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회장 이재현)이 ‘CJ프레시웨이’라는 숨은 카드를 통해 국내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K-컬처 붐을 타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CJ만큼은 여기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글로벌 관점에 부합하는 CJ CGV, CJ ENM에 집중 투자했지만 CJ CGV는 거액의 적자로 영화관을 폐쇄 중이고 CJ ENM도 잇따른 영화 흥행 실패로 사정이 어려워졌다.
CJ그룹 현황과 지배구조. 단위 %. 2025. 6.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 같은 와중에 CJ 내부의 한 숨은 카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국내 식자재 유통 1위 기업 'CJ프레시웨이'다. 지금까지 내수 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앞으로 점유율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CJ프레시웨이가 국내 시장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지 기대가 된다.
◆‘한국판 시스코’ CJ프레시웨이… 저수익 구조에도 식자재 유통 1위
CJ프레시웨이 매출액 비중. [자료=더밸류뉴스]
CJ프레시웨이는 기업 대상으로 식자재를 유통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푸드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한다. 1988년 삼일농수산으로 설립됐고 1999년 국내 최초로 식자재 유통을 시작했다. 2008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현재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7%를 점유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액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식자재유통 75.4%, 푸드서비스 23.9%, 기타 0.7%다.
CJ프레시웨이의 주 사업인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 규모는 2023년 62조원으로 연 평균 4.7% 성장하고 있다. 이 중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은 2018년 7조원에서 매년 5.9% 성장하고 있다. 규모의 크기에 비해 대기업 점유율은 2022년 기준 16%에 불과하다. 이는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품목이 다양하고 품목당 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동일한 제품을 대량 공급하는 것이 강점인 대기업에게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CJ프레시웨이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CJ프레시웨이 사업보고서]
이로 인해 CJ프레시웨이 영업이익률도 낮은 편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대를 유지했고 코로나가 터졌던 2020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반등하며 지난해까지 2~3%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차이는 미미하다.
점유율이 낮은 데는 같은 분야 중소기업들의 반대도 영향이 있다. 이들은 CJ프레시웨이의 영업활동이 대기업의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소수 메이저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미국 식자재 시장 점유율 1위(18%)인 시스코(SYSCO)를 보면 1988년 당시 3위 기업인 CFS를 인수하며 업계 1위가 됐고 이를 계기로 1%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5%까지 올랐다. CJ프레시웨이는 국내 식자재 유통 기업 중 시스코와 가장 유사한 경영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식자재 유통사 넘어 ‘푸드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
디지털 기술의 발전도 CJ프레시웨이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빅데이터를 비롯한 신기술이 도입되며 하나의 기업이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마켓보로가 운영하는 B2B 식자재 유통 전문 서비스 ‘마켓봄’ 사이트 PC 메인화면. [사진=마켓보로]
CJ프레시웨이도 2022년 6월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켓보로'에 400억원을 투자하며 기반을 마련했다. 마켓보로는 B2B 식자재 유통 전문 서비스 ‘마켓봄’과 직거래 오픈마켓 ‘식봄’을 보유하고 있다. 마켓봄은 자영업자들이 필요한 식자재를 모바일과 PC에서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 식봄은 마켓봄을 통해 자사 제품 코드화를 마친 유통사들에게 이커머스 판매로 연결할 수 있는 마켓을 제공한다. 마켓보로는 지난해 총 거래액 6300억원으로 최근 3년 연평균성장률이 80%를 기록했다.
또 오프라인 식자재 유통을 온라인 플랫폼에 연계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식자재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푸드 비즈니스 솔루션 포털 '온리원 비즈넷'에 메뉴 솔루션 카테고리를 오픈해 외식 및 급식 사업 특성에 맞는 메뉴 레시피 50여개를 무료로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푸드와 비즈니스 솔루션을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 포털로 자리잡기 위해 지난 3월 이름을 '솔루션 랩'으로 변경했다.
이달 8일 제휴사 고객에게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타깃 플랫폼'을 출시해 급식 공간을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오프라인 마케팅 채널로 확장했다. CJ프레시웨이는 오피스, 산업체, 학교, 병원, 공항, 골프장 등 다양한 푸드 서비스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고 아이누리(키즈), 튼튼스쿨(청소년), 헬씨누리(시니어) 등 생애주기별 식자재 브랜드를 운영한다. 이를 기반으로 타깃 플랫폼이 연령대, 활동 지역, 산업 및 직군 등 데이터를 다양한 기준으로 조합해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소비쿠폰, 프레시원, 전공의 복귀” 3박자로 3Q 영업이익 회복 기대
CJ프레시웨이 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CJ프레시웨이 사업보고서]
CJ프레시웨이는 지난 2분기 매출액 8833억원, 영업이익 27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8.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 감소했다.
CJ제일제당향 원재료 공급 증가로 원료 사업부 매출액이 늘었다. 특히 프랜차이즈 수주 증가와 급식 식자재 경로 확대, 단체 급식 신규 수주 지속 등이 매출액 증가를 견인했다. 다만 부진한 소비경기로 저가 식자재 비중이 늘면서 마진이 하락한데다 프랜차이즈향 수주 증가로 전용 상품 비중 확대, 프레시원 합병에 따른 1회성 비용 발생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3분기부터는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 2차 소비쿠폰 지급으로 주요 거래처 발주 물량 증가가 기대되고 프레시원 합병 효율화와 이로 인한 경로별 식자재 매입 통합 효과 가속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의 복귀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지난 1일부터 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하기 시작하며 1년 반 동안 이어진 의료공백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CJ프레시웨이는 병원 푸드 서비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병원 빅5(서울대, 삼성서울, 서울아산, 세브란스, 서울성모) 중 2곳에 단체급식을 제공했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1% 감소한 105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빅5 전공의 복귀율은 최대 80%로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유통 및 단체급식 사업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면서 "특히 생애주기별 맞춤형 급식 사업을 확대하고 '키친리스'와 같은 새로운 급식 모델을 도입하며 시장을 개척하는 등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