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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탐구] ㊽에쓰오일, 아람코 원유 안정 공급받으며 재계 25위...국내 유일 해외자본 정유사

- '최대주주' 사우디 아람코(ARAMCO)로부터 석유 안정적으로 지원받아

- 사외이사 명망가로 영입... 한덕수 국무총리 한때 재임

  • 기사등록 2024-03-03 00: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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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2023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 현황, 비즈니스 전략 등을 분석하는 '대기업집단 탐구'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재계순위'로도 불리는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심층 분석해 한국 경제와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더밸류뉴스=문성준 황기수 기자]

인간의 몸의 70%가 물이라면 인간 소지품의 70%는 석유(petroleum)다. 


당신이 출근하기 위해서는 옷을 입어야 하고, 스마트폰을 소지해야 하고, 가방을 챙겨야 하고, 자동차나 지하철을 타야 한다. 방금 언급한 옷, 스마트폰, 가방, 자동차, 지하철은 언뜻 무관해 보이지만 예외 없이 석유 없이는 생산하거나 운행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원유 1톤을 정제하면 나프타(nafta·일명 납사) 0.13톤이 나오는데, 이 분량의 나프타로 셔츠 153벌, 운반용 상자 23개, 농업용 필름 2,023㎡, 자동차 타이어에 들어가는 튜브 22개, TV 15대를 만들 수 있다. 


석유가 얼마나 우리 일상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가 뜨고 있지만 아직까지 활용성과 경제성에서 석유를 따라 오기는 어렵다. 


또, 석유는 고갈되지 않고 있다. "석유가 30년안에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은 1950년대부터 있었지만 - 이른바 '피크 이론(peak theory)'이다 - 7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석유는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석유 가채 매장량(현재 기술로 채취할 수 있는 매장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새 매장층이 속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는 언젠가는 고갈되겠지만 그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순수 정유사로 유일하게 대기업집단에 올라있는 에쓰오일(대표이사 안와르 알 히즈아지)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 빅4'(SK이노베이션·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자본(사우디 아람코)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 CEO도 2003년부터 20년 넘게 줄곧 '푸른 눈'의 아랍인이다. 그래서 국내 재계에서의 역할과 위상도 독특하다. 


◆31위(2014)→25위(2024), 10년만에 6단계↑


에쓰오일은 지난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일명 대기업집단) 25위를 기록했다. 전년비 두 계단 하락했다. 매출액 42조 3770억원, 순이익 2조1050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54.01%, 52.36% 급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상승한 덕분이다. 실적이 급증했는데도 대기업집단 순위가 하락한 것은 HMM이 해운업 초호황으로 25위에서 19위로 점프하고, 현대백화점그룹이 매트리스(침대) 기업 지누스를 인수하며 인수하며 24위에서 21위로 점프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의 지배구조와 현황.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에쓰오일은 공정위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사실상 에쓰오일 단일 기업이나 다름없다. 에쓰오일(상장사) 산하에 에쓰오일토탈에너지스윤활유, 에쓰오일싱가포르Pte의 2개가 단촐하게 있을 뿐이고 에쓰오일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99%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계열사 매출액. 2022 K-IFRS 연결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에쓰오일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들쭉 날쭉한 데 이는 정유산업이 호황과 불황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경기변동 산업이기 때문이다. 정유업이 호황과 불황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이유는 수급 불일치 때문이다. 석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두 가지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급은 비밀에 쌓여있고 -  전세계에 석유가 얼마나 남아 있는 지 아무도 모른다 - 수요에는 투기 세력(speculator)이 개입돼 있다(당신이 유가를 맞출 수 있다면 큰 부자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5년, 10년 단위로 길게 보면 에쓰오일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에쓰오일의 대기업집단 순위도 10년전에는 30위권이었지만 이제는 20위권으로 진입했다.


   

최근 10년 에쓰오일의 실적과 주요 연혁. 단위 억원,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모기업 아람코로부터 원유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에쓰오일이 실적을 개선하고 있는 비결은 지배구조 덕분이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그 유명한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Saudi Arabian Oil Company)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에쓰오일 1대 주주(63.45)가 아람코 해외법인(Aramco Overseas Company. 일명 AOC)이고, AOC 최대주주(98.5%)가 아람코이다. 


아람코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 답게 '사이즈'가 천문학적이다. 


