임차인은 계약 당시 해당 주택에 설정된 권리 관계나 임대인의 재무 상태를 충분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계약의 본질적 위험과 직결되는 요소다. 따라서 등기 정보의 실시간 접근성 강화, 임대인의 다주택 여부 및 보증금 총액 정보 제공, 전세 위험도에 대한 공적 지표 도입 등을 통해 정보 비대칭을 줄여야 한다. 전세의 단계적 전환을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전세는 오랜 기간 시장에 뿌리내린 제도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 폐지하거나 급격히 축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월세 전환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보증금 규모 축소 유도, 혼합형 임대차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이 보다 안정적인 구조로 이동하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 칼럼] 전세보증금은 왜 항상 법적 분쟁으로 끝나는가이미현 변호사·법무법인 율림. [사진=율림]


hs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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