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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미약품 새 주주에 바란다

- 충격 빠진 한미약품, 공식 입장 대신 '송영숙 회장 메시지' 내놔

- 임종윤·종훈 사장, 관용과 포용의 미덕 보여야

  • 기사등록 2024-03-29 18: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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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수연 산업2부장]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사흘 앞둔 지난 25일, 한미그룹(회장 송영숙)이 임종윤·종훈 사장을 해임했다. 모친(회장)이 자신의 아들 형제(사장)를 해임하는 한국 재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해임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이 승리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28일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는 형제 측 승리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 한국 재계에서 현실로 펼쳐진 것이다.  


[데스크 칼럼] 한미약품 새 주주에 바란다임종윤(왼쪽)·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충격 빠진 한미약품 구성원들, 공식 입장도 못내놔


가장 큰 충격에 빠져 있는 측은 한미그룹 구성원들이다. 하루가 지났지만 한미그룹이 주주총회에 관련된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대신 한미그룹측은 송영숙 회장 명의의 메시지를 배포했다. 송영숙 회장은 메시지에서 “통합이 최종 성사에 이르지 못해 회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조금 느리게 돌아갈 뿐 지금까지와 변함 없이 가야 할 길을 가자”라고 밝혔다.  


이번 주주총회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출발일 수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한미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 본부장 9인은 "한미·OCI그룹 통합에 적극 찬성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이들과 같이 갈 수 있을까? 


또, 한미그룹 홍보팀은 임종윤·종훈 사장측이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주식 의결권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자 "이는 각 재단 이사회 구성원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홍보팀 구성원들과 어떻게 대면해야 할까? 


어제의 CEO가 오늘 해임되고, 내일 지휘봉을 잡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임직원들의 동요가 얼마나 클지 짐작해볼 수 있다. 


이 모든 문제의 해법은 임종윤·종훈 사장이 쥐고 있다. 

 

만약 임종윤·종훈 사장이 사적 감정에 치우친 의사결정을 한다면 한미그룹은 지금보다 더 큰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이번 한미그룹 사태는 한국 재계에서 처음이지만 유사 케이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두꺼비 소주'로 알려진 진로그룹을 일군 장학엽(1903~1985) 창업주가 타계하자 당시 진로그룹을 이끌고 있던 장익용(장학엽 창업주 동생 장학섭 장남) 사장과 장진호(장학엽 창업주 장남·1952~2015) 상무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고 1985년 주주총회 표대결 끝에 장진호 상무가 승리했다. 장진호 상무는 장익용 사장측 경영진을 몰아냈다. 이 결과 그간의 경영 노하우도 함께 소멸됐다. 장익용 사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독일 슈튜트가르트대 대학원을 졸업한 수재였다. '두꺼비 신화'를 일군 장익용 사장의 경영 신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36세의 젊은 나이에 총수에 오른 장진호 회장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맞았고 그룹은 공중분해됐다. 한때 재계 24위까지 올랐던 진로그룹의 존재를 아는 이는 이제 많지 않다. 그룹 해체 이후 그는 분식회계, 비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고, 캄보디아, 중국 등을 떠돌다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심장마비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장진호 회장이 승자의 미덕을 보였다면 진로그룹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임종윤·종훈 사장, 관용과 포용의 미덕 보여야


임종윤·종훈 사장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상속세 해결, 신약 개발, 조직 쇄신 등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들이 즐비하다. 한국 재계 역사를 돌이켜보면 젊은 패기로 무리하게 경영을 하다 파국을 맡은 기업의 무덤이 널려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3000명에 가까운 한미약품 임직원들의 불안감을 달래는 것은 우선 과제다. 소통의 창구를 열어 구성원과 진솔하게 마주할 필요가 있다. 신뢰가 무너진 조직을 다시 세우는 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희망이 엿보인다. 주주총회 직후 임종윤·종훈 사장은 "어머니, 여동생과 같이 가길 원한다.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주주들에게 말해주고 싶고 회사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 기존에 한미를 퇴사한 분들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미약품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신약 개발'이라는 창업주의 뜻을 계승하되,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안정화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성장 동력도 모색해야 한다.
 

[데스크 칼럼] 한미약품 새 주주에 바란다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무엇이 한미약품을 위한 최선의 결정일지 새 오너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감정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임직원과 소액주주의 신뢰를 얻으려면 한미그룹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다. 


ynsooyn@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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