2022년 매출액 5351억 달러(약 714조원)로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의 2.4배이고 시가총액은 2조4300억 달러(약 3117조원)로 삼성전자의 약 8배에 달한다. 2019년 아람코는 사우디 아라비아 주식시장에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이같은 든든한 모기업으로부터 에쓰오일은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국내 경쟁사들이 해외 원유를 확보하느라 노심초사하는 것을 감안하면 에쓰오일이 강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쓰오일은 2022년 아람코와 35조원 규모의 장기 원유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 [이미지=더밸류뉴스]

◆유화 비중 11%→20% 목표로 '샤힌 프로젝트' 추진중


에쓰오일이 이같은 강점을 갖고 있지만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에쓰오일의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정유 부문이 압도적이고(약 80%), 유화(석유화학) 11%, 윤활기유 8%로 구성돼 있다. 매출액이 들쭉날쭉한 정유 부문에 의해 매출액이 좌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에쓰오일은 유화 부문을 2030년까지 20% 이상으로 키우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샤힌’ (shaheen)은 아랍어로 ‘매’를 뜻한다. 

 

에쓰오일 최대주주가 처음부터 아람코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에쓰오일의 출발은 1976년 쌍용양회가 이란국영석유공사(NIOC)와 합작해 설립한 한이석유로 1980년 경남 울주군 정유공장을 준공했다. 이후 쌍용양회가 NIOC의 지분을 인수하며 쌍용정유가 됐고 온산 윤활유공장, 인천 저유소 등을 준공하며 덩치를 키웠다. 1987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그렇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쌍용그룹이 경영난을 겪다가 1991년 아람코 자회사 AOC에 지분을 넘기며 분리됐다. 2000년 회사명을 '에쓰오일'로 변경했고 2003년부터 아람코 출신이 CEO를 맡기 시작했다. 한진그룹이 에쓰오일 2대 주주로 AOC와 공동경영하기도 했지만 2015년 지분을 아람코에 전량 매각했다.  


◆아람코 CEO 6인 가운데 절반이 임기 못채워


에쓰오일은 외국계 기업의 특성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에쓰오일의 배당성향(배당총액/순이익)은 35% 안팎으로 해마다 배당금 3500억~4500억원을 최대주주(AOC)에게 보내고 있다. 국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29%)보다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국부 유출 논란이 빚어지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에쓰오일=고배당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에쓰오일의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은 3%를 상회하며 이는 시중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사외이사진도 명망가로 영입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21년 3월 에쓰오일 사외이사에 선임됐고 2022년 4월 자진사임했다. 이 기간 이사회에 100% 출석해 100% 찬성 의견을 표명했다. 2022년 한해동안 보수 2200만원을 수령했다. 


2003년 이후 에쓰오일 CEO는 7인으로 모두 아람코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푸른 눈'의 CEO이다보니 고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와르 A. 히즈아지 현 CEO 이전의 6인 가운데 임기(3년)를 무사히 마친 인물은 절반에 불과하다. 그만큼 다사다난하다는 의미이다. 


역대 에쓰오일 CEO. 이 가운데 가장 영광스럽게 재임한 이는 나세르 알-마하셔 CEO로 4년 6개월(2012년 3월~2016년 9월)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웠다. 소탈한 성격으로 친화력이 강해 한국인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2016년에는 에쓰오일 CF에 카레이서로 직접 출연해 관심을 모이기도 했다. 


현 히즈아지 CEO의 전임 후세인 알-카마니도 임기(2019년 6월~2023년 3월)를 무사히 마쳤다. 그는 전임 오스만 알-감디 CEO가 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다 2019년 6월 퇴임하자 취임해 1년을 근무하고 추가로 3년을 근무해 총 4년을 재임했다. A. A. 알-수베이 CEO도 3년 임기(2008년 3월~2012년 3월)를 마쳤다. 


불명예로 퇴임한 CEO도 있다. 앞서 언급한 오스만 알-감디 CEO가 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08년 2월 퇴임했다. 초대 CEO를 맡은 A. K. 알-아르 나우트 CEO는재임중이던 2005년 8월 급작스럽게 별세했다. 뒤를 이은 사미르 A. 투바이엡 CEO는 2008년 2월 재선임에 실패하며 2년 4개월만에 퇴임했다.  


현재 에쓰오일 경영을 맡고 있는 안와르 알-히즈아지 CEO는 아람코 일본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동아시아 통'으로 불린다. 샤힌 프로젝트와 신사업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을 끌고 있다. 


a854123@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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