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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기 칼럼] ‘박제된 유산’인가 ‘새로운 표준’인가…한미약품이 마주한 도덕적 기로

- 성비위 논란에 가려진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도덕성'의 세 가지 시선

- 흔들리는 ‘임성기 정신’…한미약품 주총, 도덕적 명분이 승패 가른다

- 한미약품 성비위가 쏘아 올린 공…전문경영인 vs 대주주의 ‘정체성 전쟁’

  • 기사등록 2026-03-09 08: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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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강성기 기자]

한미약품 팔탄공장에서 발생한 임직원 성비위 사건이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거대한 폭풍으로 변모했다. 가해자는 해당공장의 임원급 간부로 알려졌는데, 부하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 그리고 위력을 이용한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을 지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성기 칼럼] ‘박제된 유산’인가 ‘새로운 표준’인가…한미약품이 마주한 도덕적 기로한미약품 팔탄공장 임직원 성비위 사건을 놓고 대주주(신동국 회장)와 전문 경영인 체제(박재현 대표), 창업주 가족(송명숙 회장)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사건은 피해 직원이 회사 내부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블라인드 등)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이 불거진 후 한미약품 측은 내부 윤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에 대해 해고(면직) 등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이 특히 주목받았던 이유는 한미약품이 평소 '가족주의 경영'과 '준법 경영'을 강조해 온 제약업계의 선두 주자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팔탄공장은 최첨단 설비를 갖춘 스마트플랜트지만, 내부 조직 문화는 수직적이고 경직되어 있었다는 내부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최근 기업 가치 평가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항목 중 '사회' 부문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단순히 한 임원의 일탈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건이 지주사와 사업회사, 그리고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사이의 전면전으로 비화한 배경에는 ‘기업의 도덕성’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 박재현 대표, 가해자에 대한 엄정 처벌 강조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측(신동국 회장 등)과 대립각을 세우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가해자에 대한 엄정 처벌을 강조했으나, 대주주 측이 이를 비호하거나 인사권에 개입하려 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표직을 걸고 한미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박 대표는 대주주간 갈등 속에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입장에 서 있다. 박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과 타운홀 미팅에서의 발언을 종합하면, 그의 분노는 가해 임원의 행위 자체보다 그를 비호하려 했던 ‘보이지 않는 손’에 향해 있다.


박 대표는 가해자가 징계 절차 중에도 대주주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던 정황을 포착했다. 그에게 도덕성이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과 제도다. 언론에 보도된 단편적 사실 너머에서 박 대표가 수호하려 한 것은 '대표이사로서의 인사권' 이전에, 직원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일터'였다. 그는 대주주의 압박에 굴복하는 순간,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죽은 모델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신동국 회장 "음해와 여론전, 본질은 경영권이다"


반면 최대 주주인 신동국 회장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신 회장은 박 대표의 주장을 ‘의도적인 여론전’이자 ‘음해’로 규정한다. 그가 가해 임원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시점이 이미 해당 임원이 퇴사한 후였다는 해명은, 이번 논란이 성비위 그 자체보다 박 대표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시각을 견지한다.


신 회장 측의 논리에 따르면, 기업의 도덕성은 ‘투명한 경영’뿐만 아니라 ‘사실에 기반을 둔 책임’에서도 나온다. 그는 박 대표가 녹취록을 공개하며 사태를 키우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본다. 즉, 사내 문제를 외부로 끌고 나가 대주주를 공격하는 방식이 기업가 정신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해자를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대목은 대중의 도덕적 잣대를 통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 송영숙 회장 "인간 존중, 그 최후의 보루"


갈등의 정점에서 송영숙 회장은 다시 한번 ‘임성기 정신’을 소환했다. 송 회장이 최근 발표한 입장문은 중재안처럼 보이지만, 그 핵심은 대주주의 무분별한 개입 차단과 피해자 중심의 사과에 있다. 그는 창업주의 가족이자 대주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직원들이 매일 아침 본사 로비에서 피켓을 드는 현실에 "참담하다"는 표현을 썼다.


송 회장에게 도덕성이란 한미약품의 뿌리인 ‘인간 존중’이다. 그는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며 "특정 개인 한 사람이 전권을 쥘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신 회장의 영향력을 견제함과 동시에, 성비위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곧 기업의 품격임을 선언한 것이다. 보도되지 않은 이면에서 송 회장은 피해 여직원의 손을 직접 잡으며 미안함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수치화된 경영 지표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선대 회장의 유지를 잇는 진정한 도덕성이라는 메시지다.


한미약품그룹 내의 대주주(창업주 가족 및 주요 주주) 간 갈등 속에서 박 대표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입장에 서 있다. 대주주의 과도한 경영 간섭에 반대하며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경영을 주장하고 있다. 박 대표의 임기 만료(2026년 3월 말)를 앞두고,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의 연임 여부가 경영권 향방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성기 칼럼] ‘박제된 유산’인가 ‘새로운 표준’인가…한미약품이 마주한 도덕적 기로[이미지=더밸류뉴스]

◆ ‘주총’ 향후 10년 결정지을 분수령


다가오는 주주총회는 한미약품의 향후 10년을 결정지을 분수령이다. 현재의 '3자 연합(송영숙·임주현·신동국)' 체제가 공고해질지, 혹은 새로운 균열이 생길지에 따른 3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볼 수 있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는 주총에서 박 사장의 이사회 장악력이 강화되고, 성비위 관련 징계 정당성이 확보된다면 전문경영인 체제의 완전한 독립을 이룰 수 있다. 이럴 경우 대주주(신 회장)는 이사회 멤버로서의 권한만 행사하고 실무 인사는 박 사장이 전권을 행사하는 ‘소유와 경영 분리’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신 회장이 박 사장의 '여론전'에 불만을 품고 임종윤·종훈 형제 측과 다시 손을 잡거나, 독자적인 이사 후보를 내세워 승리한다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럼 현 경영진(박 대표 체제)이 물러나고, 신 회장의 영향력이 직접 투사되는 새로운 전문 경영인이 선임되게 된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성비위 논란으로 촉발된 감정의 골이 깊어져, 한미사이언스(지주사)와 한미약품(사업회사)이 인사 및 법무 기능을 완전히 분리하여 독자 노선을 걷게 되는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이럴 경우,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굳어지며 의사결정 속도가 저하되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주총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누가 더 도덕적 명분을 쥐고 있는가’이다. 박 대표가 ‘피해자 보호’라는 절대적 명분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 아니면 신 회장이 주장하는 ‘경영권 탈취를 위한 기획설’이 주주들의 마음을 흔들지가 관건이다. 


◆ ‘도덕성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실체적 자산’


한미약품의 이번 내홍은 우리에게 묻는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분을 가진 주주인가, 경영권을 쥔 사장인가, 아니면 그 안에서 땀 흘리는 임직원인가.


성비위 논란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갈등은 한미약품이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극심한 성장통이다. 신 회장의 실질적 영향력과 박 사장의 시스템 경영, 그리고 송 회장의 가치 경영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도덕성이 단순한 수사가 아닌,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실체적 자산임을 목격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인간 존중’이라는 구호는 박제된 유산이 될 수도, 혹은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 문화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다. 지금 한미에 필요한 것은 녹취록 싸움이 아니라, 상처받은 임직원들의 자부심을 치유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도덕적 결단이다.


skk815@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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