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문화 평론가·출판 마케터] 일출 사진을 보고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만년 다이어리에 새해 다짐을 적어보자 결심한지 벌써 세 달이 지났다. 벌써 2024년 3월이라고? 믿기지 않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의 흐름이 점점 빠르게 느껴진다. 올해 상반기에 세운 계획들을 성실히 실천하고 있느냐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스스로 규정한 엄격한 목표가 유리창 입김처럼 희미해져만 가는 기분은 왜일까.

'아가리 파이터'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입만 산 놈'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용어의 뜻은 독설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아가리 파이터란 말 그대로 아가리로만 모든 것을 '약속'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남들의 조언과 충고는 일절 받아들이지 않고 "나중에"와 "내일부터", "이따가"를 습관처럼 내뱉는다. 가족, 연인, 친구의 잔소리를 극도로 혐오하며 자신만의 신념과 철학이 있는 듯이 행동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언제까지 당신의 성공과 발전을 미룰 거냐고. 공부? 나중에 하지 뭐. 다이어트? 그건 원래 내일부터 하는 거야. 새해 계획? 올해는 망했으니 내년부터 다시 시작하자. 변명과 회피로 지배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충격'이다.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열 번째 필독서 <왜 아가리로만 할까?>(박정한, 이상목, 이수창 지음, 들녘)는 늘 말로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다.

'왜 아가리로만 할까?'. 박정한, 이상목, 이수창 지음, 들녘. [이미지=교보문고] 

이 책을 쓴 저자 삼인방은 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면서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셋 중 하나는 학사, 석사, 박사 코스를 밟아 연구원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공기업에 입사해 안정적인 삶을 그려나가고 있으며 또 하나는 비정규직을 전전하다 백수가 되었다. 세 명의 MZ 세대가 현대사회 2030의 다양한 모습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각자가 느낀 고민과 삶의 지표가 더욱 진실되게 느껴진다.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고민과 상황에 처해 아프고 힘든 경험을 겪었다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 지금 힘든 것도 나중에 보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는 말, 이 나이에는 낭만적으로 사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들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제 당신은 말로만 세워놨던 새해 계획들을 굳센 마음으로 이루어내야 할 때다. 어제의 나는 오늘과 별반 다를 것 없을지 몰라도, 내일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실패를 밑거름으로 성장하라’는 말은 이젠 들리지 않는다. 실패하든 말든 내 인생이니까 이제 그냥 신경 끄고 혼자 잘 사쇼. 난 더 이상 못 해먹겠으니까! 결국 인생 레이스 포기 선언을 한다. 그러나 태어난 이상 우리의 레이스는 끝나지 않는다. 기어가든, 걸어가든, 달려가든, 왔던 길을 돌아가든 생은 계속되니 말이다."

젊음은 계속되지 않는다. 언젠가의 내가 해결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몸만들기를 내일로 미루고 제2외국어 공부를 내년으로 미루며 살 순 없다. 당신이 아가리로만 내뱉었던 다짐들을 이제는 실천해야 할 때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고, 그 인생이라는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 또한 나이기 때문이다.

김정빈 문화평론가·출판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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